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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Jul 01. 2020

31. 마음 챙김도 훈련이다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 / 차드 멍 탄 / 알키


31. 마음 챙김도 훈련이다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 / 차드 멍 탄 / 알키


이 책과 함께한 시간이 오래된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오래된 줄은 몰랐다. 내가 그만큼 정신을 잠시 놓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서울에 간 동생이 뜬금없이 책 추천을 해왔다. 지난 6년간의 물음에 대한 답을 준 책이라고 거창하게 소개도 덧붙였다. 얼마나 대단한 책이기에 그리 극찬을 할까 궁금해 검색해보았다. 책 설명도 저자 소개도 목차도 어느 것 하나 내 마음을 훅-하고 빨아들이지 못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께선 우리에게 하루에 한 번쯤 하늘을 바라다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무슨 맥락으로 철없는 우리에게 그런 심오한 이야기를 하셨는지 까진 모르지만 그 선생님을 잘 따랐던 나는 그 이야기를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끔씩 떠올리며 마음에 새기기를 반복한다. 한참 시간이 흘러 나는 책공방에서 기록하는 습관을 기르게 되었다. 기록에는 다양한 장점과 특징이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장점은 기록은 ‘나 자신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무언가에 의해 마음이 평소 같지 않을 때 혹은 마음이 이상한데 그 이유를 모를 때 나는 거의 기록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그렇게 내 이야기를 종이에 쏟아놓고 나면 마음이 한결 정돈되곤 했다. 나는 이미 그렇게 나 자신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는 제목이 크게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또한 감성지능이나 멘타 인지에 대한 이야기도 교육학에서 다른 책에서 접했던 익숙한 개념이었기에 솔직히 이 책은 내게 조금 식상했다.


특별히 두껍지도 어렵지도 않은 이 책을 이렇게 오래 끌고 다닌 원인은 아마도 처음 시작에 있었을 것이다. 그런 마음에서 시작했으니 이 책의 내용이 잘 흡수될 리 없었다. 초반부를 읽기 시작했을 때 ‘그래, 그걸 누가 몰라, 다른 사람들도 이미 수 없이 이야기하고 있어,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야, 사람이다 보니 알아도 실천을 못하는 거지’ 하는 생각을 계속해서 하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내팽개치지 않았던 이유는 이 책의 기획 배경이었다. 이 책을 접했던 당시 나는 책학교 2기를 한창 진행 중이었다. 책학교 1기를 준비하며 그동안 만나고 싶었던 분들을 강사로 모시기로 했을 때 선생님은 내게 기록을 잘해줄 것을 당부하셨다. 나 또한 책학교 때 오시는 분들의 귀한 이야기를 잘 기록하여 오래오래 기억하고픈 마음이 있었기에 선생님의 당부를 기분 좋게 받아들여 책학교 기간 동안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 책 또한 구글에서 명상 관련한 여러 명사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해서 기록된 책이라는 점이 내게 흥미로웠다. 그리고 원-소스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편집하고 엮느냐에 따라 더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각에 힘을 싣게 되었다.


책의 초반부에서는 너무 뻔한 이야기를 확신에 가득 차서 하는 바람에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정말 내가 마법사처럼 그렇게 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기는 한편 너무 그럴싸한 말이라 ‘이거 다 뻥 아니야?’하는 두 가지 생각이 번갈아 들었다. 그런 와중에 책 추천사에 등장했던 ‘마른 지식이 아닌 젖은 통찰’이라는 구절이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 문구는 이 책을 처음 접하고 내가 가졌던 마음을 꼬집는 듯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가장 큰 뼈대는 명상 훈련도 다른 훈련들과 마찬가지로 훈련을 통해 실력을 향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훈련은 다 그런 것인지 주의력 훈련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 방법이 마치 글쓰기 훈련이라도 치환해도 좋을 만큼 닮아 있었다. 일단 할 수 있는 만큼의 수준에서 시작을 하고 꾸준히 습관을 들이고 잘 안 되더라도 제자리로 돌려놓기를 반복하고 더디더라도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것은 근육을 만드는 방법, 글쓰기 능력을 향상하는 방법과도 같다. 처음에는 좀 어렵기도 하고 별 효과도 없는 것 같이 여겨지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내가 원하는 순간에 내가 원하는 마음 상태를 만들 수 있다고 하는 부분도 다른 훈련과 똑같았다.


내가 자주 하는 말 중에는 ‘내 마음인데 내 마음대로 잘 안 된다’하는 말이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내 마음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것이 아닌 피나는 훈련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라 이야기하고 있었다. 책 안에서는 이렇게 추상적으로만 이야기하지 않고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고 그에 대한 효과도 과학적인 자료를 통해 증명하고 있다. 그러니 충분히 믿을만한 이야기일 것이다. 나도 이 책을 읽고 아침마다 혹은 틈이 날 때마다 내 마음에 집중을 하는 시간을 갖곤 한다. 아직까지 이렇다 할 변화는 없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분명 내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만나기 이전에도 나는 일명 멍을 때리는 시간을 종종 갖곤 했으나 그것이 쓸데없는 시간이라고만 여겼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시간이 굉장히 의미 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따로 있었다. 이 책을 읽는 시간 동안 나는 크게 유익하다고 생각이 들지 않았다. 허나 이 책의 193페이지부터 시작하는 ‘자신을 알고 자신과 공조하라’라는 챕터를 읽는 순간 생각이 180〬 달라졌다. 내가 이 한 페이지를 만나기 위해 내가 이 책을 읽었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이 부분의 내용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간단하게 요약해보자면 자신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이루어질 때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게 되고 그래야 자신이 행복한 요건이 무엇인지 알아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초석은 마음 챙김이고 마음 챙김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스스로 자신의 가치와 더 높은 목적을 명확히 하기 위한 방법에는 남들에게 그것을 말하는 것과 글을 쓰는 것이 있다고 안내한다. 우리가 원하는 가치와 목적은 보통 추상적이기 마련인데 이를 말로 표현하거나 글로 쓰게 되면 스스로에게 그것을 더 분명하고 실질적으로 인식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누구나 가슴속에는 불붙기를 기다리는 심지가 있고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바로 이 심지에 불이 붙을 때라고 주장한다. 불이 꺼져 있을 때는 어정쩡하게 몸만 사는 것이지만 불이 붙으면 비로소 진짜 살아있게 된다고 한다.


책공방에서 나는 참 아등바등하며 애를 쓴다. 선생님 말대로 그렇게 까지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일을 하다 보면 애를 쓰고 있는 나를 종종 만나다. 어쩔 때는 그런 내가 나 스스로도 마음에 들지 않아 왜 그럴까 싶을 때가 있었는데 이 내용을 보고 나니 그 이유를 조금 알 것도 같다. 나는 가슴 속 심지에 불이 붙은 것이다. 그래서 그 불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나도 모르게 애를 쓰게 되는 것이었다. 심지에 불이 꺼지고 나면 다시 불을 붙이기 어렵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어쩌다가 붙은 불이 오래오래 활활 타오르게 하고 싶은 것이다. 나는 이제껏 모든 것이 다 좋아야 좋은 줄만 알았는데 때로는 좋음의 밀도가 촘촘하고 깊이가 깊다면 하나의 좋음이라도 전체를 아우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기울게 되었다. 이 책처럼 말이다. 이 책 덕분에 좋은 문장을 만났고 이 부분만으로도 이 책 전체가 내게는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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