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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Jul 02. 2020

32. 책 소개(속에) 책

하버드 대학 엔칭 도서관의 한국고서들 / 허경진 /웅진북스



32. 책 소개(속에) 책

하버드 대학 엔칭 도서관의 한국고서들 / 허경진 /웅진북스 


171203 책을 읽고 이렇게 나만의 독후감을 쓰고 얼마 안 되었을 때 나는 내 책을 만들고 싶어 졌다. 나에게 영감을 준 책에 대한 나의 해설서를 만들고 싶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에서 많은 영감을 얻곤 한다. 어떤 이의 책장만 보아도 그 사람의 생각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그래서 누군가 나의 책장을 들여다보는 것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우리가 읽는 책이 모두 책장에 꽂혀 있는 것은 아니다. 책장에는 우리가 읽고 좋았거나 나중에 필요할 것 같은 책이 편집(선별)되어 꽂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읽게 된 이 책은 내가 소장하고 싶은 정도로 나에게 깊숙하게 와 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나에게는 물론 세상에 필요치 않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책은 좋은 책일 뿐 아니라 별 게 있는 책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는 미국에 한 도서관에 소장된 그리 유명하지 않은 책에 대한 해설서이다. 선생님은 이 책이 고급 책이라고 했다. 언제 그 마음이 변할지는 모르지만 지금 현재는 선생님식 최고 칭찬이다. 이 책에 내용이 좋아서도 그렇겠지만 내가 보기엔 아마 이 책을 통해 좋은 생각이 났거나 감을 잡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허나 나에게는 역시나 그렇게 감동을 주지 못했다. 


일단은 고서들에 대한 해설서답게 어려운 말들이 너무 많았다. 책을 읽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찾아본 이후에야 다음 내용을 읽는 나로선 이러한 상황이 달갑지 않았다. 더구나 모르는 단어를 찾아보려는 내게 선생님은 그런 것은 그러지 말라고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며 나를 제지하였다. 평소 같았으면 아랑곳하지 않고 내 고집대로 단어를 찾아가며 책을 읽어나갔을 텐데 이번엔 이상하게 선생님의 말을 따르고 싶었다. 아마도 내 가이런 류의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탓이고 또 하나는 이전에 읽었던 책을 너무 오랫동안 붙들고 있었기에 이번 책은 좀 빨리 읽고 싶었던 마음도 한몫을 했다. 그리고 지금 내게 정말 집중해서 잘 읽고 싶은 책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결론은 오늘 몇 시간 만에 이 책을 읽었다. 최근 들어 메모를 가장 적게 하며 읽었던 책인 듯하다. 그렇다고 기억에 남는 바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책 내용 중 벼슬을 하며 부임했던 곳의 그림으로 기록한 ‘숙천제아도’라는 책을 소개하는 내용에선 우리 선배들의 식견에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로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한 달 전쯤 갔던 강연회에서 어떤 분이 아무리 자료가 많다고 하여도 그것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 없다면 소용이 없다는 얘기를 하셨다. 나는 기록을 하며 종종 ‘구슬이 서 말이라고 꿰어야 보배’라는 생각을 한다. 너무 식상한 비유이나 이 속담처럼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나타내 주는 말이 없어 되도록이면 쓰려하지 않는데도 자꾸 쓰게 되는 말이다. 그랬으니 내게 익숙할 법도 한 그 이야기가 새롭게 들리며 생각이 한층 넓어진 듯했다. 나는 그동안 작은 범위의 구슬만을 생각했는데 그분께서는 더 크고 귀한 구슬에 대해서 이야기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어서 자료를 엮어서 책을 엮는 것에 대한 의미도 다시금 짚어주셨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 책도 그런 맥락에 걸맞은 책이다. 


나는 이 책에 중요한 포인트가 소개된 책들이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책이며 다소 특이한 책이라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책을 소개할 때 역사적 가치를 운운하기보다 책 내용에 기반을 둔 점이 좋았다. 우리는 대부분 어떠한 것이 귀하다고 하면 그것에 대한 내용을 묻기보다 그것의 값어치를 따지기 마련이다. 때로는 그 값어치가 그것의 전부인 듯 이야기하기도 한다. 나는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역사적인 맥락을 이야기하기보단 그 책에 내용에 초점을 맞춘 설명이 좋았던 것이다.


책 읽는 것이 좋아 지금의 삶을 선택했던 나인데 텍스트는 많이 읽는 반면 정작 책은 몇 권 못 읽는 요즘의 생활을 돌이켜 보니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기분이다. 시간이 없어도 집중이 안 돼도 읽어야 한다. 머리가 복잡할 때도 마음이 복잡할 때도 책을 읽다 보면 정리가 되곤 한다. 나에게 책은 좋은 영양제다. 이 사실을 잊지 말고 남은 올해 동안엔 열심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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