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승희 Sep 22. 2018

정신은 온전하게
나를 지킬 수 있는 힘이다

180527 제5강 우리 지역의 다양한 기록물을 만나다_신혜경

2018 제3기 책공방 책학교(5/19~6/2) 기록

정신은 온전하게

나를 지킬 수 있는 힘이다  

   


책학교에 모셨던 강사님 한 분, 한 분이 모두 특별하지만 오늘 강사님은 조금 다른 특별함이 있다. 지난 2기에 수강생이셨던 분을 강사님으로 모시게 되었기 때문이다. 책공방 책학교에서 기록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기록 문화 확산 더 정확히는 지역의 기록문화 확산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앞선 강의에서는 한 개인이 하나의 콘텐츠를 가지고 기록을 했던 것을 살펴보고 그다음에는 기록의 정의나 필요성 그리고 기록의 다양한 종류와 효과에 대해 공부했고 유의미한 기록물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고 한 개인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한 다양한 기록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다음은 그럼 우리 지역에는 어떤 기록물이 있을까 라는 질문으로 이어지길 바랐고 우리 지역의 다양한 기록물을 살펴보면서 왜 기록이 특히 지역의 기록이 중한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그런 시간을 만들어 줄 수 있는 분으로 정신의 숲 신혜경 팀장님이 적합하다고 생각해 강사님으로 모셨다.     



현재 여러 지자체에서 마을 기록 사업을 많이들 하고 있는 것을 보아 알 수 있듯이 과거에 비해 기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에 발맞춰 전주에서는 2015년부터 ‘정신의 숲’ 추진단을 꾸려 지역의 기록물을 모으는 작업과 모여진 기록물을 바탕으로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강사님은 초창기부터 그 일을 진행하고 계신 분이다. 기록물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무조건 찾아가 이야기를 듣는 것부터 시작했다는 강사님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혼자만 듣기 아깝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책공방에 있는 기계마다 사연이 있듯 정신의 숲에 모여진 기록물 하나하나에도 사연이 담겨 있었고 한 번씩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어쩌면 우리 지역의 남다른 기록문화 유전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상상을 하곤 했다.     





강사님은 자신의 부서명이자 프로젝트명이기도 한 ‘정신의 숲’에 대해 설명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이에 대해 처음부터 기록을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는 일이라고 소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신의 숲’이라는 단어를 마주하면 대부분 정신이 이상할 때 가는 병원인 정신병원의 정신을 떠올리시곤 한다며 여러분도 그렇지 않았느냐 하셨다. 그런데 자신이 생각하는 정신은 ‘내가 온전하게 무언가를 지킬 수 있는 힘’ 이라며 너무 멋진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라고 했다. ‘정신의 숲’은 도시이자 공간인 전주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역사, 문화 따위를 나무들이 모여 이루는 숲을 이루어 재생하고 연결 짓는 일이라고 소개하였다. 이어서 기록을 말하는 키워드로 기록의 3요소인 내용, 구조, 맥락을 비롯해 기억, 이야기, 맥락, 일상, 수집, 컬렉션, 매체, 보존, 힘, 라키비움, 설명 책임성 12가지의 키워드를 통해 기록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었다.  

    

 


매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전주, 천년의 기록’이라고 해서 기록물 수집 공모전을 진행하였고 기록물 수집 공모전을 하고 있고 그렇게 모여진 기록물을 바탕으로 전주 기록물 전시회를 열었는데 그 자료들 중 일부는 사진으로 일부는 직접 가지고 오셔서 우리가 볼 수 있도록 허락해주었다. 예로부터 한지 골이라 불리던 곳에 한지공장을 만들어 운영하던 옛 천양제지 공장의 모습이 담긴 사진, 종합경기장 건립 당시의 건설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한 앨범, 전라북도와 전라남도에 이어 제주도까지 포함한 1965년 호남 약도, 마을에서 공동으로 보관하던 혼례복 보관함, 1940년대 도민증, 종합경기장 준공기념 컷팅식 가위까지. 그동안 책공방에서 많은 기록물을 보았지만 오늘은 전혀 다른 분야라 또 색다른 느낌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 또는 일상 공간에 대한 과거의 기록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교장쌤의 지도하에 책공방에서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사진과 글을 통해 기록을 생활화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데 몇십 년 전에 어떤 사람은 누가 이야기하지 않았는데도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기록을 할 당시에 이것이 이렇게 귀한 기록이 될 줄 알았을까 하는 생각에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또 전주에서 이러한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이러한 기록들은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누군가의 서랍장 안에 고이 모셔져 있다가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이 일이 얼마나 귀한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 일은 전주에서만 해야 할 일이 아니라 모든 지자체에서 체계적으로 해야 할 일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강사님은 이어서 그동안 그러한 기록물을 모으면서 마주했던 에피소드나 어려움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었다.   



무언가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언가가 되지 않는 것도 중요하고 열심히 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그것에만 빠져 있어도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이야기는 무언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무언가에 푹 빠져 있길 좋아하는 나에게 하는 말인 듯 나를 뜨끔했다. 큰 사탕을 입에 물고 맛있게 먹고 있었는데 실수로 꿀꺽-하고 넘어간 것처럼 기분이 묘했다. 목이 막히거나 할 정도로 이상은 없지만 무언가 찜찜한 기분이었다. 물론 강사님도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개인적인 경험을 하게 되면서 어느 순간 ‘바쁘다, 시간이 없다’라는 이야기를 되도록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이 두 이야기는 역시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 중에 하나이다. 여기에 나는 ‘정신이 없어서’라는 이야기도 붙어 있다.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 정신이 없어서. 내 일상 언어 중 하나였다.  

   


강사님은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무엇인 중한지’를 묻도록 해주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모든 여건이 다 갖춰지는 것은 아니라며 어려움이 닥쳤을 때는 자신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한계를 명확하게 판단하고 그 이후에는 호흡이 맞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주었다. 경우에 따라 상대방은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지만 실질적인 도움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될 수 있고 그 힘은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일이 바쁘게 되면 마음이 바쁘게 되고 시간이 없어지고 그러면 정신이 없어진다고 했다. 강사님의 말처럼 정신은 나를 온전하게 지키는 힘인데 나는 그 힘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어렵겠지만 오늘부터는 일이 바빠도 마음이 바쁘지 않도록 하여 시간을 잘 활용하여 온전하게 나를 지킬 수 있도록 해 보아야겠다. 그래야 무엇이 중한지 내가 어떤 기록을 남기며 살아갈 것인지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기록을 들여다보고 살피는 일은 어찌 보면 과거를 위한 일 같아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과거를 통해서 미래를 살아갈 지혜를 배우는 것처럼 기록 또한 지나간 기록을 통해서 우리는 앞으로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하고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그러니 기록은 과거를 위한 일이기보다는 미래를 위한 일에 더 가깝다. 내가 지나 온 발자국을 살펴야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번 책학교를 통해 수강생분들은 자신의 기록에 대해 지역에 기록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으리라 믿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사진을 위해서 기록에 충실했을 뿐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