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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Aug 04. 2020

52. 누군가의 이야기가 한 순간에 이해되는 순간

정부광고로 보는 일상생활사 / 김병희 / 살림


52. 누군가의 이야기가 한 순간에 이해되는 순간

정부광고로 보는 일상생활사 / 김병희 / 살림


190709 “상금 액수 때문에 세종대왕의 이름을 내건 상의 가치가 빛을 잃는다면 우리네 문화 척도가 그만큼 척박하다는 것 외에는 설명할 말이 없으리라/이전의 앞선 것을 베끼고 확인하지 않고 베낀 결과로 엄청난 오류를 일으킨 듯하다” 이 책에서 기억하고 싶은 문구다.


예전에 선생님의 책을 보았던 어떤 편집자는 현재로서는 이 콘텐츠가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생각지 못한 그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순간 얼음이 되었고 그 후 마음도 살짝 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때 그 편집자의 마음이 이러지 않았을까 싶었다. 어떠한 책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가 아닌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은 콘텐츠 자체가 가지는 흥미로움 뿐 아니라 그 콘텐츠를 이야기하는 저자의 시각도 꽤 큰 역할을 한다. 어떤 책의 경우 저자의 시각 자체가 콘텐츠인 경우도 있다. 나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콘텐츠가 굉장히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가 이 콘텐츠를 소개하는 방식은 내게 그리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아 아쉬웠다.


한참 전에 전시 준비 차원에서 참고자료용으로 선생님이 권해주신 책이다. 얇은 책이었고 도움도 될 것 같아 냉큼 읽겠다고 받아두었으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전시 준비를 거의 마쳐가는 시점에 마주하게 되었다. 얇은 책이라도 요 앞에 앞에 책 같은 경우는 엄청 엄청 오래 걸렸던 터라 긴가민가 하며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소개해주는 콘텐츠를 살펴보며 신기하고 이런 자료 해설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뒤로 갈수록 재미가 덜했다. 그의 글은 무척 매끄러웠으나 단조로웠다. 딱 교수님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잊고 있던 저자 소개를 보니 역시나 그랬다.


“모두가 한글을 쓰면서도 외국 글로 ‘벌을 설 때도 있는 글로-벌 시대,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설” 이 책에 등장하는 저자의 유머다. 아마도 저자는 콘텐츠의 소재를 나누는 갈래 즉 목차를 꽤 많이 고민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 책의 목차는 이러하다. ‘여행과 통신, 학생과 치기, 농촌과 전통, 도시와 기억, 문화와 흔적, 나눔과 사랑’ 분명 2017년에 나온 책인데 더 이전에 나온 책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어떠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어떠한 일을 하게 되는 것인지, 그 일을 하게 되어 그런 성향이라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나는 직업과 성향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나는 이 책을 통해 그 생각에 힘을 더했다.


이 책에는 ‘완주’가 두 번이나 나온다. 하나는 안 좋은 사건이 일어난 지역으로 소개되고 하나는 내가 있는 삼례문화예술촌이 있는 곳으로 등장하다. 지금이야 농협 창고를 활용한 문화공간이 많이 생겼으나 그때 당시에는 우리가 유일했다. 처음으로 그러한 시도를 한 것이 뭐 대수냐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지금 농협 창고를 활용한 문화 공간을 만든 지역 중에서 우리 공간을 다녀가지 않은 지역이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때마다 정말 성심성의껏 진심을 담아 설명해 드리며 조언해드렸다. 그런데 오히려 요즘에는 간혹 가다 요즘에 이런 곳이 대세라고 여기도 대세를 따랐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나도 모르게 이마에 ‘내 천’ 자가 드러난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잘한 건 잘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도 그렇다. 이러한 콘텐츠는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콘텐츠였다. 분명 세상에 존재했고 몇몇 사람들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지만 저자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책으로 나오지 않았다면 슬그머니 사라졌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좋은 책이다. 다만 나와 코드가 맞지 않았을 뿐이다. 그리고 나 같은 젊은 세대들이 이러한 콘텐츠를 받아들이기에 흥미로운 시각은 아니었다. 이러한 자료와 동시대를 살았던 세대들은 재밌게 읽힐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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