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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Aug 06. 2020

53. 나의 네 번째 빨간 책

앞으로의 1인출판사 / 문희언(여름의 숲 대표) / 여름의 숲


53. 나의 네 번째 빨간 책

앞으로의 1인출판사 / 문희언(여름의 숲 대표) / 여름의 숲


190719 이 책을 읽는 동안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하는 질문을 계속해서 했다. 이 책의 저자는 ‘앞으로의 책방(번역본)’을 출판한 출판사의 대표다. 제목에서처럼 ‘앞으로의 1인 출판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그렇다면 앞으로의 1인 출판사의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희망? 방향?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도 나는 그것을 잘 모르겠다. 이 책의 출판일은 2017년 4월이다. 오마주 북이었을까? 이 책의 저자는 내게 자신이 책을 만들며 겪었던 경험을 담은 책이라며 이 책을 추천했다. 나와 같은 동질감을 기대했고 내가 느끼는 것을 느꼈을까? 나와 같은 경험을 했을까? 했다면 어떻게 이야기하는가 궁금해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내게 있어 그동안의 빨간 책은 매번 특별했으나 이번에 빨간 책이라고 하기엔 뭔가 허전한 느낌이다. 이 책의 저자는 1년 반 정도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몰랐던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간의 경험이 더 오래 한다고 해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같아 그간의 경험을 생각을 엮어 이 책을 만들었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이 문장을 읽으면서 정말 깜짝 놀랐다.


책공방에서 올해로 7년을 맞이하고 있는 나로서는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서 7년을 맞이하면서도 나는 아직도 항상 새롭고 서툴고 어렵기만 한데(물론 나도 정상은 아닌 것 같다) 저자는 어떻게 고작(내 기준) 1년 반의 경험을 가지고 저리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 자신감이 부럽기도 대단하기도 하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의심이 갔다. 처음 시작을 그러한 의심으로 시작한 탓이었는지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저자와 사실은 나 혼자만의 대화를 활발히 이어나갔다.


내가 잘하지 못하고 꺼려하는 것 중 하나는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내가 7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도 아직도 항상 부족하다고 여기는 다양한 이유 중에 하나는 변수다. 책공방의 일상은 단조롭지 않았다. 다이나믹했다. 끊임없이 새로운 일이 생겼고 내 생각이 맞나 싶다가도 그 뒤편에서 보면 그 사람, 그 상황에서는 나와 내 상황과는 다른 모습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함부로 이야기를 하지 못하겠는 경우가 많고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곤 한다. 경험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허나 나 또한 어떤 상황에서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사람 중에 하나일 것이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과 나의 모습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모순같이 여겨지나 모순이 아닌 역설이라 생각한다. 물론 나도 정말 별생각 없이 이야기를 내뱉을 때가 있겠지만 적어도 이렇게 글을 쓸 때는 몇 번이나 생각을 하며 이야기를 거르곤 한다. 그럼에도 그 와중에도 쎈 이야기들이 있긴 하지만 그건 나 스스로에게 떳떳해지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일 뿐이다. 그런데 저자는 참으로 용감하게도 단정적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자칫 자신의 이야기만이 옳다고 여길 수 있는 오해의 소지가 조금은 있어 보여 조마조마한 마음이 되었다. 왜냐면 자신의 경험담을 전하는 것은 좋으나 내 이야기만이 맞다는 식은 사람들에게 반감을 주지 않을까 우려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마음에 들어왔던 문구는 출판사를 하고 싶다면 자기 스스로 질문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다만 질문을 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나 그 예시가 돈에 대한 질문이라는 데는 조금 의아했다. 그래도 자기 스스로와의 대화의 중요성을 그는 알고 있는 듯해 반가웠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자 했었을 것이다. 막연하게 출판사 혹은 독립출판을 생각하는 친구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을 것이다. 일부러 그랬는지 책은 얇았고 이 책을 통해 지식이나 경험 쌓기에는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너무 두꺼워졌다면 읽히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이 책의 저자이자 대표는 그러한 지점을 정확히 알고 있었을 것 같다. 그리고 선택한 것이리라.


내가 이 책의 저자에게 매력을 느꼈던 부분은 흔들림이었다. 저자의 이야기는 단정적이었으나 이 책을 통틀어 보았을 때 그가 출판했던 8권의 책을 보았을 때도 그는 흔들리고 있는 듯했다. 책공방의 나처럼 그는 끊임없이 자신과 대화를 하며 자신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찾아가고 있는 듯했다. 나는 이 책의 내용보다 저자의 솔직함과 뚜렷한 주관이 좋았다. 앞서 이야기했듯 막연하게 출판 혹은 책에 발을 들여볼까 생각하는 분들에겐 제격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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