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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Aug 12. 2020

56. 붓 하나만 있으면 더 바랄 게 없는 삶

내 사랑 모드/ 모드 루이스의 그림과 랜스 울 러버의 글 / 남해의 봄날

내 사랑 모드/ 모드 루이스의 그림과 랜스 울러버의 글 / 남해의봄날


56. 붓 하나만 있으면 더 바랄 게 없는 삶, 나에게는 무엇이 필요할까

내 사랑 모드 (나의 계절은 겨울에도 꽃이 피어요)/ 모드 루이스의 그림과 랜스 울러버의 글 / 남해의봄날


190822 저자는 모드의 삶을 ‘붓 하나만 있으면 더 바랄 게 없는 삶’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그 문장을 보며 그런 삶은 어떨까, 아니 그런 삶이 진정 있기는 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있다면 그런 삶을 어떤 삶이었을까. 평생을 그립고 간절히 원하고 좋아하는 것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림으로 그리는 것으로만 만족해야 하는 삶. 


영화에서도 그랬지만 책에서도 그의 삶이 마냥 행복하고 좋았을 것 같지는 않았다. 비비안 마이어가 현실의 삶에서 찾을 수 없는 행복을 위해 사진에 몰입했듯 모드도 그림에 몰입을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즉 둘 다 삶을 살아내기 위한 간절한 발버둥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축축해졌다. 그리고 그것은 이내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는 너무 가진 것이 많아 더욱 많은 것을 바라며 살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가진 것에 따라 어떻게 사는 것이 옳다, 그르다 판단할 수는 없으나 나는 어떤 삶을 살길 원하는가에 대한 답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모드의 의도는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색채와 장면 속의 미묘한 모순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고, 그들의 삶을 밝게 해 주려는 것이었다. / 불일치, 특이한 장면 등은 모드의 스타일이 되었다. _본문 중


2017년에 개봉했던 ‘내 사랑’이라는 영화를 재밌게 보았다. 영화를 보기로 마음먹은 것은 내가 좋아하는 몇 안 되는 외국 배우 중 하나인 ‘에단 호크’가 주연으로 나왔기 때문이었다. 허나 영화를 보고 나서는 주객이 전도되었다. 좋아하는 배우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그저 ‘모드’의 삶과 그 배역을 맡은 여배우 ‘샐리 호킨스’의 연기만이 남았다. 내게 이런 경우는 처음이 아니었다. 


내가 ‘에단 호크’를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 하나는 그가 작품을 선택하는 안목이 좋아서이기도 하다. 그가 아니었다면 ‘본투 비 블루’ 나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나타’ 같은 좋은 영화를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남해의 봄날 또한 나에게 그런 의미의 출판사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겠지만 이 출판사의 책은 기본적인 신뢰가 간다. 그간의 여러 책을 읽고 좋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출판사가 출간할 원고를 선택하는 안목을 믿는다. 그간에 단 한 번도 이 출판사의 책을 읽고 실패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한데 이번 책은 조금 아리송했다. 


영화를 너무 인상 깊게 본 탓이었는지, 원서 자체가 작성된 지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탓이었는지, 번역의 문제인지, 내 개인의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다. 안 좋았다기보다 생각했던 것보다 무언가 약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갸우뚱-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좋았다. 모드의 삶을 다룬 것도 그의 그림을 자세히 볼 수 있다는 것도 좋았던 부분들이 많았다. 특히 양이 길지 않고 내용이 어렵지 않아 ‘그래, 나도 책을 금방 읽을 수 있는 사람이야’ 하며 나 자신에 대한 신뢰감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모드 루이스의 집을 원래 있던 자리에 두지 못한 것이 보존협회의 잘못이라고만 할 수 없다. 처음부터 노바스코샤 아트갤러리에 보전하는 것이 모드의 집을 지키기 위해 열심이었지만 의견이 갈리고 아마추어였던 보존협회의 시도는 노바스코샤 아트 갤러리라는 전문적인 조직과 협업으로 의견을 모으고 성공적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헬리팩스 칩시이드의 홀리스키에 위치한 노바스코샤 아트 갤러리의 전시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모드 루이스의 유산이 공공 갤러리에 위치하는 것에 공감할 것이다. _본문 중



모드가 세상을 떠난 후 홀로 남은 에버릿은 자신의 집에서 모드의 흔적을 지우고자 했다. 모드가 남긴 많은 기록은 헐값에 팔아치웠고 나중에는 집도 팔아치웠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몇몇 사람들은 보존협회를 만들어 모드의 흔적을 관리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들에게 진정성은 있었지만 능력이 부재했다. 


요즘 능력과 진정성이라는 가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고 있다. 특히 능력이 부재한 진정성에 대해서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고 나는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이다. 그럼에도 요즘은 자주 진정성도 중요하지만 능력도 무척이나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최상의 답은 이 두 가지가 함께 할 때이나 그런 경우는 흔치 않다. 진정성이 부재한 능력은 엉뚱하게 쓰이고 능력이 부재한 진정성은 실망감을 안긴다. 아직 명확하게 답을 내리긴 어려우나 무조건 진정성을 우위에 두던 예전과는 분명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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