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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Aug 13. 2020

57. 책의 일부이나 전체일 수 있는 표지

책이 입은 옷 /  줌파 라히리 / 마음산책

책이 입은 옷 /  줌파 라히리 / 마음산책


57. 책의 일부이나 전체일 수 있는 표지

책이 입은 옷 /  줌파 라히리 / 마음산책


 190918  110쪽가량의 짧은 책이다. 요즘 부러 두껍지 않은 책을 읽고 있다. 책을 놓지 않고 살고 있다고 느낌마저 없다면 너무 우울할 것 같아서 간신히 붙들고 있다. 여러 일들을 하는 것에서 오는 피곤함과 스트레스를 견디기 위해 또 일을 만드는 나는 더 분주해진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이 그렇다. 이는 마치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쪼개어 운동을 해야 하는 이치와 같다. 그럼에도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은 잘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틈나는 대로 책을 읽고 내 생각을 정리하는 글을 쓴다. 운동은이 몸의 근육을 키운다면 책과 글은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활동이라 생각한다. 물론 잘못된 운동은 오히려 역효과가 나듯 책과 글도 그렇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 끊임없이 나 스스로를 경계한다.


 그렇다. 나는 참 피곤하게 살고 있다.요즘은 많이 달라지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한 나라에서 나고 자라 살아가는 사람의 비율이 그렇지 않은 사람의 비율보다는 높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저자는 조금 특별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는 어떠한 나라에 이주하여 다른 나라에서 살고 있는 가정에서 태어났고 얼마 안 있어 또 다른 나라로 이주해서 살고 있다. 그리고 그는 앞에서 언급되지 않은 나라의 언어로 이 글을 썼다고 한다. 이 책은 그렇게 쓴 두 번째 책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처음에는 이것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허나 이 이야기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이 책의 내용은 조금 낯설게 아니 이해하는데 조금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최근에 자주 하던 생각 중에 하나는 똑같은 이야기라도 어떤 사람, 즉 누가 하느냐에 따라 그 말의 가치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람들이 잘못된 이해나 판단을 하고 있어서가 아니다. 사람이 어떠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냥 메시지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그 메시지와 함께 그 사람이 전달된다. 그 사람의 메시지는 그 사람이 이전에 했던 말이나 행동 더 나아가 그가 살아온 삶 위에 얹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특히 그렇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생각했다. 내가 생각했을 때 이 책의 저자는 아마도 책 안에 담긴 내용과 완벽하게 어울리는 책 표지가 입혀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내가 틀렸을 수도 있지만 내가 생각했을 때는 그랬다.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자신의 학창 시절의 교복 이야기와 자신이 도서관에서 마주했던 표지를 없애고 무지 표지를 씌운 책 이야기, 자신의 공간에 있는 다양한 책의 표지 이야기, 여러 나라에서 번역된 자신의 책을 마주했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와 똑같은 이야기를 내가 했다면 아마도 이렇게 이름 있는 출판사에서 출판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저자인 그가 해서 특별해진 이야기라는 것이다. 솔직히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덜 흥미로웠던 것도 사실이다. 중간중간 소표지에 멋진 글귀들이 적혀 있다. 이게 아니었더라면 내 마음은 좀 더 멀어졌을지도 모른다. 이 책의 저자가 이런 말을 하고 싶어 하는구나 하는 것은 알겠으나 그것을 전하기 위해서는 좀 더 구체적이고 다양한 에피소드가 더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이 책의 본문 중에서 내가 기억하고픈 문장이 있다. 


“텍스트 언어가 하나의 장벽일 수 있듯 표지도 장벽을 만들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핵심 문장이다. 


“책 표지_강요된 정체성/

우리가 입는 옷이 언어나 음식처럼 정체성, 문화 소속을 표현해준다. /

난 질문을 피하기 위해 글을 쓰지만 대답을 찾기 위해서도 글을 쓴다.” 



책의 만듦새 혹은 만들다 보면 생각거리가 참 많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그런 이야기를 적어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아니 그런 이야기를 담은 책을 만들고 싶다. 그 책은 나 혼자만의 책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책이다.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 없을 것이고 나도 그중 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이야기는 그 이야기에 관심 갖는 사람들도 많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경험으로 배웠다. 그래도 책공방에 있는 동안 잘 배웠다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는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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