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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들레 Feb 23. 2022

내 속에 솟아오르려는 건 무엇일까?

내면으로 가는 길

  

헤르만 헤세 <데미안>         



"내 속에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7쪽)


 




 고전소설 <데미안>은 노벨 문학상을 받은 헤르만 헤세 '내면으로 가는 길'을 주제로 '싱클레어'라는 주인공 시점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10대 소년 싱클레어는 서서히 사춘기에 접어든다. 지금껏 살아오던 집이라는 공간에 '두 세계'가 공존하고 있다는 걸 깨닫기 시작한다. 모범적인  가톨릭 집인 '하나의 세계'와 이웃.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다른 세계'로 비친다. 다른 세계를 동경을 하게 되고 공립학교에 다니는 불량소년 크로머를 두려워하면서도 그에게 인정받고 싶어 한다. 싱클레어 결국 이웃집 과수원의 사과 서리를 거짓말로 꾸미게 되고 크로머는 이를 빌미로 2마르크를 뜯어내기 위해 협박을 시작한다. 이젠 집에서 소속감을 느낄 수 없다. '나락으로 떨어졌다'라는 고뇌가 지속된다. 


라틴어 학교에 '데미안'이라는 학생이 전학을 온다. 첫인상을 이렇게 표현한다. "보기보다 훨씬 더 나이가 든 것 같았고 그 누구에게도 소년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았다. 어른처럼. 아니 그냥 어른이 라기보다는 신사처럼 낯설고 성숙하게" (36쪽) 결국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다가 온다. 더 이상 싱클레어는 크로머로 인해 괴롭힘을 당하지 않게 된다. 데미안은 < 카인과 아벨>에서 '카인의 표식은 살인자의 표식이 아닌 용감하고 강한 자의 표 식일 수 있다'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한다. 싱클레어는 지금껏 진리로 여기던 사실과 달라 혼란스럽다. 데미안과 한동안 교제가 없다.


싱클레어도 도시로 나와 상급학교에 진학하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아웃사이더로 지낸다.다른 세계에 속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술에 찌든 삶을 살고, 학교도 퇴학당할 지경에 이른다. 어느날 아름다운 소녀를 본 순간 '베아트리체'라고 이름짓고 그림까지 그리기 시작한다. 그림은 베아트리체 아닌 데미안을 닮았다.그가 미치도록 그리워진다.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꿈속에 나왔던 자신의 대문에 그려진 문장의 새를 그리기 시작한다. 직감으로 데미안에게 그림을 보낸다. 학교 수업 중 책 사이에 끼어 있는 쪽지를 발견한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 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123쪽)


그때부터 싱클레어는 '압락사스'에 대한 탐구에 들어간다. 압락사스는 '선과 악이 함께 공존하는 신'이다. '내면으로 가는 길' 두 번째 조력자가 나타난다. 교회 오르간을 치던 피스토리우스다. 그는 압락사스를 위한 교단을 꿈꾼다. 우정을 쌓아가지만 결국 피스토리우스도 알에서 깨어나지 못한 걸 깨닫고 싱클레어는 그와 결별한다.  간절히 무언가 원하는 밤 어떤 알 수 없는 얼굴을 그린다. 필연으로 데미안과 재회하게 되고 결국 그림 속 주인공인 데미안 어머니 에바 부인을 만나게 된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시선은 성취였다. 그 인사가 뜻하는 것은 귀향이었다."(187쪽) 싱클레어는 에바 부인으로 인해 영혼의 갈증을 채운다. 


데미안은 서서히 다가오고 있을 전쟁을 예언한다. 결국, 제1차세계대전은 발발했고 데미안과 싱클레어는 참전을 하게 된다. 싱클레어가 폭격으로 죽을 고비를 넘길 즈음 데미안이 찾아온다. "내가 네 안에 있다는 것을. 알아듣겠지?(221쪽) 그가 입맞춤을 해주며, 싱클레어는 살아난다. 성인이 된 싱클레어는 데미안을 회사하며 마무리한다. 



그와 완전히 닮아 있었다. 그와 내 친구이자 나의 인도자인 그와(222쪽)



<데미안>을 세 번째 읽는다. 문구 하나하나를 깊이 음미하며 읽다 보니. 뚜렷하게 보인다. 작가 헤르만 헤세의 질풍노도 사춘기와 가족이 아플 때 '내면으로 가는 길'에 대한 고뇌를 담아 썼기에 '싱클레어'를 자신으로 투영하고 '데미안'을 내면의 자아로 표현한 것으로 생각된다. 사춘기가 시작되면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살아온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아를 찾고 싶어 한다. '알'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날아가는 '새'가 되는 길은 힘들 수밖에 없다. “내 속에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7쪽) 내면을 찾아가는 과정 중 반복되며 등장하는 '압락사스'는 '인간은 선과 악을 함께 지닌 존재'라는 것을 암시한다. 전쟁은 <데미안>을 쓰게 된 또 다른 배경이 된 듯하다. 독일인인 헤르만 헤세는 죄 없는 수많은 영혼이 전쟁으로 희생된 걸 비참하게 여겼다. 전쟁에 참전하되 전쟁을 일으킨 공동체를 비판하기도 한다. 결국 1차 세계대전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 싱클레어는 데미안과 입을 맞추며, 진정한 내면과 하나가 되며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데미안>에 대한 잔상은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는다.

내 안의 솟아 오르려는 또 다른 나는 사춘기 뿐만 아니라 죽을 때까지 고뇌하며 찾아야 하는 내면의 성장을 의미 하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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