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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들레 Jan 04. 2023

나는 어떤 부모인가?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부모가 되자.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

민음사  1997-8월 1일 초판 / 12021-6-21 92쇄 판  


헤르만 헤세 (1877-1962)

독일. 선교사 아들. 시인이 되고 싶어 수도원에서 도망쳐 시계공장. 서점 견습생으로 경험을 쌓고.

15살 자살기도. 정신 병원 질풍노도 사춘기를 보낸다.

1903(26세) <수레바퀴 아래서> 출간

1919(42세)  개인적인 삶의 위기. 내면으로 가는 길 <데미안> 출간

1차 대전 후. 평화주의를 사랑하던 헤세는 결국 스위스로 이주하게 된다. 그림. 음악에 빠진다.

45세 <싯다르타> 출간. 69세 노벨문학상. 85세 영면에 든다.

마음의 평화를 주는 헤르만 헤세 그도 사춘기 폭풍과 같은 사춘기를 보낸다.

평화주의. 글. 그림. 음악을 사랑한 헤세의 영혼이 글을 읽다 보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헤세가 <수레바퀴 아래서>를 출간한 건 20대였다.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거친 후. 내면으로 가기 위한 준비단계였다.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는 헤세의 사춘기 방황을 담고 있어. 독자에게 전해주는 메시지가 세대별로 다르게 다가온다. 40대 중반 나에겐 아들을 위한 육아서가 되어준다.




요제프 기벤트라는 속물적. 예술성이 메마른 평범한 사람이다. 아들에 대한 자부심이 높다.  아들 한스 기벤라트는 재능 있는 아이다. 한스는 마을에서 유일하게 신학교에 입학시킬 인재로 키워진다. 교장. 목사 등 매일 지적으로 채우느라 영혼의 양식은 메말라간다.


''무리해서는 안 되는 거라고! 일주일에 한두 번쯤 산책을 하도록 하려무나. 산책이란 꼭 필요할뿐더러 기적을 일으키기도 하거든''p16


아버지는 한스에게 산책뿐만이 아닌 산책 중 공부를 얘기하고. 한스는  자만심이 차올라  산책 중에도 공부를 한다.  다크서클 가득한 피곤한 눈으로 어슬렁 거린다. 주 시험을 보러 가기 전 한스는 모처럼 여유롭게 산책을 하며  행복했던 어린 시절(낚시질. 수영. 자연과 함께한 시간)을 떠올리며 행복하다 다시 애수에 젖는다.


'어린 소년의 아름답고 자유로운 거친 즐거움이 그토록 멀어져 간 것만 같았다.'p19


한스는 자의식을 건드리는 구둣방 아저씨 플라이크를 피하게 된다. 울부짖고 싶어 소중한 추억 토끼집을 산산이 부숴버린다. 왜? 토끼집을 산산이 부숴버린거린걸까?

다시 되돌아갈 수 없는 행복한 순간을 지워버리기 위한 몸부림이 아니었을까?

지친 한스는 유일한 '자기만의 자그마한 방'에서 '다른 모든 것을 뛰어넘어 보다 높은 존재의 영역'을 꿈꾼다. '자기만의 자그마한 방'이 갖는 의미가 애틋하게 다가온다.


시험 첫째 날  한스는 '취소실에 갇혀 있는 범죄자'처럼 두렵고 불안하다.

두 번째 날 어려운 시험을 마치고 나오며 '더 이상 여기서 도망칠 수 없다는 느낌'에 사로잡힌다. 고향집이 그립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태어나 처음으로 혼자 고향행 기차를 타고 가냘픈 몸을 강물 속으로 뛰어들며 위안을 받는다.


''혹시 제가 시험에 떨어지게 되면. 김나지움에 다녀도 될까  해서요.''p43


시험에 떨어질 거라 확신한 한스는 대학은 꼭 가고 싶다. 가난한 아버지는 화를 내고 만다. 신학교. 대학. 김나지움에 가지 못하면 '가련한 여느 사람들'처럼 살 거라는 분노. 고뇌로 괴로워한다. 치열한 두뇌 경쟁 속 명문이 아니면 대학은 엄두도 지 못하는 현대 아이들의 정신적 고통이 느껴진다. 인생을 꽃피우게 하는 것이 명문대가 기준이 되진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합격 소식을 듣고. '낚싯대가 전부'인 행복한 여름 방학을 시작한다. 모든 식물. 동물 자연의 소리. 색감. 행동이 세세히 마음속에 들어오고 '다시 한번 어린 시절의 세계'들어가는 행복한 여유시간을 맞이한다.


짧은 행복감이 지난 후. 방학 동안 목사와 교장은 한스를 위해(?) 개인 과외를 시작한다. 여유로운 시간들이 다시 식으로 빡빡히 채워지기 시작한다.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한스는 다시 우울해진다.


'하지만 왜 그래야 하는 걸까? 그것은 한스 자신도 알 수 없었다.'p65


승리에 대한 도취감은 자신감에서 '성취감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바뀐다.

승리에 대한 도취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 수많은 시험을 경험하게 해주는 부모들. 지난 시기를 돌아보며 점수라는 숫자로 인해 아이가 원하지 않은 또 내가 원하지 않은 성취감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치달았던 건 아닐까?




유서 깊은 마울브론 수도원 신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은 자신만의 개성을 지니고 있다. 부모들은 흐뭇한 미소로 입학식을 관람한다. 앞으로 아이들에게 주워질 혜택만을 생각하되 고난의 시간은 무심한듯하다.


'아버지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이러한 선물이 공짜로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p93


 헬레나방엔 엘리트. 냉소 주의자. 예술가. 구두쇠. 이기주의자 등 삶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캐릭터가 친구로 등장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개성 있던 친구들은 '화학반응 침전물과 흡사' 해진다.


예술가 헤르만 하일너와 생명. 영혼을 그려보듯 남다른 우정이 시작된다.

너무도 다른 하일너에게 한스는 '전염'된다.하일너는 한 사건으로 '낙인'찍히고 만다.한스는 우정과 공명심으로 갈등한다. 결국 공명심을 선택한다. 성탄절이 지난 후.  조용한 친구 힌딩어가 연못에 빠져 죽게 된다.

그때부터 한스는 다시 하일너에 대한 죄책감이 고개를 든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소년의 가슴에 상처를 입히면서도'p134


선생들은 아이가 죽은 후에야 소중한 가치를 되새긴다. 우리의 삶 속에서도 그렇다. 한층 성숙해진 한스는 하일너에게 손을 다시 내민다.


'서로의 존재에 대한 야릇한 행복감과 은밀한 무언의 일체감이 넘치는 그런 나날들이었다.'p141


헤세의 학교. 교육에 대한 비판이 날카롭다. 시공간을 초월한 교육의 질적 빈곤함은 뿌리 깊다.

'귀중하고 심오한 젊은이들을 뿌리째 뽑아 버리기 위하여 혈안이 되어 있다'p143
'아무튼 지치지 않도록 해야 하네. 그러지 않으면 수레바퀴 아래 깔리게 될지도 모르니까.'p146

성적이 떨어지는 한스를 불러 교장이 건네는 말이다.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지치면  수레바퀴아래에 깔려서 인생에 낙오자가 된다는 의미인가?

'마치 자신이 검은 대지를 투명한 유리처럼 꿰뚫어 보거나. 혹은 신이 자기를 쳐다보기라도 하듯이'p149


 어느 순간 한스는 자신의 내면으로 향하는 내적인 환영을 보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스스로 내적. 육체적으로 성장한다. 하일너와의 우정이 강할수록 학교와 친구들과는 벽을 더 쌓아간다.

어느날 하일너가 학교에서 사라진다. 한스는 두렵고. 하일너는 도망쳐 나와 숲속에서 자유로운 새가 된다. 하일너는 영웅이 되어 전설로 남는다. 하지만 한스는 문둥병자 다름없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선생님들의 냉대에 한스는 상처받게 된다.

왜 누구를 위해 밤늦게까지 공부를 해야만 했고. 좋아하던 것들을 빼앗아가 버린 걸까?


 '지칠 대로 지친 나머지 길가에 쓰러진 이 망아지는 아무 쓸모도 없는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이다'p173  

결국 신경병으로 집으로 돌아온다. 아버지는 아들을 조심스럽게 정신병자 취급한다. 한스의 마음과 육체는 더욱 병들어가고. '무가치한 존재'로 느껴질 뿐이다. 마을 목사의 애정이 필요하건만 그는 지식만을 남김없이 주었을 뿐이다.

고통. 고독에 던져진 한스에게 '위로자의 가면' 죽음에 대한 생각이 파고들기 시작한다. 몽유병자. 어린아이처럼 체념으로 자살을 준비한다. 희망을 꿈꾸며 어린 시절의 발자취를 찾아간다. 즐겨 놀던 암흑 '매의 거리'엔 사랑하는 헤르만 레히텐하일의 죽음. 유혹스러운 아슬한 추억들이 있다.


 '건강한 삶에는 나름대로의 내용과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 목적 내용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p198


회복이 어렵다. 자살은 지웠지만. '우울증'이 깊어지지만  '생에 집착'이 아직 남아있다.


'왜 심장의 고동이 심해지고. 호흡이 가빠지는지 알 수가 없었다'p208  

플라이크 아저씨네 집에서 사과즙을 짜다 조카 '엠마'에게 사랑을 느낀다. 사랑으로 다시 생기. 활력을 찾은 한스. 기계 견습공이 되기로 한다. 오랜 친구 아우구스트는 한스에게 말한다.


"모든 게 손으로 만든 거라고. 나사까지 말야. 눈을 크게 뜨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해."p224


이젠 머리에서 손으로 살아야 하는 삶을 맞이한다. 떠나버린 엠마. 다시 분노와 불행에 빠져버린 한스. 기계공 견습생을 받아들이고 그들과 함께 서서히 어울린다.


 거나하게 취한 날 밤


 '온갖 불쾌한 감정과 고통스러운 불안감. 혼돈에 싸인 상념 때문에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자신이 더럽혀지고. 모욕을 당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p258


밤새 기다리던 아버지 앞에 한스는 강물에 빠져 싸늘한 시체가 되어 집으로 돌아온다.

플라이크는 아버지에게 선생님. 어른들 모두 한스에게 소홀했다는 걸 인정하자고 한다. 재능. 꿈이 많던 한스는 자살인 듯 타살인 듯  너무 일찍 인생의 문을 닫아버린다. 강물이 너무나 따뜻하고 편안한 기분이라 돌아갈 집이라고 생각한 걸까? 한스에게 강물은 어떤 의미였을까? 죽음은 자살이었을까? 평소 강물에 평화롭게 몸을 맡기듯 술김에 강물에게 위안을 받고 싶었던 것일까?




15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은 교육 시스템씁쓸함을 느낀다. 한스를 통해 교육제도에 휘둘리는 아이들이 안타깝다. 이젠 어른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지 더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나는 어떤 부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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