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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로케 Jun 25. 2023

Fahrenheit 451(레이 브래드버리)

Fahrenheit 451(화씨 451로 통일하겠다.) 을 처음에 읽을 때, '도대체 이건 무슨 세상인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보통 책을 읽을 때 (특히 원서는 더더욱) 그 배경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면서 책 속 세상을 구축하는데 '화씨451'은 묘사도 많고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가져서 머릿속에 그려 지지가 않았다. 그나마 책을 읽고 이런저런 글을 참고하면서 후반부로 갈수록 이해가 됐는데, 여전히 궁금한 점이 꽤 있는 책이다.


'화씨451'은 책이 불타는 온도라 한다. 이 책은 책이 없고 미디어에 지배당하는 사회를 묘사한다. 레이 브래드버리는 미래학자인가라는 생각이 든 게, 이 책 1953년도에 나왔다. 그런데 책 속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상은 2023년과 비슷하다. 예를 들어, tv parlor (벽걸이형 tv), seashell radio(무선 이어폰), two-way communicator (이걸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무전기 같은 거다)를 어떻게 1953년에 생각해냈지?라는 생각이 든다. 


책 속 주인공 몬태그(Montag)는 소방관으로 책을 불태우며 살고 있지만 단 한 번도 '왜?'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화씨451'에 나오는 사람들 모두 '왜?'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유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모두 죽거나 추방당했다. 조금이라도 불편한 감정이 생기지 않도록 책을 다 태워버렸다. 그래서 '화씨451'에 묘사된 나라엔 토론도, 갈등도 없다. 섹슈얼 책(야한 잡지라 하겠다), 만화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몬태그가 소방관이 된 이유도 뭔가 하고 싶어서라기보다는 집안 대대로 내려온 직업이라 선택한 것뿐. 자기 결정권이 상실된 나라를 묘사한다. 


요즘 세상도 그렇지 않나. 미디어와 콘텐츠가 발전할수록 관계는 좁아지고 나중엔 상실된다. 자기결정권보다는 누군가의 지시대로, 그렇게 살았으니까 살아간다. 그래도 아직 우리는 생각과 토론이라는 걸 하지만, 미디어에 잠식당하는 순간 생각도 토론도 사라질 것 같다. '화씨451' 속 세상이 언젠가는 올 것 같다. 


개인적으로 몬테그를 압박하고 책을 불태우고 생각을 말살시키는데 앞장서는 캡틴 Beatty라는 사람이 매우 궁금하다. Beatty가 몬테그를 혼낼 때, (몬테그가 책을 들고 도망치다 못해 숨겨버린다.) 그는 각종 문학을 인용한다. 그의 언쟁에는 각종 인문학과 고대문학이 범벅되어 있다. 심지어 그의 직분은 그냥 firefighter captain이 아니라 literature firefighter다. 즉, 문학을 불태우는 담당자다. 문학적 소양이 높은 걸로 보아 그도 책을 읽었던 것 같은데 어쩌다 저 지경이 됐는지(...) 매우 궁금하지만 레이 브래드버리는 Beatty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지 않는다. 그래서 더 호기심이 갔다. 


환상문학(??), SF 문학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이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각자가 느끼고 해석한 디스토피아와  캡틴 Beatty에 대해. 그리고 마지막 챕터에 등장한 요한계시록의 tree of life를 어떻게 해석했는지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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