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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로케 Jul 30. 2023

Life of Pi (Yann Martel)

썸네일을 바꿔버렸다. 썸네일에 완독한 날짜를 박아버리니, 날짜순으로 업로드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아무도 안 시켰음) 책 리뷰는 많은데 계속 지연되는 게 싫어 빼버렸다. 진즉 이렇게 할 걸 속이 다 시원하다!



Life of Pi는 22년 12월에 읽은 책이다. 월드컵 기간에 읽었던 책이라 솔직히 읽지 말까, 생각도 들었고. 그런데 축구가 죄다 늦은 밤~새벽에 해서 책 읽고 축구 보고 잤던 기억이 난다. 내가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특히 종이책), 책을 읽을 때의 공감각적 느낌이 나중에 오롯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이건 책뿐 아니라, 음악이나 향기, 음식도 그렇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오감을 사용해 행동하는 것들과 상상력을 활용하는 행동은, 그 순간으로 돌아가게끔 마법을 부린다.) 

Life of Pi는 책보다 영화가 더 유명하지 않을까 싶은데, 가전제품 매장에 가면 pi가 바다에 떠 있는 그 장면을 많이 쓰기 때문에.. 나에겐 그런 이미지가 더 큰 소설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줄거리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영민하고 호기심 많은 인도 소년 파이(Pi)가 가족과 함께 이민을 가던 중, 배가 난파하고 호랑이와 단둘이 망망대해를 떠도는 내용이라 하겠다. 다만 이 소설은 정말 이야깃 거리가 풍부하고, metaphor가 너무나도 많이 사용돼서 꼭 한 번쯤 읽기를 추천한다. 그게 원서이건, 한글판이건 상관없다.


처음에 이 책을 접했을 때는 zoology나 종교 등 너무 복잡한 이야기가 나와서 당황했고, 책 볼륨의 1/2을 차지하도록 난파선에 대한 이야기만 나와, 용어도 몹시 생소하고 상상이 잘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너무 지루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책에 더 몰입하게 되었고 마지막 결론에 갔을 때는, 정말 솔직하게 말하면 잠을 잘 못 잤다. 너무나도 끔찍하고 무서워서 이 책을 과연 청소년 권장도서라고 해도 되는가, 싶을 정도였으니까.


이 책은 굉장히 철학적인 책이다. 작가인 얀 마텔이 천재인가?라고 느껴졌을 정도였다. 책은 표면적으로 파이의 ordeal에 대해 이야기하는 듯 보이나, 조금 더 깊게 들어가 보면 파이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복잡하게 꼬인 파이만의 metaphor를 통해, '우리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현실과, 듣고 있는 것들이 과연 진실일까?'라는 생각까지 이르게 된다. 책을 통해서 느낀 점은, 우리는 항상 진실을 마주하지만, 궁극적인 진실을 보기 위해 오랜 시간 쌓인 수많은 metaphor를 걷어내고 현상을 올곧고 바르게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Life of Pi는 종교에 대해서도 많이 다룬다. 예를 들면, 망망대해 보트 위 파이에게 갑자기 날치 떼가 쏟아지는데 이는 물고기를 한 아름 낚는 성경 속 인물 베드로를 빗댄 것으로 보인다. 난파된 선적 이름은 침춤(Tsimtsum)호다. Tsimtsum은 신이 세상을 창조하기 위해 무의 공간을 만들어줬고, 이 무의 공간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즉, 무의 공간에서 인간이 자기의 뜻을 펼쳐 살아갈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난파된 배의 이름이 침춤인 것도, 신이 파이가 있던 공간을 무의 공간으로 만들어 그에게 시련을 주고 성장을 위한 고난을 주는 단계가 필요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영화도 추천하는데,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 게 더 재밌을 것 같다. 영화에서 담지 못한 부분이 더 많기도 하다. 얀 마텔이 이번 여름 세계 도서전인가, 여하튼 한국에 왔을 때 꼭 가보고 싶었는데 가지 못한 게 너무나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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