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진짜 저렇게 길다. 그냥 '이동진 독서법'으로 하고 서브 주제를 달아도 좋았을 텐데,라고 잠시 생각해 봤다. 이 책은 23년에 읽은 첫 책이다. 평소 독서법, 작문법 등 How to..에 관심이 많은 내가 도서관에서 보자마자 한 번에 읽고 싶다 생각한 책이었다. 신년에 읽는 첫 책이 중요하다는 사람도 있는데 딱히 나는 그런 미신은 관심이 없다. 그냥 내가 올해도 책 읽는 습관을 잘 유지하면서 맛있게, 재밌게, 잘 읽어보자, 이런 마음뿐이었을뿐.
책은 생각보다 쉽게 술술 읽혔고 재밌었다. 뒤에 인터뷰 형식으로 된 대담집 같은 것도 있는데 평소 인터뷰집을 좋아하는 내겐 딱이었다. 맨 뒤에서는 이동진이 추천하는 책 목록이 쫙 나와있다. 다 읽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각 분야별로(책 추천도 분야별로 나눠줘서 좋았다) 한 권씩은 읽어볼 만하지 않나 싶다.
여담인데 책 속에서 이동진은 반신욕을 할 때 최대 4시간 동안 책을 읽는다 했다. 문득 그 구간을 읽으면서, '4시간 동안 반신욕을 하면 때가 불어나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때뿐 아니라, 목욕탕에서 나오면 항상 쪼글쪼글 한 손가락과 발가락을 보며 신기해했던 내게, 4시간 반신욕은 쪼글한 손, 발을 넘어 온몸이 흐물해 질 것 같은 느낌이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아 말리고 싶다.
책을 눈에 보이는 곳에 여기저기 두어야 잡히는 대로 읽을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이 공감된다. 이 책을 읽은 후로, 나도 어떻게 보면 이동진 독서법을 실천했다. 정말 말 그대로 '여기저기'에 책을 둬서 소파에 누워서 쉬다가도 책을 들어서 읽고, 아침에 눈 떠서 옆에 책을 끌어다 보고, 그런 생활을 했다. 나쁘지 않다. 이 습관을 되도록 연말까지 유지하고 싶다. 한 권의 책을 다 읽어야 다음 책으로 넘어가는 나만의 강박이자 법칙도 있었는데, 이 책을 읽은 후로 과감히 깨버렸다. 책의 연속성도 중요하지만 여러 권의 책을 읽으며 기억해 내는 방법도 훌륭한 것 같다.
만약 진화심리학에 대해서 한번 알아보고 싶다면 데이비드 버스의 책으로 시작하면 좋습니다. (…) 데이비드 버스의 책을 다 읽은 다음에는 헬렌 피셔의 책을 읽어보는 겁니다. (…) 문학 분약 아닌 경우에는 이런 식으로 한 사람의 저서를 집중적으로 읽는 것보다는 유사한 스펙트럼에 있는 다른 사람의 책을 비교하면서 읽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_이동진 (p.71)≫
마인드맵이라고 해야 하나, 이 구간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나는 호세드 할레이니의 ≪연을 쫓는 아이≫를 읽고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알고 싶어 몇 달 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읽었다. 물론 나는 한 사람의 저서를 읽었지만, 거미줄을 엮는다는 느낌으로 유사한 패턴과 배경, 주제의 글을 읽다 보면 나의 스펙트럼과 지식이 좀 더 깊어지지 않을까, 이런 게 내가 이런 How to... 류의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