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책꽂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로케 Aug 06. 2023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제목이 진짜 저렇게 길다. 그냥 '이동진 독서법'으로 하고 서브 주제를 달아도 좋았을 텐데,라고 잠시 생각해 봤다. 이 책은 23년에 읽은 첫 책이다. 평소 독서법, 작문법 등 How to..에 관심이 많은 내가 도서관에서 보자마자 한 번에 읽고 싶다 생각한 책이었다. 신년에 읽는 첫 책이 중요하다는 사람도 있는데 딱히 나는 그런 미신은 관심이 없다. 그냥 내가 올해도 책 읽는 습관을 잘 유지하면서 맛있게, 재밌게, 잘 읽어보자, 이런 마음뿐이었을뿐.


책은 생각보다 쉽게 술술 읽혔고 재밌었다. 뒤에 인터뷰 형식으로 된 대담집 같은 것도 있는데 평소 인터뷰집을 좋아하는 내겐 딱이었다. 맨 뒤에서는 이동진이 추천하는 책 목록이 쫙 나와있다. 다 읽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각 분야별로(책 추천도 분야별로 나눠줘서 좋았다) 한 권씩은 읽어볼 만하지 않나 싶다. 


여담인데 책 속에서 이동진은 반신욕을 할 때 최대 4시간 동안 책을 읽는다 했다. 문득 그 구간을 읽으면서, '4시간 동안 반신욕을 하면 때가 불어나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때뿐 아니라, 목욕탕에서 나오면 항상 쪼글쪼글 한 손가락과 발가락을 보며 신기해했던 내게, 4시간 반신욕은 쪼글한 손, 발을 넘어 온몸이 흐물해 질 것 같은 느낌이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아 말리고 싶다.


책을 눈에 보이는 곳에 여기저기 두어야 잡히는 대로 읽을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이 공감된다. 이 책을 읽은 후로, 나도 어떻게 보면 이동진 독서법을 실천했다. 정말 말 그대로 '여기저기'에 책을 둬서 소파에 누워서 쉬다가도 책을 들어서 읽고, 아침에 눈 떠서 옆에 책을 끌어다 보고, 그런 생활을 했다. 나쁘지 않다. 이 습관을 되도록 연말까지 유지하고 싶다. 한 권의 책을 다 읽어야 다음 책으로 넘어가는 나만의 강박이자 법칙도 있었는데, 이 책을 읽은 후로 과감히 깨버렸다. 책의 연속성도 중요하지만 여러 권의 책을 읽으며 기억해 내는 방법도 훌륭한 것 같다.


만약 진화심리학에 대해서 한번 알아보고 싶다면 데이비드 버스의 책으로 시작하면 좋습니다. (…) 데이비드 버스의 책을 다 읽은 다음에는 헬렌 피셔의 책을 읽어보는 겁니다. (…) 문학 분약 아닌 경우에는 이런 식으로 한 사람의 저서를 집중적으로 읽는 것보다는 유사한 스펙트럼에 있는 다른 사람의 책을 비교하면서 읽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_이동진 (p.71)≫



마인드맵이라고 해야 하나, 이 구간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나는 호세드 할레이니의 ≪연을 쫓는 아이≫를 읽고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알고 싶어 몇 달 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읽었다. 물론 나는 한 사람의 저서를 읽었지만, 거미줄을 엮는다는 느낌으로 유사한 패턴과 배경, 주제의 글을 읽다 보면 나의 스펙트럼과 지식이 좀 더 깊어지지 않을까, 이런 게 내가 이런 How to... 류의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Life of Pi (Yann Martel)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