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담이지만 '책꽂이' 폴더 모든 글의 썸네일에 날짜를 박아놓아서 과거에 읽었던 책부터 거슬러 올라가는 글을 쓰고 있다. 썸네일을 바꿔볼까 고민도 했지만 귀찮기도 하고 사실 딱히 바꿀 필요를 못 느끼겠어서 그대로 사용 중이나, 마음 한편에서 '이 게으른 녀석아, 어서 빨리 22년 리뷰를 끝내고 23년도 책 리뷰를 하라고!'라는 목소리가 들려 몹시 불편하다.
이 책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네이버 북판'에서 소개를 읽고 찾아 읽게 된 책이다. 예전에 내 퇴근길을 책임 지던 삼대 '판'이 있었는데(네이버 앱 개편 이후 '판' 개념이 아예 사라진듯하다.) 영화판, 북판, 뷰티판이었다. 그런데 영화판은 없어지고 연예판의 하위 카테고리로 들어간 것 같고, 북판은 남아있다. 그런데 구성이나 책 추천이 예전 같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울 뿐이다.
이 책에 대해 이런 소개 글이 나왔다. 1)옷도, 화장도 깔끔한 당신이지만 정작 방은 돼지우리 같은 사람, 2)집에 와서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사람, 3)뭘 해도 재미가 없는 사람, 4)좋아하는 게 기억이 안 나는 사람.. 등등 마치 내 자기소개를 하는 기분이라 냉큼 도서관에 예약하고 빌려왔다.
사실 나는 심리학 책을 잘 읽지 않는다. 그 이유는 대부분 심리 서적에서 설명하는 내용과 솔류션이 거기서 거기고, 책 내용도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한 내용이 반복된다 느끼기 때문이다. 결론만 말하면 이 책은 조금 달랐다. 책이 두껍지만 내용이 쉬운 건 다른 심리 서적과 동일할지라도, 뭔가 내가 직접 실천하고 싶은 내용이 많았고, 이 책을 토대로 생각해 보니 나는 약간 우울한 상태에 있는 사람이라는 결론도 나왔다.
우울한 사람의 시선은 과거에 머무릅니다. 특히 과거의 부정적인 사건에 초점을 맞추고 계속해서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봅니다. 오래전에 겪은 부정적 경험들을 자꾸 되짚으며 다시 상처를 받고 과거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며 우울에 빠지기도 합니다. (…) 과거 긍정 시간관을 가진 사람은 과거에 경험한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좋았던 시절과 기억에 머무르려 합니다. 과거 부정 시간관을 가진 사람은 과거 잘못한 일들에 집착하고 사로잡힌 채 현재를 누리지 못하고 항상 후회와 아쉬움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연구에 따르면 과거 증정 시간관을 가진 사람들은 우울을 경험할 가능성이 낮은 반면 과거 부정 시간관에 편향된 사람들은 우울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우리의 시선이 과거에 부정적으로 머무를수록 쉽게 우울해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바꿀 수 없는 과거를 되짚는 마음, 우울 p.079-080)
과거를 굉장히 곱씹는 나로서, '우울한 사람의 시선이 과거에 머문다.'라는 말이 유독 마음에 와닿았다. 어차피 내 일상은 매우 평온하고 단조롭기 때문에, 냉정하게 따져보면 유독 빛났던 과거의 유산 같은 건 없다. 하지만 끊임없이 내 기억은 '지금보다 과거가 나았다'라고 기억을 조작한다. 그 때문에 나는 현재를 누리지 못하고 후회라는 감정에 범벅돼서 오늘 하루를 날리기 일쑤였다. 책을 읽고 나니 나는 저자가 말하는 '과거 부정 시간관에 편향된 사람'이었고, 원래도 그랬던 기질이 측근 혹은 누군지도 모르는 남과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좀 더 심해졌던 것 같다.
책을 읽고 나를 설레게 했던 작은 일들을 다시 시작해 봤다. 예를 들면, 예전에 나는 우표를 정말 너무 좋아해서 매월 우표를 구독하고, 세계의 우표를 모으기 위해 잉스타를 활성화하고, 포스트크로싱이라는 사이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기도 했다. 물론 이사하면서 우체통이 멀어져 취미활동과 멀어진 것도 있지만, 어쨌든 포스트크로싱 계정을 다시 살렸고 어찌어찌 이것저것 뭔가 해보려 아직도 노력 중이다.
내 감정, 몸의 감각, 내 몸의 상태에 대해 지속적으로 알아차려야 마음챙김이 가능하다는 저자의 말처럼 나에게 일어나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자각하는 연습을 해야겠다. '나 지금 불안하네.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건, 바로 너' 등, 불안 요소를 깨닫는 것도 중요하니 꾸준한 연습만이 답이다.
이유 없이 감정이 가라앉거나, 과거에 집착하거나, 그런 분들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