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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로케 Nov 20. 2023

피라미드 (이스마일 카다레)

국가마다 금서가 있다. 금서에 진짜, 가짜를 분류하는 건 별 의미가 없겠지만, 가령 앞전에 소개했던 'the kite runner'는 금서는 맞는데 이제 국가에서 지정한 금서라기보다는, challenged book이 맞을 것 같다. (위스콘신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부모들이 '학생들이 읽기 부적합한 책'이란 의견을 보냈고, 그로 인해 몇몇 주의 학교에서 banned book으로 지정됐다.) 

이스마엘 카다레의 '피라미드'는 금서다. 진짜 금서다. 알바니아어로 읽을 수 없는, 이 책을 읽으려면 다른 나라 언어로 읽어야 하는 금서다. 왜 금서로 지정되었는가 찾아보니, 이스마엘 카다레가 나고 자란 알바니아는 공산주의 국가인데, 독재 정치의 끝판왕이었던 엔베르 호자를 책에서 비판해서 금서가 됐다. 실제 책은 비유와 상징이 가득하다. 엔베르 호자에 대해서는 단 한 글자도 나오지 않지만, 높고 거대한 피라미드에 눈이 멀어 백성들의 뼈와 살을 깎고 무수한 사람들을 죽게 만든 이집트의 왕 쿠푸(Khufu)가 엔베르 호자에 빗대어 등장한다. 

쿠푸는 이집트 피라미드 중, 거대한 대피라미드를 지은 왕이다. 쿠푸는 신하들을 통해 백성들의 노고를 듣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왕이 모든 걸 결정하고, 심지어 백성들의 평화와 행복까지도 결정하는 독단적이고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엔베르 호자의 독재정치를 강하게 비판한다. 실제로 엔베르 호자는 유럽 침공을 대비하여 벙커 75만 개를 만들었다 한다. 지금은 흉물이 되었다고 하는데, 뭐가 두려웠을지 모르지만 흉물이 된 75만 개의 벙커는 백성들을 착취하여 만든 것 아닐까. 피라미드를 만들기 위해 벽돌 한 장 올릴 때마다 팔이 뜯겨나가고, 생명까지 잃는 것으로 묘사되는 책 속 내용처럼.


기자의 대피라미드. 쿠푸의 무덤이다. (출처: 나무위키)

이스마엘 카다레는 책 '피라미드' 발간 후, 프랑스로 망명 신청을 해 프랑스에서 살았다. 아무래도 엔베르 호자의 독재정치 하, 고국에서 살아가는데 위협을 느꼈기 때문 아닐까. 엔베르 호자가 자리에서 물러난 후, 이스마엘 카다레는 대통령 자리를 제안받았는데 거절했다 한다. 그는 자신의 뛰어난 재능을 따라 문인으로 살기를 희망했고, 그 때문인지 대중의 머리에 뛰어난 문인으로 각인된 듯하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고 엔베르 호자보다, '진짜 피라미드가 사람들의 뼈와 살을 깎아 만든 무시무시한 건축물인가?' 싶어서 좀 더 찾아보니 (책에서는 예를 들어, 내가 벽돌 999번을 놓는 사람인데, 벽돌에 대고 기침만 해도 질병을 불러오는 벽돌을 놓는다고 참수를 당하거나 하는... 일이 그려진다.) 피라미드는 저렇게 무자비한 방법으로 건축하지는 않았다 한다. 책을 읽고, 이집트와 피라미드에 대해 좀 더 공부해 보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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