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인덱스를 잔뜩 붙인 책
작년 11월쯤 읽은 책이다. 꾸준히 일기도 썼고, 나름 블로그에 글도 열심히 썼고(회사 사람에게 들켜서 게시물 통째로 옮겨버렸지만ㅋㅋ), 이것저것 쓰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많은 흥미를 줬던 책이다. 무엇보다 띠지에 있는 '대한민국 1호 기록학자'라는 말에 흥미가 갔다. 책을 읽고 '기록학'이라는 게 있는지 처음 알았다. 어떻게 보면 기록이라는 건, 아주 오래전부터 매우 중요시 되던 행위인데 (역사 기록을 통해 우리가 과거를 알 수 있는 것처럼) 그런점을 간과하고 살았던 건 아닌지 반성이 됐다.
저자는 기록을 통해 나를 알 수 있고, 또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흔히들 말하듯이, 내가 두려워하는 것과 그 이유를 써보면 두려움과 마주하게 되고 결국 극복도 가능하다고 하지 않나. 저자도 비슷한 말을 한다. '거인의 노트'는 다른 비슷한 책과 달리 초반부에는 구체적으로 기록하는 법을 알려주고, 뒤로 갈수록 인생으로까지 확장되는 내용이라 좀 더 인상깊었다. 정말 인상깊었는지 책을 읽고 작성하는 노션 노트를 보니, '오랜만에 기분 좋은 자기 계발 서적을 읽었다.'라고 쓰여있었다.
줄줄 나열하는 글보다는 키워드로 메모를 작성하라는 말, 노트를 종류별로(생각노트, 대화 노트, 지식 노트 등) 구분하고 일주일에 한 번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무엇보다 저자는 업무공간을 나누는 것이 기록 정리에 도움이 된다 했는데, '공간을 나누라'라는 말은 최근 읽은 Atomic Habits에도 나온 말이라 책은 읽을수록 서로 연관되는 부분이 많구나,라는 걸 느껴서 신기했다.
생각해 보니 몇 년 전에 '오늘의 대화'라는 주제로 에버노트에 대화를 기록한 적이 있다. 몇 달 정도 하다가 그만뒀는데, 다시 해볼까 싶기도 하고. 내가 인사이트를 잘 뽑아내지 못하는 건지, 아니면 내 대화들은 시시껄렁한 농담들로 가득 차서 그런지, '오늘의 대화' 프로젝트를 이어갈 만한 '거리'를 찾지 못했다. 작가처럼 노트를 분리하면 2-3권의 노트를 들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조금 어려울 것도 같지만, 한 권의 노트에 그날 그날의 대화나 생각이나, 아이디어/지식을 적는 건 좋은 것 같다.
하루에 한 번, 이렇게 떠오른 지식들을 종류별 노트에 기록해 둔다. 책이나 강의를 들으며 알게 된 것들은 지식 기록 노트에, 대화 중 깨달음을 준 내용은 대화 기록 노트에, 또 일과 관련된 노하우는 일 기록 노트에 적는다. 출처별로 기록 노트를 만들어 두고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것들은 따로 모은다. 이렇게 적으면 하루에 두세 개의 정말 도움이 되는 기록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반드시 시간을 정해서 1주일에 한 번씩 메모를 재요약하거나 되새김을 해야 한다. (p.164)
나같이 기록은 하지만 뭔가 변화를 느끼기에 어려운 사람이나 초심 기록자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하지만 다른 자기 계발 서적처럼 실천하지 않으면 도루묵이라는... 나 역시 다시 이 책을 블로그에 정리한 김에 책에 나온 내용을 조금이라도 실천해야겠다 생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