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인스타에서 광고글 같은 걸 보고 산 책이다. 요즘은 또 그런 계정이 많이 없어졌는데... 예전엔 진짜 어그로꾼들처럼(ㅋㅋ) 책의 핵심 내용만 딱 만화처럼 구성해서 되게 흥미를 유발하는 콘텐츠가 많았다. 여하튼, 그런 콘텐츠에 이끌려 이북으로 샀던 책이 '위저드 베이커리'다.
3월인가 4월에 이북 '팔마'를 들였다. 잠시 팔마를 자랑하겠다.(광고 아니다. 누가 나에게 팔마 광고를 주겠는가. 내돈내산이다.) 오닉스 팔마는 휴대폰만 한 사이즈로(내 아이폰 14보다 조금 더 크다) 미니백을 선호하는 내게 신세계를 보여준 이북리더기다. 물론 이렇게 너비가 좁은 기계로 활자를 읽는 걸 불편해하시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팔마를 들이고 킨들에서 원서 한 권을 구매해 읽었고, 다수의 이북을 읽는 등.. 사실 조금 솔직하게 말하면 팔마 산 돈이 아까워서 더 자주 이북을 읽으려 하는 게 있다.. ^.^..
갑자기 뭔 팔마 타령하고 헛소리냐, 하실 수 있지만, 정작 하고 싶은 말은 이거였다. '팔마를 사고 나서 무게감에 대한 부담이 없으니, 더 자주 이북을 읽게 됐다.' 여하튼 구병모 작가의 '위저드 베이커리'도 몇 년 전에 사 놓고 읽지 않다가 팔마로 읽게 된 책 중 하나라는 거.
위저드 베이커리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마법사?가 주술을 넣어서 빵을 굽는 베이커리를 의미한다. 실제 내용도 그런 내용이긴 하다. 다만 이 책 '창비청소년문학'인데 이거 청소년 책이 맞나? 싶어서 여러 번 찾아봤다. 내용이 생각보다 가볍지 않고 무겁다. 의붓 아빠의 추행, 아동학대부터 시작해서 중간에 나오는 에피소드는 깜짝을 넘어 충격적이었다. (스포가 될까 봐 말하지 않겠다.)
말더듬이 주인공이 역경과 고난을 이겨낸 성장소설이라고만 말하기엔 조금 많은 비약이 있다. 어둡고, 유쾌하지만은 않은, 그런 책이다. 몇 년 전에 청소년 소설을 읽은 기억이 있다. '그날 밤 우리는 비밀을'이라는 소설이었다. 대부분의 청소년 소설이 학교와 친구들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다면, 구병모 작가의 '위저드 베이커리'는 학교 밖, 그리고 가정과 그 주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오히려 나는 구병모 작가가 '가정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정의하고 '가정'이 꼭 '집'에 국한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를 한 게 아닐까 싶다. 소설 속 주인공에게 있어 가정이란 위저드 베이커리가 아닐까.
'바로 그 순간', p.270
이 책을 읽고 구병모 작가의 다른 소설도 관심이 생겼다. 조만간 '아가미'나 '파과'라는 소설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