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있다면 바꿀 수 있어.
오늘은 분짜를 먹어야겠다 생각했다. 재택근무를 종종 하지만, 회사 방침이 바뀌며 보다 자주 사무실에 가고있다. 7-16시 업무이기 때문에, 새벽 4시 반이면 눈을 뜬다. (집이 멀어 첫 차를 타야 한다.) 오늘 나의 원동력은 분짜다. 일어나며 생각했다. ‘꼭 분짜를 먹어야지.’
유독 더웠다. 습식 사우나 같은 공기를 헤치고 20분을 걸어 식당에 도착했다. 음식이 나오자 고생한 보람이 있다 생각했다. 종지그릇에 따로 나온 짭짤한 피시소스를 붓고 슥슥 비볐다.
맛있다. 아삭한 숙주도, 묘하게 튼튼한 면발도, 크럼블 같은 고기도, 모두 맛있다. 누구나 아는 그 맛인데 좋다. 세숫대야만큼 커 보였던 음식이 금세 사라졌다.
두 아이를 낳고 회사를 관둘 수밖에 없었던, 회사일을 마무리 짓지 못해 새벽 네 시마다 메일을 보내고 쪽잠을 자야 했던, 이제는 얼굴만 희미하게 기억나는 대리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어렸을 적엔 꿈과 커리어가 우선이었는데, 지금은 돈만 있다면 꿈은 내려 놓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며 깔깔 웃었다. 나이가드니 꿈을 따라간다는 게, 마음속에 아직 열정이 있다는 게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