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있는 그대로를 본다.
누군가에겐 우스울 수도 있지만, 나는 업무가 아닌 이상 주말에는 서울에 가지 않는다. 이유는 하나다. 주말까지 복잡한 서울에서 고통받고 싶지 않아서.
그런데 이번 주는 달랐다. 어찌어찌하다 번개 모임이 결성됐다. 강원도에서 오는 두 명(이중 한 명은 이전 글에 등장했던 아프리카 친구다. 몸이 아파 잠시 한국에 왔다.), 그리고 나. 장소는 서울. 무조건 가야지.
1차 장소는 일본식 라멘집.(나는 이날 태어나 처음으로 단순 대화를 위해 카페를 세 번가고, 식당을 두 번 갔다. 이 정도면 숙소를 대관하는 게 낫지 않나 싶었다.) 다른 사람들이 평범한 라멘을 고를 때 나는 육수가 진한 진라멘을 골랐다.
사골국물이 굳었다 녹은 듯한 끈적이는 비주얼. 순간 ‘괜히 이거 골랐나’ 싶었지만 눅진한 맛이 나름 괜찮았다. 맵찔이지만 청양고추를 있는 대로 부었더니 그렇게 느끼하지도 않고, 같이 나온 유자 단무지를 먹었더니 입 안은 금세 상쾌.
아프리카 친구는 2년 전에, 강원도 언니는 작년에 따로 만났지만 세 명이 같이 모이는 건 3년 만이다.
3년 만에 만나도 어제 같다. 서로 변했지만, 더 나아진 모습도, 못나진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서로 있는 그대로를 본다. 좋다. 마음이 충만해진다. 좋은 만남, 식사가 주는 행복을 정말 오랜만에 맛봤다. 말 그대로 ‘다정한 식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