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키우면 이런 기분이겠다는
15살 어린 아는 동생을 서울에서 만났다. 같은 땅덩어리인데 서울에서 2시간 20분 떨어진 우리 동네와, 서울 한복판에서 보는 아이의 느낌이 사뭇 달랐다.
시작은 살치살 스테이크와 바질 오일 토마토 어쩌고 파스타. 그리고 샐러드. 푸드파이터에 빙의했다. 둘 다 주린 배를 참고 만나 게눈 감추듯 먹었는데, 문득 음식이 맛있는 건지, 너무 굶어서 맛있는 건지 헷갈렸다.
식사 전, 샐러드를 먹는다. 혈당 그런 거 때문이 아니다. 배고파 죽겠는데 저것만 나와서다. 토마토, 치즈, 귤의 조화가 훌륭하다. 뒤이어 나온 스테이크. 미디엄으로 구웠지만 약간 질기다. 위에 얹은 양파, 고추 장아찌 같은 양념이 맛있다.
감자를 집어 파스타 소스에 찍어 먹었다. 왕감자만 먹다 알감자를 먹으니 뭔가 포슬 퍽퍽한 감자를 알맞게 먹었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부족해 리소토를 추가했다. 밥이 설익었다. 풍부한 트러플 소스가 입 안에서 요동친다. 밥이 설익었다고? 순간 흑백요리사의 어느 대결 중 백종원 아저씨가 ‘이 정도는 이제 사람들이 (설익은게 아니라는 걸)알지.’라고 말한 대목이 생각났다. (결국 밥이 설익어서 대중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그 대중이 나인가보다.)
접시까지 다 긁어먹었다. 분위기 탓인지, 아니면 다른 장소라 그런지 어린 동생은 여러 이야기를 했다. 15살이나 많은 내가 이러쿵저러쿵 조언이랍시고 말하는 게 큰 위로가 될 것 같지 않았다.
이야기를 가만 들어보니, 조언을 구하는 내용도 아니었다. 그저 앞서 살았던 내게 푸념을 하는 느낌이라 조용히 귀담아 들었다. 중간중간 생각을 짧게 말하는 것도 잊지 않고.
애기 때 혼자 화장실도 못 가서 같이 가줬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언제 이렇게 컸을까. 너도 어른이 됐구나. 아이가 어른이 된 게 신기하다. 자식을 키우면 이런 기분이겠다는 묘한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