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도 꼭 해 먹고 싶은 그 맛
삿포로 수프카레를 먹었다. 수프카레는 맛이 어떨까? 눈이 비처럼 쏟아지는 오늘 같은 날을 몹시 싫어하지만, 한국에서 삿포로를 느끼는 거야!라는 마음으로 꾸역꾸역 출동.
수프카레. 말 그대로 국처럼 국물을 떠먹는 카레이다. 일반 카레처럼 카레가 진득하지 않고 물처럼 후루룩 떨어진다. 그 국물은 카레맛이지만 뭔가 먹기에 가벼워 자꾸 퍼먹게 된다.
치즈밥을 같이 시켰다. 누군가가 이 밥과 함께 먹어야 한다기에. 눅진한 치즈 한 장 들어갔다고 밥 풍미가 달라진다. 가벼운 밥이 약간 무거워졌다.
수프카레 속 야채를 하나씩 먹는다. 첫 번째 주자 연근. 바삭바삭한 덜 익은듯한 식감이 맛있군. 두 번째 주자 브로콜리. 머리에 카레국물이 쏙 베어 좋다! 세 번째 주자 꼬치 당근. 익힌 당근의 그 맛. 네 번째, 다섯 번째…
어느덧 그릇을 다 비웠다. 채소가 듬뿍이라 그런지 별로 살도 안 찔 것 같은 건강한 맛. 집에서도 꼭 해 먹고 싶은 그 맛이다.
하나, 둘 나이가 들어가는 우리는 모두 후임 때문에 고생 중이다. 위에서 누르고, 밑에선 올라오는, 중간에 끼인 역할이 내가 될 줄은 몰랐다. 내리는 눈을 보며 먹는 삿포로 카레가 특별하다. (집엔 어찌 갈지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