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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로케 Oct 11. 2021

2021년 3분기를 함께 한 책들

https://blog.naver.com/eazyna/222427058381


3분기가 되었다. 집 앞 걸어서 10분 안되는 거리에 도서관이 있었다. 규모도 작아서 처음에 신경 안 썼는데, 아주 우연히 '그 도서관 아직도 운영 하나?'라는 생각에 7월 말쯤 검색해 본 게 아주 좋은 기회였다. 운영할뿐더러 제법 책 종류도 많아져서, 재택근무를 하는 요즘 말 그대로 '밥 먹듯' 드나들고 있다. 도서관을 다시 발견했을 땐, 괜스레 기분이 좋았다.


이전에 살던 집 앞에도 도서관이 있었다. 굉장히 큰 도서관이라 좌석도 몇 백 개 있었고 지하에 식당도 있었는데, 20살 재수시절에는 거기서 공부도 많이 했다. 오히려 이전 도서관은 너무 커서 '공부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강했는데, 지금 집 앞 도서관은 쪼끄만 해서 공부를 할 만한 좌석은 열 개 정도 남짓이고 온통 책 천지다. 그래서 내겐 '책 빌리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더 강하다. (좋다, 좋다)


1. 무라카미 T -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운 책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읽지 않고(...) 그의 에세이만 읽고 있다. 티셔츠를 주제로 티셔츠를 사게 된 계기 등에 대해 담담하게 쓴 에세인데, 티셔츠를 사랑하는 나로서는 나중에 이런 식으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일반적인 사물을 보고 어떻게 이렇게 시리즈 글을 쓸 생각을 하지?라는 생각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무라카미 티셔츠는 대부분 구제 숍에서 구매한 것들인데, 내가 사랑하는 캐릭터 티셔츠들은 90% 이상이 유니클로에서 구매한 티셔츠다. 음. 글을 쓰기엔 너무나도 스토리가 부족하지 않을까 싶다. 풀 컬러판의 책인데 소장하고 싶어서 구매했다. 만족이다.


2. The midnight library - Matt Haig

: 매트 헤이그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영국 책이다. 그래서 오더블도 영국인 발음이라 갑자기 속이 메슥거려서(죄송..) 중간까지 듣다가 꺼버렸다. 휴. 약간 영화 '나비효과'를 떠올리게 하는 책이었다. 주인공 노라가 자살시도를 하고,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라는 공간으로 넘어가 여러 가지 다른 삶을 선택하고 체험한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깨달음을 얻는다는 건데... 보면서 그냥 마음이 좋지 않았다. 주인공 노라와 내 나이가 비슷하고 (노라언니..) 상황도 비슷하고 (노라언니..!), 여러모로 감사하기 보다는 후회만 하는 노라의 성격도 비슷해서 그런 것 같다. (노라언니...!!!)


이 책을 읽고 '나는 인생에서 어떤 순간들을 가장 후회하고 있나'라고 객관적으로 생각해 봤다. 생각해 보니 내 인생에는 극적인 선택의 순간이나 후회할 만한 모멘텀이 없었다. (a/b 선택 같은) 그저 몇 가지 나열해 보면..

1) 20대 초중반에 인도로 인턴십을 갈 수 있었는데, 두려워서 안 갔다. 갈 걸 그랬다.

2) 돈 때문에 미국 인턴십을 포기했는데 갈 걸 그랬다.

3) 굉장히 사소한 이유로 연애를 많이 못 해본 게 후회된다. (여기서의 사소한 이유는 단순히 개인적으로 자신감이 없어서였다. 살을 빼고 만나자느니, 취업을 하고 만나자느니 등.. 이런 이상한 나만의 이유들)


책을 좀 뒤적거려 봤는데, 또 이런 말을 써 놨다. '삶에서 spark를 발견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기를 써야 한다' 생각해 보니 9월 중순까지만 일기를 쓰고 (딱 백신 1차 맞은 시점에 기록용으로 쓴 듯) 10월은 쓰지도 않았다. 이제 2차 맞아야 하니까.. 또 써야겠다..


3. 슈퍼팬 - 펫 플린

: 회사 동아리에서 읽은 첫 책이다. 회사에서 이렇게 돈도 주고.. (2만 원 책값) 좋은 사람들과 토론도 하게 돼서 이 부분은 참 만족도가 높다. 한참 더울 때 읽었던 책인데, 책 내용은 건더기가 별로 없다. 나 홀로 사이드 프로젝트로 인스타툰을 그리는데, 슈퍼팬에서 '슈퍼팬에게 DM도 보내고 친근하게 행동해라'라고 나왔길래, 혼자 팔로워들에게 DM 보내보려다가 이상한 사람으로 몰릴까 봐 관뒀다. 하핳! 생각으로만 그치길 천만다행이다. 확실히 저자가 외국인인 책은 한국에 적용하기가 좀 어렵다.


4. The graveyard book - Neil gaiman

: 몸이 힘들 때 읽었던 책 '그레이브 야드 북'. 유아, 청소년 도서인데 이런 판타지 소설은 또 오랜만이라서 새삼 재밌게 읽었다. 살인마에게 가족이 살해당한 소년이 무덤에서 유령들의 케어를 받으며 자라는 성장소설인데 영화로도 제작한다는 소문? 이 있다. 오더블에서 graveyard book을 찾아보면, 일반 오디오 북 말고 '캐스팅' 버전이 있다. 추천한다. (보통 오더블은 1인이 남자 여자 혼자 다 하는 약간 1인극 같은 느낌인데, 전원 캐스팅 버전은 여러 명이 나와서 더 재밌다. 진짜 뭔가 이야기책을 듣는 느낌임


처음엔 좀 지루했는데, 뒤로 갈수록 흥미롭고 오히려 마지막에는 소설 끝나는 게 아쉬울 지경이었다. 도서관에 가 봤더니 만화로도 있더라. 그런데 그림체가 내 스타일은 아니라, 그냥 책 보고 상상하기로 했다.


5. 프리워커스 - 모빌스 그룹

: 도서관에 있길래 냉큼 빌려왔다. 읽고 싶었는데! 빌릴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도서관 만세다. 생각보다 휘리릭 읽혔던 게 경험담을 담담하게 말하기도 하고, 그림도 많다. 뒤에는 마케팅 관련된 책도 추천해 주는데 꽤 좋았다. (그래서 추천서 중 하나인 '규칙 없음'을 읽었다.) 네이버 라인 출신의 두 멤버가 '모베러웍스'라는 브랜드를 만든다. 나는 이미 이 지점에서 부러워서 배가 아팠다. 이렇게 뜻이 맞는 친구이자 동료를 회사에서 만나다니.. 정말 축복받은 일이다. 책에서는 모베러웍스의 그간 프로젝트에 대해 담담하게 설명한다. 담담하지만 어려움도 느껴졌다. '모티비'라는 유튜브 채널은 모베러웍스 sns를 통해 미리 알고 있었는데 귀차니즘 때문에 아직도 보지 못했다. 시간 날 때 한 번 꼭 봐봐야겠다는..


6. 미라클 모닝 - 할 엘로드

: 이 책도 도서관에서 빌린 책 중 하나. '기다려지는 아침을 만들어주는 책'이라는 문구가 마음에 든다. 책은 쉽게 읽히고 이 책대로만 살면 나는 슈퍼 영 앤 리치 계열에 합류할 수 있을 것만 같다. 함정은, 새벽 기도가 끝나고 몇 번 미라클 모닝 루틴대로 해보려 했는데 졸려서 7시 출근을 하기 어려울 정도였고, 부작용이 너무 커서 중단했다. 핳..  지금 생각난 김에 10월에 다시 한번 시도해 봐야겠다고 다짐 중.


7. 디앤디파트먼트에서 배운다, 사람들이 모여드는 전하는 가게 만드는 법 - 나가오카 겐메이

: 회사 동아리에서 읽은 책 중 두번째 책. '디앤디' 매장은 이태원 매장만 가봤는데, (작년에) 프라이탁 매장 방문이 주 목적이었다. 그 당시에는 디앤디가 뭐지? 건물 이름인가? 싶었고 아무 생각 없이 프라이탁만 가서 원하는 물건 골라 오고 끝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다시 디앤디에 가서 디앤디의 감성과.. 책에서 말하려 했던 디앤디만의 스타일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디앤디'가 뭔가 전하는 가게, 컬처 스토어, 생각하는 공간, 재활용 가게라는 의미를 가졌다면, 우리나라로 넘어오면서 '힙플레이스' 라는 단어를 장착한 거 아닌가 싶다.


실제로, 제주 디앤디에 방문한 내 친구에게 물어보니, 아래와 같은 대화가 이뤄졌다는 안타까운 현실.

고로케) 디앤디 가서 뭐 했음?

친구) 암 것도 안 함. 걍 사진만 찍고 나옴


8. 생각의 쓰임 - 생각노트

: 도서관에서 빌린 책. 심지어 이 책 내가 도서관에 직접 '도서 신청'해서 받기까지 한 달 반 정도가 소모된.. 기다림의 끝판왕 책이다. 와핫핫! 새 책을 도서관에서 읽는 그 기분이란.. 크. 여하튼, 전부터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던 분인데, 책을 냈다 하여 직접 읽게 된 책. 내가 느낀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콘텐츠를 꿰뚫는 통찰력과, 그 콘텐츠를 나만의 콘텐츠로 소화하는 능력이 필요하다'인데 격하게 공감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독서노트라는 것을 쓰는데, 말이 노트지 그냥 책에서 발췌한 (내가 느끼기) 좋은 부분만 옮겨 적다 보니 나중엔 기억도 잘 안 나고, 실제 내 삶에 녹여내는 부분은 0.1%에 가까운데 이 분 말대로 '타인의 콘텐츠를 녹여 내 생각과 내 콘텐츠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9. How to win friends and influence people - Dale carnegie

: 일단  책이 인생 책인 분들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책이 읽는 내내 너무 고통스러웠다. 영어판으로 읽어서 그럴  있지만.. 책에서 소개하는 방법이 10가지라면 와닿는 부분은 5가지 정도. 데일 카네기가  케이스에 맞는 사례들을 찾고 소개하느라 진땀 났겠다는 쓸데없는 생각도 들었지만,  책에서 개되는 대부분의 내용은 ''입장이 아닌 '타인'입장이 너무 많아서, 개인적으로는 ' 자신을 이렇게까지 굽혀가면서 남에게 맞춰주는데, 당연히 win friends and influence ppl 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인상 깊었던 두 가지는, 다른 사람을 체면을 살려주는 것과 그 사람이 스스로의 중요성을 느끼도록 만들어 주라는 것. 이 두 가지는 나도 실제 업무를 하면서 많이 느꼈던 거라 어디서든 써먹을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주니어 시절에(모든 통제를 받던 시절) 개인적으로 나는 '내가 이 일에 있어서 전혀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라 들었기에 노력조차 하지 않았고, 중요한 회의에 일부러 휴가를 낸 적도 많았다. 경험을 반추해 보니 저 두 가지는 사회생활, 인간관계 모두에서 굉장히 중요한 덕목이더라.


10. 규칙 없음 - 리드 헤이스팅스, 에린 마이어

: 회사 동아리에서 읽은 세 번째 책. 처음 택배 받고 느낀 점은, '와 이거 진짜 두껍네 하핳. 이거 다 읽을 수 있을까. 괜히 이 책 골랐네 젠장' 이었는데 생각보다 내용이 술술 읽히고 공감대가 많이 형성돼서 쉽게 읽혔던 책이다. 업무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인재 밀도'가 중요하다는 점. 나 역시 종종 같이 일하는 상사를 보면서 '저 사람이 어떻게 저 위치까지 왔지? 저 사람은 나보다 돈을 더 많이 받겠지..? 하..'라는 생각을 종종 했기에 이 부분은 매우 공감됐다.


책에서는 넷플릭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들에 대해 나지막이 나열하는데, 책을 관통하는 내용은 제목 그대로 '규칙 없음'이다. 많은 조건과 제약, 규제를 없애고 넷플릭스는 직원, 소위 그들이 말하는 업계 최고의 인재들에게 권한을 준다. 자유에는 책임이라는 대가가 따른다. 넷플릭스의 인재들은 자유롭게 일하지만 그만큼 책임감을 갖고 있다. 최고의 인재들과 어깨를 맞대려면 나도 최고여야 한다. 압박감이 심할 것 같다. 그리고 단순한 궁금증이 있었다. 과연 넷플릭스 코리아도 같을까? 왜냐하면 나는 숱한 외국계 기업들이 한국으로 들어와 '한국식'으로 모든 게 커스터마이즈 되는 것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이 책은 시간 나면 영문판으로도 읽어보고 싶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드는 마음에 드는 좋은 책.


4분기엔 어떤 책을 읽을지, '생각노트' 저자처럼 기껏 읽은 책을 내 삶과 내 생각으로 녹여서 나만의 콘텐츠로 만드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 ̥এ́ ̼ 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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