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쓰나마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로케 Dec 21. 2021

이별을 어려워하는 핑키씨에게

핑키씨, 마무리 인사는 손 편지보다 이렇게 글로 적으려 합니다.

손 편지는 잘 보관하지 않으면 쉽게 잃어버리게 되더라고요. 가끔은 디지털 시대에 맞게 우리만의 이야기도 온라인 플랫폼 어딘가에 박제되는 것도 색다를 것 같습니다. 언젠가 누가 구글링으로 우리 사연을 찾아 인터뷰를 한다든지, 그럴 수도 있겠고요. 또 다른 흑심이네요. (웃음)


핑키씨와의 첫 만남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지만 사실 저는 핑키씨를 회사 행사에서 봤었습니다. 긴 머리를 휘날리고, 피가 쏠렸는지 시뻘게진 얼굴로 씩씩거리며 짐을 나르는 모습을 보며 '꽤 열정적이네'라는 생각도 했었어요. 그 이후로는 만날 연이 없었고, 다시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아요. 하지만 흐릿한 점 하나가 또렷한 선이 되었고, 서로가 만나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공유했다는 사실이 중요하잖아요. 저는 가끔 인간관계가 선물해주는 관계의 '선과 면'이 너무나도 신기합니다.  


저는 낯을 많이 가리는 사람입니다. 전형적인 인프피를 넘어, 요새는 더더욱 재택근무를 하느라 혼자가 편해진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다른 사람에게 속을 보여주는 걸 어려워하는데, 핑키씨에게는 너무 많이 보여준 거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웃음) 왜일까요? 핑키씨와 저는 제법 나이 차이가 나지만 저는 단 한 번도 핑키씨가 동생이라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핑키씨와 있으면 동네 친구들과 있는 기분이 들어요. 그냥 아무 말이나 해도 되고, 때로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창밖만 봐도 어색하지 않은 그런 사이 있잖아요. 핑키씨가 저에겐 그런 사람이에요.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맞는 말입니다. 100% 동의합니다. 대부분 제 눈에서 멀어진 사람들은 마음에서도 다 멀어졌거든요. 그런데 핑키씨, 핑키씨는 다릅니다. 핑키씨와 저는...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눅진한 관계예요. 언제든 우리는 웃으며 '어, 왔어?'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사이에요. 그래서일까요? 저는 핑키씨와의 짧은 이별의 순간이 그렇게 슬프지 않습니다. 이별의 순간에 담담할 수 있는 건 우리 관계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우리가 만났던 공간은  하나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우리는 남은 시간 동안 함께 많은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할  있습니다. 서로가 경험하고 배운 것들을 나눌  있는 시간이 많습니다. 그러니 핑키씨는 그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세요. 저는 익숙한 이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할게요. 서로가 열심히 앞을 보고 달리다 고개를 돌려 눈이 마주칠  환하게 웃을  있도록, 씩씩한 마음으로 살아주세요.


핑키씨를 응원하는,

고로케 드림


매거진의 이전글 2021년 3분기를 함께 한 책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