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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로케 Dec 16. 2021

인생은 회전목마

이전 글에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지 않겠다'라고 선언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이번 무쓸모임 공통글 주제는 '돌아가고 싶은 순간은?'이다. 글을 쓰는 지금도 머쓱하다. 하지만 은근 이런 순간을 바래왔을지도 모른다. 마음껏 인생의 주요 타임라인을 넘나들며, if 가정법을 외치는 모습을 말이다. 


7월에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라는 책을 읽었다. 주인공 노라는 현재의 삶에서 매우 무기력함을 느끼는 인물로 그려졌고, 30 중반쯤 되어 보이는 그녀 인생에 무수히 펼쳐진 '후회'라는 꼭짓점을 타고 과거를 여행한다. 과거를 통해 노라는 월드스타도 되어보고, 남극 탐사 대원이 되기도 하고, 그저 그런 사람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완벽한 아내이자 엄마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무수히 많은 if 가정법과 미래를 부유하던 노라는 끝내 절망이 가득한 '현재'에 머무르기로 결심한다. 왜일까?


책 속의 노라는 이해하기 힘든 캐릭터였다. 우유부단했다. 어느 곳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불평도 많았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을 때마다 인상을 찌푸렸다. 모임이 아니었다면 끝까지 읽지도 않았을 책이다. 그런 핵노답, 개노답 노라를 보면서 마지막에 하나 느낀 점은 '나랑 비슷하네'였다. 어쩌면 노라의 행동 하나하나가 거슬렸던 이유는, 내가 그녀와 많이 닮아있어서 일 수도 있다. 


만족을 하건, 하지 않건 내가 과거로 돌아간다면 조건이 하나 있다. '지금의 기억을 안고 돌아갈 것'이다. 애써 쌓아올린 탑을 무너뜨리고 싶지 않다. 누군가가 나의 이런 생각은 이기적이라고, 지금의 기억은 없을 거라 한다면 나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겠다. 나는 나를 안다. 어차피 똑같은 생각을 할 것이고, 똑같은 선택을 하며, 똑같은 시간을 보내고, 비슷한 후회를 하며 살겠지. 한 번 한 일을 굳이 두 번 되풀이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 그렇다면 지금 기억을 갖고 돌아가게 해줄게'라고 한다면? 26살로 돌아가겠다. 막 사회에 발을 내딛고, 직업에 대해서 별처럼 무수한 선택지를 갖고 있던 그때 말이다. 물론 기술이 없어서 기술직에 지원할 수는 없겠지만, 그때의 나로 돌아간다면 지금의 직군은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점과 점을 이어 선을 만들듯, 직업도 그러했다. 한번 탑을 쌓기 시작하면(그것도 5년 정도 쌓으면) 완전히 무너뜨리고 새롭게 출발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그건 정말 큰 용기와 지원이 필요하기에 아직 나는 엄두를 낼 수가 없다. 


최근에 본 쇼 프로그램에서 본 노래 가사가 기억에 남는다. '빙빙 돌아가는 회전목마처럼,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빙빙 돌아올 우리의 시간처럼, 인생은 회전목마'. '인생은 회전목마'라는 가사가 귓가에 맴돈다. 무수히 많은 기회들이 앞으로도 내 앞을 지나갈 것이고, 10년 뒤에 또다시 후회를 할 수 있겠지만, 인생이 회전목마라면 또다시 기회가 찾아올 테니... 회전목마에 앉아서 울지 않도록 기회를 잘 선택하는 안목을 길러야 하나, 고민이 많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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