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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토 Dec 08. 2021

그날 아버님의 전화

몇 주 전에 아버님 전화를 받지 못했다. 마꼬를 재우고 밤이 되어서야 전화가 온 걸 확인했다. 전화를 다시 드리진 않았다. 밤이 늦기도 했고, 피곤했다. 며칠 뒤, 아버님이 거리에서 쓰러져서 아내와 처형님이 현장에 갔다. 한사코 병원에 안 가겠다고 하셔서 당신 집에서 코로나 자가진단키트로 검사를 했다. 음성. 그런데 다시 며칠 뒤, 아버님은 새벽에 응급실에 가게 됐고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


영문을 모르고 응급실로 달려간 아내는 아버님을 보지도 못하고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어 코로나 검사를 받고 왔다. 소식을 들은 나도 바로 보건소에 들려 검사를 받았다. 내가 돌아다녔던 경로들이 머릿속에서 뒤죽박죽 섞였다. 마꼬는 어째야 할지, 포카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아버님은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머리가 꽉 막혀버리자 오히려 헛웃음이 나오고 아무 생각이 없어졌다.


음성. 다행히 아내와 나는 음성이었다. 다행히 아버님도 상태가 호전되어 전화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폐에 이상이 생겼는지 아버님은 호흡이 가빠서 거의 말을 하지 못했다.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문장이 전화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결국 온전한 대화는 하지 못하고 전화를 끊었다.


호전되어 집에  날을 기다리던 가족에게 다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왔다. 산소 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지며 기도  삽관을 해야 했다. 쉽게 말해 아버님은 목에 구멍을 뚫고 호흡기로 숨을 쉬어야만 한다. 말도   없고 움직일 수도 없기 때문에 계속 잠만 주무셨다. 이제 2주가 지나간다.


만날 수도 전화를 할 수도 없다. 할 수 있는 게 기도밖에 없다. 아내는 매일 속앓이를 했고, 나는 못나게도 최근 회사 일로 바빠서 사실 마음을 내지 못했다. 아내의 마음을 살피지 못했다. 아버님 상황을 자주 살피지 못했다. 어제는 아내가 울었다. 마꼬를 재우고 우리 둘은 술을 홀짝이며 그간의 이야기를 했다. 나는 아내에게 미안했다.


오늘은 몇 주 전에 받지 못한 아버님의 전화에 대해 생각했다. 평소에 잘하는 사위가 아니라서 더 마음이 쓰였다. 그때 전화를 드렸더라면, 무엇이 변할 수 있었을까.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비효과처럼 무언가가 변할 수도 있었을 텐데. 별의별 생각을 하다가 접었다. 지금은 조용히 기다릴 때다. 수취인 불명 편지처럼 답장이 오지 않더라도 아버님에게 문자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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