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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로케 Feb 18. 2022

2월 둘째 주- 낫또

요새 빠진 음식은 포케다. 포케는 하와이 말로 자른다는 뜻으로 참치살 등을 깍둑썰기로 잘라 여러 양념을 넣고 버무려 먹는다는 의미라 한다. 한국인에겐 너무나도 익숙한 비빔밥 시스템...! 포케를 좋아하는 이유는 싱싱한 야채를 많이 먹을 수 있어서다. 생각해보면 포케를 처음 접한 건 20대 후반 상수역 근처의 한 식당이었는데 그곳에서는 미역 줄거리를 포함 다양한 식자재를 내가 고를 수 있었다. 아쉽게도 내가 사는 동네에서는 40분을 걸어야 포케 매장에 갈 수 있기에 점심에 여러 번 배달 시켜 먹는 음식이 됐다. 포케의 핵심은 '내가 좋아하는 재료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인데 나는 초달걀을 반드시 추가한다. 폭신폭신하고 차가운 계란의 느낌이 대부분 차가운 재료로 뒤덮인 한 그릇의 포케와 아주 잘 어울리기 때문. 소스는 주로 사장님 추천 소스로 하는데 내가 딱히 선호하는 소스가 없을뿐더러 '사장님 추천'이라는 단어가 왠지 믿음직스럽기 때문. 말이 길었지만 포케는 정말 내겐 너무나도 완벽한 음식이라 미워할 수가 없다.

오랜만의 출근이지만 업무상 점심시간이 촉박해 몇 명이 모여 햄버거를 시켜 먹기로 했다. 우리가 무슨 민족인지 알려주는 어플에서 시켰으나 12시 20분 기준 70분 뒤에 온다고 알람이 왔다. 우리가 모두 '읭?'스러운 표정으로.. 햄버거를 아예 사러 나간 웃픈 점심. 나는 햄버거를 잘 먹지 않는 편이다. 좋아하지만 혼자 시켜 먹지는 않는 햄버거. 오랜만에 먹어서일까? 아니면 수제버거를 시켜서일까? 한 입 왕 베어 물으니 입가 주변으로 육즙이 퍼지는 맛이 여간 행복한 게 아니다. 치즈가 녹았는지 육즙 뒤에는 치즈의 고소하고 느끼한 맛이 입안에 감돈다. 그래그래. 이 맛으로 햄버거를 먹었지. 퍽퍽하고 두꺼운 감자튀김을 먹고 있자니, 그래 이 맛이지! 라는 생각이 든다. 글을 쓰다가 문득 생각하니, 분명 콜라를 받았는데 내 콜라는 대체 어디 갔는지? 갑자기 의문이 든다.

내게 가장 어려운 음식은 아마 낫토인거 같다. 어떻게 먹어도 맛이 없다. 맛이 없는게 아니라, 미끄덩거리는 저 콩들이 너무 느끼하고 뭐라 표현하기도 힘들다. 비닐봉지를 먹는 기분이다. 새벽 배송 바구니에 요거트를 담다가 문득 '먹기 쉬운 낫토'라는 누군가의 후기를 보고 덥석 세 팩을 주문했다. 어라? 구매 가능한 디폴트 값이 여섯 팩이란다. 최저가라는 말에 또 속아 여섯 팩을 주문했다. 조리법대로 동봉된 간장과 겨자를 넣고 40번을 섞어 따스한 밥과 함께 먹은 그때. '아!!! 속았다!!!' 또 비닐 맛이 났다. 콩을 다 골라내고 남은 건 김치랑 먹었다. 맛이 중화됐는지 그럭저럭 괜찮았다. 그 뒤로는 항상 계란후라이+참기름+잘게 썬 김치와 먹는다. 여섯 팩을 다 먹으면 추가 구매는 없을 것이다. 


*잉스타 @gorotooni 에서 고로푸드를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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