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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로케 Feb 01. 2022

1월 넷째 주-고슬고슬 베트남식 볶음밥

잉스타를 보다 보면 음식을 소개하는 게시글이 많다. 내가 좋아하는 글들은 단순 음식 소개가 아니라, 편의점이나 일반 가게들의 '신상'음식을 소개해 주는 곳들. 오랜만에 잉스타를 보다가 반응이 매우 좋은 마라훠궈탕 컵라면에 대해 알게됐고, 외출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신나는 마음으로 하나 구매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컵라면도 아니고, 인스턴트 훠궈탕 정도 아닐까?) 진열대에는 매운맛과 평범한 맛이 있었는데 맵찔이인 나에겐 평범한 맛이 베스트. 다음날 점심시간, 훠궈탕 쇼를 시작한다. 고구마 당면이 컵 안에 2/3를 채우고 있었고, 나머지는 건두부 후레이크와 소스였다. 물을 붓고 5분을 기다린 뒤 시식. 고구마 당면의 맛은 흡사 내가 잘 알고 있는 컵누들의 맛과 매우 비슷했고, 원래 마라탕이 기름이 매우 많은 국물이지만, 식당에서 가득 채워 먹는 야채나 분모자 등 토핑 없이 그냥 뻘건 기름 국물을 보자니 식욕이 당기는 비주얼은 아니었다. 다만 혀가 저린듯한 그 알싸한 국물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시큼하면서도 고소한 맛은 비슷하게 느껴졌다. 먹을 때는 몰랐지만 너무 매웠던지 속이 쓰려 2시경에 초코파이를 하나 꺼내 먹었다는..  


회사 동료 중 베이킹에 능숙한 사람이 있다. 고맙게도 마늘빵 스콘을 주길래 받아왔다. 집에 돌아가 배낭을 열어보니 배낭 안에 마늘빵 냄새가 가득하다. (향만 놓고 보면 좋지 않은 향이다.) 조명 때문인지 마늘소스가 잔뜩 묻은 윗부분은 반질반질해 보인다. 한 입 베어 물으니 스콘 특유의 푸슬푸슬한 빵과 진득하고 꾸덕한 마늘소스의 향이 입 안 가득 퍼진다. 바게트 형 마늘빵은 한개, 두개 먹다보면 감질나서 '에잇, 다음엔 자르지 말고 사올까?'라는 생각이 드는데, 스콘이라 그런지 먹었을 때 느껴지는 풍만함이 다르다. 얼음을 잔뜩 넣은 시원한 아메리카노나, 라임향이 가득한 펩시 제로를 얼음 컵에 부어 벌컥벌컥 같이 마시고 싶었으나, 너무 늦은 밤이라 딱히 음료를 찾을 수 없어 같이 먹지 못한 게 아쉽다. 


외근 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찾은 베트남 식당. 특유의 고슬고슬하고 밥알이 따로 노는 볶음밥이 먹고 싶어 주문한 해산물 볶음밥. 접시 주변에 용도를 알 수 없는 큼지막한 오이가 붙어있다. 살짝 촌스러운 데코가 마음에 든다. 밥을 한술 먹으니 입안에서 밥알이 고슬고슬, 새우는 와그작 하고 씹히는 게 참 좋다. 볶음밥을 먹으며 같이 시킨 차돌박이 쌀국수 국물을 먹으니 입안에 머물렀던 볶음밥 기름이 싹 씻기는 기분. 그럼 다시 적당히 기름지지만 포슬포슬한 볶음밥을 입안에 넣는다. 식후 커피는 골목길에 위치했던 한 카페. 후미진 골목 속에 위치한 현대식의 카페는 어울리지 않는다. 바닐라 라떼가 없다. 바나나 라떼는 두통을 유발할 것 같아 패스한다. 아이스 라떼를 시켜 마신다. 고소하고 풍미가 가득한 커피를 맛보며 '와, 원두가 무척 비싼가 보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오는 길에 베이글을 샀다. 베이글은 비교적 저렴하지만, 양도 많고 냉동실에 보관해두면 오랜 기간 먹을 수 있어 좋아하는 빵이다. 크림치즈는? 월급도 탔으니 마켓컬리에서 큰 맘먹고 두 개를 주문한다. 하나는 블랙 올리브 크림치즈, 다른 하나는 토마토 크림치즈. 둘 다 좋아하는 음식이다. 양파향이 풍부한 양파 베이글을 반으로 쪼개 살짝 데운다. 너무 뜨거우면 크림을 바를 수 없다. 그 위에 블랙 올리브 크림치즈를 잔뜩 바른다. 생각보다 통통한 올리브가 큼직하게 있어 기분이 좋다. 그래, 이렇게 양 껏 재료를 넣어야지! 베이글을 한 입 베어 물자 잠이 확 깬다. 적당히 달콤한 크림치즈와 풍부한 양파향, 그리고 짭조름한 블랙올리브의 삼단 콤보. 저기에 시원한 커피 우유를 마셨더니 행복해서 웃음이 나왔다. 


*잉스타 @gorotooni에서 매일 먹은 음식을 그리는 고로푸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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