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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로케 Feb 01. 2022

1월 셋째 주-참깨라면

대설주의보가 내린 날이었다. 다행히 내가 사는 지역엔 대설은 아니고, 오전에 잠깐 오다 만 눈이었지만... 회사 메신저 창에 누군가가 '눈이 많이 오네요'라고 올렸길래 고개를 돌려 창을 보니 (내 책상은 통창 옆이다) 정말 눈이 펑펑 오고 있었다. 그런데 왜 눈을 보니 돈가스가 간절하게 먹고 싶은 걸까...? 이렇게 눈이 오는 날 배달을 시킬 수 없어 찬장을 뒤져보다 발견한 '참깨라면'을 먹기로 했다. 고소한 참기름향에 얇고 쫄깃한 면발. 감자라면처럼 쫄깃하고 얇은 면발 때문인지 참깨라면은 정말 특별하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장김치를 올려 한 입, 두 입 먹다보면 황홀한 맛과 약간 쌀쌀한 실내의 온도에도 몸이 따스해지는 그 기분에, 아 이게 바로 겨울의 국물이구나!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순간. 


어둑한 골목 아닌이상 눈이 다 녹았는지 빳빳한 아스팔트를 볼 수 있었다. 그래, 오늘이다. 나홀로 집에서 돈가스를 주문한다. 평소 즐겨먹던 돈가스집은 최소주문금액이 올라 더이상 먹을 수 없다. 입맛을 다시다 치즈까스가 유명하는 곳으로 선택. 이 날은 광고 모니터링 때문에 점심시간이 1-2시였다. 12시 30분에 도착한 돈가스. 치즈가 굳게 내버려 둘 수 없다. 뚜껑을 열어 조심스럽게 먹기 시작한다. 한입 베어먹으니 치즈 특유의 고소하고 느끼한 향이 입에 퍼진다. 굳어도, 녹아도 맛있는 치즈. 젓가락으로 돈가스를 갈라보니 돼지고기는 얇게 져머져 육전처럼 깔려있고 돈가스 체중의 98%는 치즈로 채워져 있는 듯 보였다. 이건 치즈스틱일까? 돈가스일까? 애매하지만 맛있었던 점심


둘째 강아지와 도서관 산책을 다녀왔다. (첫째는 병원에 갔음) 12시 반쯤 들어오니 첫째가 날 반겨준다. 집에 풍기는 고소한 기름냄새와 김치냄새. 김치부침개인가? 싶어 부엌에 가봤더니 엄마가 김치볶음밥을 하고 있었다. 김치볶음밥을 앞접시에 덜다 눈물이 터져 나왔다. 머리가 왜 아픈지부터 갑자기 억울한 감정과 복합적인 것들이 섞여 눈에서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울면서 맛있다며 볶음밥을 와구와구 먹는 모습을 엄마는 한심하다는 눈으로 쳐다봤다. (놀라움+한심함의 조합)


*잉스타 @gorotooni에서 매일 먹은 음식을 그리는 고로푸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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