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쓰나마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로케 Feb 23. 2022

누군가의 소신

평소 대중 힙합을 좋아하는 나는 래퍼들의 계정을 많이 팔로우 한 편이다. 여기서 내가 힙합을 '대중 힙합'이라 칭하는 이유는 매니악한 힙합 음악보다 조금 더 마일드한 힙합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그건 힙!합! 보다는 조금 더 부드러운 느낌의 힙~합~ 이랄까. 여하튼 2015년인가의 어느 날이었다. 아마 2016년이었을 수도 있다. 사실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평소 좋아하는 래퍼 팔로알토의 SNS 게시물을 보다 문득 이런 글을 보았다.


'공연에 왔던 초등학생이 맨 앞 줄에 서서 내 노래 중 '거북선'을 따라 부르는 것을 봤다. '거북선'에는 욕이 포함되어 있는데 초등학생이 그 욕을 따라 부르는 걸 보고 충격받아 앞으로 내 노래 가사에는 욕을 쓰지 않기로 했다.'


 한참 동안  글에서 눈을   없었다. 팔로알토가  소신을 지키며 살아가는지도   없다. 하지만 당시 그가   줄의 글이  년이 지나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보면 적잖이 충격받았나 보다. 그의 생각이, 다짐이, 앞으로  영향력이 멋져 보였다. 단지  주변에만 영향을 주려는  아니라, 넓은 범주에서 좋은 영향력을 주려는 모습이 멋있었다. 마치 적에게 맞서 반란을 일으키려는 아웃사이더 같았다. 나도 그처럼 내가 가진 생각을, 어떤 영향을 사람들에게 주고 싶은지를 말하고 싶었다. 나는 언제나 단단한 껍질 속에 웅크리고 숨어사는 사람이니까.


그리고 최근 또 다른 이가 무심코 썼는지, 아니면 골머리를 앓고 썼는지 모를 글에 큰 울림을 받았다. 그래서 평소 좋아요도 누르지 않고 댓글도 쓰지 않는 내가 그 글에 댓글을 남겼다. '생각할 거리가 많은 좋은 글이네요'라고. 나에게 울림을 준 사람은 스윙스였다. 그가 쓴 내용은 내 기억에 (대충) 이렇다.


'전에는 한 살 한 살 먹는 나이가 신경 쓰이고 불편했다. 아마 같이 지내는 사람들이 주로 음악 하는 어린 친구들이라 비교가 되면서 과하게 의식했던 것 같다. 의도적으로 환경을 바꾸고 새로운 세상을 보며 그들을 통해서 많이 배웠다. 평소에 여행도 안 좋아하고 음악도 영화도 본 것만 보던 나인데, 일부러 몸과 마음을 열었더니 진심으로 인생이 행복해졌다. 여전히 화가 나지만 그래도 좋다는 생각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다. 지나가던 사람이라도 나를 조금이라도 열게 해준 내 세상의 모든 사람들과 물건들에게 감사하다.'


스윙스의 글을 보고 한참을 생각했다.  역시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 익숙한  것만 찾는다.     먹는 나이가 불편하다. 나는 요새 묘하게 나이를 의식하고 있었다. '피부가 좋아야 나이보다 어려 보여.' '운동을 해야  늙지 않아.' '나이가 들어서 최신어를 모르나 .' '나이가 들어서... ' '나이가 들어서...' 나이듦이라는 부정적 소용돌이 속에서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이상 막내가 아니었다. 주니어 시니어급의  아주 애매한 위치. 묘하게 '어림' 강조하는  분위기  어린 친구들을 과하게 의식하던 나날들. 글을 읽는 순간 '스윙스가 나랑 성향이 같나?' 싶기도 하고, 감동을  그의 솔직한 소신이 좋았다.  좋다, 무척 좋다. 지금 글을 쓰다 다시 읽어보니 또다시  글은  좋다.


소신을 밝힌다는 건 내면에 분명한 생각이 있다는 의미다. 어느 순간에도 분명한 생각과 판단을 갖는 사람이 되고 싶지만, 또 어느 한편에서는 부러지지 않는 유연한 사람이 되고 싶다. 여기도, 저기도 기웃거리는 나는 아직도 소신이 없는 사람인 것 같아 씁쓸하다. 어느 날에는 나도 블로그에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 소신을 밝힐 수 있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연초 우울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