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나이가 들었는지, 아니면 푸릇하던 내 감정도 이제는 어느 정도 무뎌졌는지, 이전에는 연말만 되면 '아, 연말이네. 지난날이여~'하기 바빴는데 이제는 그저 지나가는 날들 중 하나가 되었다. 오늘 아침에 혈육이 2022년 12월 31일 달력 하나 캡처해 뒀다는 말에 굉장히 시큰둥하게 '그걸 캡처해서 뭐해?'라고 말하는 내 모습도 충격. 감정이 막 풍부하진 않아도, 다시 이전만큼 촉촉한 마음 밭을 유지할 수 있는 23년이 되길 바란다.
~2022년 월별 정리~ (기억이 나지 않아 일기장을 폈다)
-1월: 눈 다래끼 공격, 두통 습격, 고로푸드 시작, 인스타 사진 도용당함(-> 완전 잊고 있었는데 우크라이나에서 접속한 누군가가 내 사진을 도용해서 인스타 아이디를 하나 팠더라! 그래서 페북 계정 삭제, 그년 인스타 아이디 퍽더해커인가로 바꿔놓음. 그 이후론 걍 팔로업 안 함
-2월: good or new 시작(했으나, 일기장 보는데 갑자기 사라짐. 까먹고 안 한 듯), 승!급!확!정 (실 승급은 7월이었다. 하지만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지)
-3월: 자격지심, 열등감 스물스물, 편두통, 왼쪽 어딘가, 여튼 아픈 게 다 스트레스. 팀에 너무 오래있었나 생각이 들기 시작한 시점, 이력서 한~두 개씩 제출, 슬로우 러닝 시작(-> 미래의 나: 멈춰!!!!)
-4월: 슬로우 러닝인지 개러닝인지 하다가 무릎, 발바닥까지 다 나가서 치료 시작
-5월: 소개팅 받았다가 사정상 일정 미루니 이상한 문자 보내서 바로 칼차단, 실제로 안 만남을 무한 감사.. (직업, 사는 곳 이런 거 하나도 공유가 안돼서 정말 감사합니다ㅠㅠ), 우울 폭발
-6월: 강릉 여행 (비 오고 진짜 추워서 덜덜 떨음), 영어토론 반 옮김, 언제쯤 비어버린 내 마음이 채워질까? 의문
-7월: 엄마 코로나 확진, 일주일 동안 엄마, 아빠, 애들까지 돌보느라 넘나 힘들었다, 진짜 짱 더웠는데 내 방 에어컨 고장 나서 찜질방에서 자는 줄
-8월: 8월 일기가 없다. 코로나 걸렸는데 감사하게도 크게 아프진 않아서 책도 읽고 오랜만에 영화도 보고, 드라마 공효진이랑 차승원 나오는 것도 정주행하고.. 뭐 그랬음
-9월: 우울증인가? 싶었음
-10월: 누군가와 거리를 둬야겠다 결심, 영어토론 다시 옛날 선생님에게로 돌아감. 나 돌아가~~
-11월: 필라테스 무료체험 예약함 (스토리가 김), 사실 무릎만 아프면 신경 안 쓰는데 종아리가 심하게 붓고 아프고 땡땡 해져서 치료 시작함
-12월: 내년도 업무에 대한 변화 통보받음, 운동 시작, 이직에 대한 고민이 정말 찐으로 깊어지는 시기, 한 해 마무리
~2022년 베스트 띵즈~
[의류] 돈이 없는걸 보면 분명 뭔가 많이 샀는데 연말이 겨울이라 그런지 자꾸 근래 샀던 것만 생각나네. 여튼 나이키 츄리닝은 진짜 핵 편해서 맨날 저것만 입고 다니고 있고, 어그가 없었으면 올겨울을 잘 보내지 못했을 거야...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나는 진짜 단벌신사인데 옷을 왜이리 사들이는 건지, 23년에는 구멍날때까지 입는 버릇을 들여야 겠다 다짐..!
[문화활동] 영화는 그래도 올해 일부러라도 자주 봤는데 저 세 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범죄 도시는 워낙 좋아하는 영화라.. 한 네 번은 본 듯 (머쓱) 올 해 그래도 답건이나 이런 영화를 극장에서 보기 시작해서 문화활동의 배고픔을 어느정도 해소한 느낌이 든다. 전시도 3번인가 4번인가 가고.
[책] 책은 고르기가 어려웠는데 '가장 여운이 많이 남는 기준'으로 뽑으니 저렇게 세 개로 추려졌다. 순서대로는 아니고 다 좋은 책이었다. 한 번 더 뭔가 분석적으로 읽고 싶은 마음이 있다. 22년에는 45권의 책을 읽었다. 기억에 남는 건, 혼자서도 이젠 원서를 찾아 읽기 시작한다는 거고, 아무리 구린 책이라도.. 읽고 나면 뭔가 남는게 있다. '구렸다'라는 감정이라도..ㅎㅎ 사실 딱히 '1년에 00권!'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읽는 편은 아니라 내년에도 그냥 즐겁게 책을 읽기를 바란다. (책 추천 계정은 잉스타 @kim.booky)
[영상물?] 티비 프로는 스맨파를 젤 재밌고 심도 있게? 봤고... 넷플은 사실 다큐를 더 많이 보는 편인데, 극주부도라는 애니를 재밌게 봤다. 주부가 된 야쿠자 이야기임. 근데 요즘 넷플에 드라마가 많이 있어서 23년엔 드라마를 많이 보고 싶다는 생각 중.
2022년 정리 끗.
2023년은 재밌고 건강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