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쓰나마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로케 Dec 16. 2022

요즘 생각

1. 말에는 힘이 있다. 오죽하면 신체적으로 맞아서 생긴 상처보다, 마음의 상처가 더 치유하기 어렵다고 할까. 오죽하면 말로도 사람을 죽인다는 말이 있을까. 최근에는 되려 남보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를 들면 가족끼리 더 상처가 되는 말을 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자주 든다. 이런 생각이 자주 드는 걸 보니 독립을 해야 하는 날이 다가오는 거 같다.


2. 난 소위 말하는 '때가 되면'이라는 말의 힘을 믿는다. 정말 사람에게는 '때'라는 게 있는데, 그 '때'라는 건 내게 있어 '정신적 성숙도'를 의미한다. 결혼의 때도 내게는 '정신적 성숙도'를 의미하고, 출산도 '정신적 성숙도', 리더가 되는 것도 '정신적 성숙도'를 의미한다. 내가 성숙하지 않으면 남을 받아들일 수 없다. 나를 케어하기도 급한데 누구를 품고 이해하고 돌봐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3. '어떤 위로의 말이 기억에 남는지?'라는 질문에 우습게도 한의원 원장님의 말을 떠올렸다. 지금은 다니지 않지만 (완치라기보다는 운동으로 뭔가 해결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장님이 가끔 나에게 가족들도 하지 않는 따뜻한 말을 해줬다. 생각해 보면 '위로의 말'이라는 거, 상황에 맞는 시기적절한 말을 해야 듣는 사람이 온전히 그 말의 온기를 품을 수 있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든다.


4. 원장님이 당시 내게 했던 말은 간단했다.'부키씨, 너무 움츠려들지 마요. 아프면 오늘 아픈가 보다, 안 아프면 안 아픈가 보다, 마음 편히 그렇게 살아요. 마음 편히 살아. 그래야 건강해'라고 말했다. 사실 나는 그 말을 듣고 눈물이 핑 돌 정도 위로를 받았다. 근본적인 해결책도 아니고, 사실 몸이 다 나은 것도 아니지만 지금도 저 말을 다시 생각해 보면 눈물이 핑 돈다. 글쎄,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수업시간에 질문 대답으로 저 말을 하니,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생각에 잠기더니 'Very good point, very nice, so warm...'라며 모두 감동받았다. (0. o?)


5. 모처럼 방문했던 병원에서 네이버 영수증 후기를 작성해 달랬다. 흔쾌히 작성했는데 조회 수가 1천이 넘었다는 알림에 다시 확인하다(이런 알림은 왜 주지?) 간호사의 댓글을 보았다. 원장님이 내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내가 건강하게 지내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는 내용이었다. 혹시 복붙하는 단골 멘트 아닌가 싶어 다른 사람들 댓글도 쭉 봐보니, 내 것만 이렇게 달려 있어서 또 한 번 많은 생각이 들었다.  


5. 생각해 보니 원장님이 나에게 이런 말도 했다. '나는 부키씨가 진짜 아프니까 아프다고 하는 거 다 알아. 다른 사람들은 예민하다고 말하겠지만, 내가 오랜 시간 봤을 때 부키씨는 그렇게 예민한 사람이 아냐. 엄살 부리는 사람도 아냐. 그냥 아프니까 아프다고 하는 거 아는 다 알아.' 근데 이상하게 그때도 눈물이 핑 돌고 큰 위로를 받았었다.


6. 가끔 위로를 전하고 싶지만 그 마음이 상상이 안 될 때, 나는 그저 닥치고 들어준다. 누군가에게 와다다다 감정을 쏟아내면 좀 시원하지 않을까 싶어 가끔은 쓰레기통 역할을 자처한다. 그런데 그렇게 와다다닥 쏟아내고 나에게 솔류션을 물을 땐 난감하다. 원래 감정 쓰레기통은 걍 암 생각 없이, 듣는 역할이거든. 그래서 기억을 못 해ㅋㅋㅋ


7. 내가 술을 안 마시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 가장 큰 이유가 술 취한 사람들의 추태를 정말 너무나도 많이 봤기 때문이다. 말하기도 부끄럽지만 아주 어린 시절부터 주정뱅이들의 추태를 봐 와서 나는 사실 '술'이라는 단어조차 듣기가 싫다. 여기서 추한 모습이란, 술에 취해 말실수를 하고, 울고, 미친 사람처럼 웃고, 화내고 등등 감정을 주체 못 하는 모습이다.


8.  23년도에는 작년처럼 루티너리한 삶을 살아보고자 한다. 루틴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루틴이 어느 정도 자리 잡히면 습관이 된다. 습관이 되면 더 이상 루틴대로 행동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몸이 그 행동을 기억한다. 나는 그걸 깨닫는 순간이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 정리와 찰나의 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