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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로케 Jan 24. 2023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 (무라카미 하루키)

코로나 걸렸을 때 읽었던 책 중 하나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 '코로나 걸리고 읽어야지 히히' 하고 빌린 책은 아니고, 빌려놓고 방치해두다가 코로나는 걸렸지, 방에 감금됐지, 주말이라 할 일은 없고 티비도 재밌는 게 안 해서 읽은 책 중 하나다.


저렇게 촌스럽고 기괴한 책 표지는 처음 보는 것 같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하루키 얼굴을 다른 사람 몸에 합성한 것 같기도 하고 고양이도 뭔가 부자연스럽다. 털 코트를 입은 건가? 싶었는데 살찐 고양이의 가죽이라고 해야 할까, 여하튼 살찐 고양이다. 기괴한 책 표지를 넘어선 책 내용은 무난하고 평범했다. 책 제목이 말하는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에 대한 비법을 원한다면 추천하지 않겠다. 내가 본 하루키는 일상 루틴을 철저하게 지키고, 그 루틴 안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사람이었다. '이걸 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라고 말하는 여느 작가들과 좀 달랐고, (예를 들면, 내 입장에서 이런 부류의 책은 '미라클 모닝'이다) 그저 소소하게 자신의 루틴을 지키면서 성실하게 살면 거기서 행복을 맛볼 수 있다 말하는 사람이 하루키 아닌가 싶다. 나는 후자에 속하므로 하루키의 방식이 좋다.


솔직하게 말하면 그의 소설을 읽은 적이 없다. 내가 처음 접한 하루키의 책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였고, 거기에 서술된 하루키의 젊은 시절들, 그의 루틴, 생각들을 읽다 보니 '이 사람 되게 성실한 사람이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나는 하루키의 소설을 접하지 않아서 그에 대해선 '천재적인 소설가'라는 편견도 없었고, 그냥 일본인 아저씨뿐, 미스터리한 신비주의 모습도 전혀 없어서 오히려 하루키의 이런 솔직한 모습들이 편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몇 년 전, 팀장이 내 가방 속에서 슬며시 튀어나온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책표지를 보고, '이 책 정말 더럽게 재미없는 책인데'라고 평한 적이 있다. 사실 나는 매우 재미있게 읽은 책이라, '굉장히 재미있어요.'라고 되받아 친 기억이 난다. 지금 곰곰이 생각해 보니, 팀장은 이미 하루키의 수려한 문장에 매혹되어 있었고 그의 매력에 흠뻑 빠졌기에, 하루키가 말하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 기대를 품고 있던 것 아닌가 싶다. 반대로 나는 그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기에 아무런 기대도 없었고.


지난 가을인가, 맨부커상에 하루키가 언급됐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하루키는 상에 집착하지 않는 편이라 했는데(아니면 집착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 괜히 또 이름이 거론돼서 속 끓고 있지 않았을까, 그런저런 생각을 했다. 그의 수려한 표현에 나도 빠져보고 싶다. 책장 한편에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을 1분기 내에 읽어야겠다.


아, 자꾸 다른 소리를 했는데, 결론만 말하면 이 책은 그냥 하루키의 평범한 하루를 소개한 책이다. 이 책에도 여전히 그의 루티너리한 삶이 기재되어 있다. 평화롭고 소소한 하루키의 날들,이라는 제목이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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