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okyoulovearchive Sep 28. 2023

문지혁, 크리스마스 캐러셀

위즈덤하우스 위픽 (230927~230928)


인생은 정말 회전목마일까? (p.71)
/ 작가의 말 | 회전목마가 멈추면


| 첫 문장: “스물한 시간쯤 걸릴거야.” (p.5)


(23/09/28) 실제로는 사촌 지간이지만 에밀리가 ‘삼촌’이라고 부르는 화자 ‘나’는 에밀리와 두 명의 ‘엄마’, ‘디즈니월드’와 ‘불꽃놀이’, 그리고 ‘기억’이라는 키워드를 공유한다.


* 두 명의 ‘엄마’:

| ‘나’에게는 중학교 2학년 때 암으로 돌아가신 엄마와 얼마 전 아빠의 재혼으로 새로 가족이 된 ‘아주머니’가 있다.

| 에밀리에게는 자신을 낳아준 엄마와 자신을 입양한 엄마가 있다.


* 디즈니월드 &  불꽃놀이:

| 젊은 시절 ‘나’의 엄마는 뉴욕에서 플로리다 올랜도의 디즈니월드까지 버스를 타고 온 적이 있다. ‘나’의 엄마는 디즈니월드의 불꽃놀이를 보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와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이곳에 다시 올 이유가 생겼다’고 말한다.

| 에밀리의 원가족은 디즈니월드에 함께 와서 마지막으로 불꽃놀이를 보았다.


* 기억:

| ’나‘는 고모의 친구이자 엄마의 친구인 세진에게 자신은 알지 못했던 과거의 엄마가 세진과 디즈니월드에 갔던 기억 한 조각을 전해 듣게 된다.

| 에밀리는 디즈니월드에 와서 자신을 낳아 준 엄마에 관한 옛날의 기억 한 조각을 떠올리게 되었다.


———······———······———


* 회전목마=메리-고-라운드=캐러셀


종이 두 번 울리자 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위에서 아래로, 다시 아래에서 위로. 간간이 터지는 폭죽 소리와 익숙한 디즈니 노래들을 들으며 나는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리고 한 바퀴를 돌고 뒤를 돌아보았을 때, 거기 에밀리가 있었다. (p.56)


  시간적 배경이 꼭 크리스마스여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생각해 보니, 공간적 배경인 놀이공원(디즈니월드)과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크리스마스는 어린이와 어른이 모두 즐거운 날이지만, 어린이들이 산타라는 환상을 갖고 있는 것과 달리 어른들은 어린이들의 환상과 동심을 지키기 위해 현실에서 고군분투한다. 놀이공원이라는 공간에서 아이들의 꿈과 환상을 지켜주기 위해 어른들이 고군분투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캐러셀’이라는 제목이 좋았다.


  소설만큼 <작가의 말 | 회전목마가 멈추면>도 좋았다. 회전목마-놀이공원-인생으로 이어지는 메타포와 그에 관한 작가의 생각이 인상적이었다. 어떤 면에서는 인생이 회전목마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회전목마가 멈춘다고 우리 인생도 멈추는 것은 아니니까, 우리 인생이 늘 빙빙 돌아가는 회전목마처럼 제자리를 맴도는 건 아니니까, ‘인생이 정말 회전목마일까?‘라고 묻는다면 나도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이별과 만남, 환상과 일상의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앞으로 나아갈 힘이 있는 존재들이다. 더 나은 미래를 떠올리게 하는 이 소설의 따스함이 오래도록 마음에 머무를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잡동산이 다시 읽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