읻다 서포터즈 넘나리 1기 (231118~231120)
그래도 나는 MBTI가 좋아, 누군가를 알고 싶은 마음이라니 기특하고 귀엽잖아.
/ 이서수, 「알고 싶은 마음」
(23/11/21) 우주 최초 MBTI 테마 소설집이라니! 읻다 넘나리 세 번째 도서를 고를 때 망설임 없이 『혹시 MBTI가 어떻게 되세요?』를 택한 이유는 좋아하는 이유리 작가님이 ENFP로 소설을 쓰셨기 때문! 나도 ENFP라 운명처럼 느껴져 더욱 신이 났다. ㅋㅋㅋㅋ
이 책에는 여섯 분의 작가님이 각각 INTJ, INTP, ENTP, ENFP, INFJ, INFP 유형의 인물을 다룬 작품 여섯 편이 수록되어 있고, 작가님들의 Q&A도 담겨 있어 책을 덮는 순간까지 흥미로운 읽을거리가 가득했다.
내가 F가 거의 80% 가까이 나오는 극 F고, 친한 친구들이 INFJ, INFP인 경우가 많아서 그런지 이유리, 이서수, 김화진 작가님이 쓰신 후반부의 세 작품들을 더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나 이유리 작가님의 「그때는 그때 가서」가 이 책의 내 최애 작품! 이유리 작가님이 그린 ENFP 주인공 수진과 거의 한 몸이 된 것처럼 몰입해서 읽었다. 이유리 작가님의 Q&A를 읽으니 정말 작가님과 나는 같은 엔프피구나 느껴져서 신기했다 ㅋㅋ 작가님은 ‘머릿속이 꽃밭’(p.111)이라고 점잖게 표현하셨지만, 종종 친구들에게 ENFP 유형이 ‘대가리 꽃밭’이라는 말이 있다더라고 말하며 깔깔 웃곤 했던 나라서 첫 문장을 읽는 순간 이 소설을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다 읽은 후에는 정말 대책 없으나 사랑스러운 수진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고.
2권이 T 유형, 3권이 F 유형 특집인 것과 달리 이 책에서는 T 유형과 F 유형의 인물들을 골고루 만날 수 있어서 더 재미있었다. MBTI 유형에 맞는 소설집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이 시리즈의 매력이다. MBTI 과몰입러라면 이 소설 강추! 작가님들의 진짜 MBTI가 궁금한 사람에게도 강추! MBTI 테마 소설집 시리즈 기획하신 읻다 선생님들 완전 감사합니다 :>
(*읻다 출판사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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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건, 「디나이얼 인티제」
: MBTI 과몰입러와 MBTI 극구거부자 그 사이일 순 없는 걸까?
|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 주는 사람? 만나면 당연히 좋지. 누가 모르나? 그러나 자신부터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그런 걸 바라는 건 파렴치했다.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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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석, 「주말에는 보통 사람」
: ‘일반적’이라는 건 무엇인지 끊임없이 생각하는 사람에 관해 생각해 보는 것
| 그러니까 윤아는 어떤 이야기를 듣더라도 자신이 주도권을 가지고 판단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일단 듣는 편이었다. 비과학, 비과학 하면서 투덜대는 나와는 달리 윤아는 세상살이에 필요한 적당한 타협과 균형 감각도 있는 편이었다. 내가 틀린 건 아니지만, 윤아가 틀린 것도 아니라는 건 안다.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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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고운, 「도도의 단추」
: 사람도, 동물도, 속에 뭐가 들었는지 알 수 없다
| 예전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언젠가부터는 일정한 자격 없이는 화를 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그따위 자격이 필요한 세상 자체를 부숴버리고 싶은 충동이 이따금씩 끓어올랐으나 영지는 손도 시리고 너무 피곤하기도 해서 자꾸만 누워버렸다.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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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 「그때는 그때 가서」 **
: 대책 없음이 사랑스럽고 귀여운, ENFP의 매력
| 아랫배에 힘을 딱 주고 부르는 김선자 씨의 노래를 들으며 눈앞에서 꿈결처럼 흘러 다니는 보름달물해파리 떼를 보는 이 순간은 글쎄, 정우의 말대로 이상하긴 했다. 하지만 나쁜 건 아니었다. 세상에는 나쁜 이상함, 유해한 이상함이 있고 좀 바보 같지만 무해한 이상함이 있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이상함, 그건 아무래도 잘못은 아니다. 이런 순간이라도 있지 않으면 어떻게 살아간담, 이 풍진세상을. (p.12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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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수, 「알고 싶은 마음」 *
: 알고 싶은 마음, 그리고 알고 있는 마음
| 어떤 사람의 상황을 자세히 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그가 나에게 의지하고 있는 상태라는 걸 이젠 안다. 알고 있다고 하여 뭔가를 해줄 수는 없더라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작동되는 마음이 있다. 염려하는 마음, 간간이 떠올리며 기도하는 마음. 누군가 그렇게 해주면 상대는 무심결에 힘을 얻는다. 기운이 전해진다.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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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 「나 여기 있어」 *
: 말로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
| 그 감각을 알았다. 나는 가고, 너는 여기 남겠구나. 누가 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가고 내가 남겨진 것이기도 하겠지. 그러나 그런 건 의미가 없고 그저 우리가 함께가 아닌 순간에 대한 예감만이 또렷했다. 나는 언제나 그 감각을 알았다. 그런 감각이 스미는 순간을 알았다.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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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딱 한 달만 다른 MBTI 유형으로 살 수 있다면, 어떤 유형으로 살고 싶으세요? 이유는요?
A. 글쎄요, 깊이 생각해 봤는데 저는 ENFP가 제일 좋습니다. 다른 것은 되고 싶지 않네요.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요. 그런데 이렇게 답하고 보니 이 역시 자기애 넘치는, 굉장히 ENFP적인 답변이네요······.
Q. ENFP의 이런 점은 진짜 최고다, 이 점은 내가 생각해도 조금 부끄럽다, 하는 게 있다면?
A. 낙천적이고 사랑이 넘치는 것! 저는 인류의 마음속에는 사랑이 있고 내일 하루는 어김없이 밝고 아름답게 시작될 것을 믿고 있습니다. 부끄러운 점이라면 남의 칭찬(대부분 립서비스인)을 곧이곧대로 믿는다는 거, 끈기와 집중력이 정말 부족하다는 거······? 그리고 현실감각의 부재. 하지만 바로 그 점이 매력일지도 모른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니면 죄송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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