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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youlovearchive Nov 20. 2023

이유리 외 4명,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자이언트북스 (e-book, 231031~231118)



손닿고 싶은 모든 마음의 이름, 사랑
/ 출판사 서평


(23/11/20) 자이언트북스에서 출간된 앤솔러지 시리즈 ‘자이언트 픽’은 일 년에 한 번, 매해 첫 달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자이언트 픽의 첫 책,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는 이유리, 김서해, 김초엽, 설재인, 천선란 다섯 작가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마음을 사로잡는 이야기’들로 ‘자이언트북스가 Pick한 이야기들’이 어떤 것일지 궁금해졌다.


  전자책으로 읽었는데 이 책은 꼭 소장해서 두고두고 읽고 싶어졌다. 이유리, 김초엽, 천선란 작가님의 작품들은 역시 좋았고, 이 책으로 처음 만나게 된 김서해, 설재인 작가님의 작품 또한 각자의 매력으로 통통 튀는 느낌이었다. 김겨울 작가의 발문에서 ‘다섯 작가의 작품이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 독자를 즐겁게 한다’(「남은 사랑을 볼 수 있다면」, p.281)라는 설명이 딱 들어맞는 앤솔러지였다.


  이번 독서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여운이 남았던 작품은 천선란 작가님의 「뼈의 기록」이었다. 인간의 죽음을 바라보는 안드로이드라는 공통점 때문인지 『랑과 나의 사막』이 떠오르기도 했고, 인간의 몸이 아닌, ‘한 인간이 생을 다할 때까지’ 성장과 변형의 흔적이 고스란히 뼈에 남는다는 점을 오래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모미와 나눴던 대화처럼 ‘마음이 시키는 대로’ 지금껏 한 번도 나가본 적 없는 건물을 나서는 로비스의 마음 또한 오래 헤아려보았다. 인간을 마지막으로 배웅하는 장의사 안드로이드. 폐기가 확정되어 전원이 꺼지기 직전, 로비스는 죽음에 관해 깨닫는다.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의 마음을 담은 이 글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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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

: 감정 또한 나의 것이니 결국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것


| 그건 아직도 이렇게 예쁜 색깔이구나. 이토록 고통스러운데도 이토록 아름답구나. 컵 속의 분홍색을 골똘히 들여다보며, 나는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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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해, 「폴터가이스트」

: 세상이 멸망한다 해도 기꺼이 함께 그 사이로 뛰어들 수 있다면


| 우리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암호 같은 소리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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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수브다니의 여름휴가」

: 내가 갈망하는 것을 정확히 안다는 것


| 다른 존재가 되고 싶다는 갈망, 혹은 진짜 내가 되고 싶다는 갈망이란 대체 뭘까요? 그것은 어떻게 태어나고 자라서 한 사람의 뼈를 이루게 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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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재인, 「미림 한 스푼」

: 종말이 다가온다 해도 누군가를 구하러 가는 마음


| 그러나 하늘에서 창문으로 날아 들어오는 주인공은 그런 고민을 해서는 안 됐다.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마지막 순간 상대의 시야 안에 온전히 자신만을 위하는 어느 다른 세상의 가능성이 담길 수 있도록 초현실적인 힘을 불러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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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란, 「뼈의 기록」 **

: 망자를 염하며 인간의 죽음을 헤아리는 장의사 안드로이드의 마음이 행한 일


| 죽음이란 모두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모두에게 다르며, 볼 수 없는 존재의 삶을 끊임없이 보고 있는 뼈의 아름다움과 같은 것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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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우정도 환대도 헤아림도 이들의 마음을 가리키는 데에는 부족한 단어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어떤 단어가 좋을까. ‘사랑’ 말고는, 대체할 단어가 없을 것이다.

/ 발문 | 김겨울, 남은 사랑을 볼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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