읻다 서포터즈 넘나리 1기 (231115~231121)
우주적 상상력 안에서 합일하는 진리와 아름다움
/ 출판사 소개글
지금 심장의 고동이 느껴진다면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라. 우주적 순환의 거룩한 심장이 뛰고 있는 소리인지도 모르니까. (p.184)
/ 옮긴이의 말 | 우주라는 사건
(23/11/22) ‘에드거 앨런 포’라는 이름과 표지에 끌려 고른 책. 사전까지 찾아가며 열심히 읽다가 책의 1/3 정도를 읽은 후에 도저히 혼자 이 글을 읽을 수 없을 것 같단 생각에 출판사 서평을 먼저 찾아보았다. 다른 넘나리 분들의 후기를 보니 옮긴이의 말을 먼저 읽으신 분들도 꽤 있는 것 같았다.
『유레카』는 에드거 앨런 포가 1848년에 했던 강연 〈우주의 구조에 대하여〉의 내용을 엮은 책이라고 한다. 모든 내용을 이해할 순 없었지만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네 가지는 공리, 끌어당김과 밀어냄, 유한과 무한, 그리고 관계에 관한 이야기였다.
* 이 글에서 언급된 공리는 공리(公理, 일반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진리나 도리.)와 공리(空理, (1) 사실과 동떨어지거나 실제로 소용되지 않는 이론. (2) 만유(萬有)에 불변의 실체가 없다는 이치.)였는데 나는 公理의 뜻만 알고 있었던 걸 이 글을 읽으며 깨달았다.
* ‘끌어당김’과 ‘밀어냄’이 곧 물질이라(p.50)고 말하며 모든 현상을 ‘끌어당김’과 ‘밀어냄’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 나중에 물질과 에너지의 등가성으로 설명되었다는 게 신기했다.
* 인간은 무한이라는 개념의 ‘허깨비’를 애지중지하지만 사실 우주에도 유한성이 있다고 주장한 것에 놀랐다. 그리고 포의 설명을 읽으면서 우주가 얼마나 거대한지 숫자로 저렇게 설명해도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아 정말 이 지구상의 모든 것들은 참으로 사소하고 우주의 입장에서는 ‘무’로 느껴지겠단 생각이 들었다.
* 옮긴이의 말에서 ‘우주가 태초의 입자에서 무수한 많음으로 나뉘고, 그 같음이 무수한 다름으로 나뉨으로써 관계가 생기고, 무연의 옳음이 무수한 관계들의 그름으로 나뉨으로써 세상에 악이 존재하게 되었’으나 ‘만물이 하나에서 비롯했다는 사실은 개개인의 고통과 행복이 언젠가 하나로 뭉뚱그려져 상쇄되리라는 것을 의미’(p.182-183)한다는 부분이 참 인상적이었다.
현대 과학의 9가지 발견을 시적 직관으로 예견했다고 평가받는 이 글을 에드거 앨런 포 자신은 <머리말>에서 ‘이 글을 오로지 예술 작품으로서 바치는 바다’라고 말하며 ‘나의 사후에 이 작품이 오로지 시로서 평가되길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글을 읽으면서는 ‘도대체 왜 포는 이 글을 시로 읽어달라고 했을까’라는 생각뿐이었는데, 옮긴이의 말을 읽고 나니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가 다시 무로 돌아가는 순환이 ‘우주라는 완벽한 신의 플롯’(p.146)에서 비롯한 것이기 때문에 우주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이 글이 포에게는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라 포 자신이 써내려 간 아름다운 시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좀 더 흐른 후 다시 읽으면 정말 시처럼 느껴질까? 미래의 내가 할 독서가 문득 기대되고 궁금해진다.
(*읻다 출판사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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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물질적이면서 정신적인 우주의 — 물리적, 형이상학적, 수학적 측면에 대해 — 그 본질, 기원, 창조, 현재 상태, 운명에 대해 — 이야기할 작정이다. (p.11)
| (...) 나무는 나무이거나 나무가 아니거나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 즉, 나무이면서 동시에 나무가 아닐 수는 없다는 거예요 (...) 이제 그에게 묻겠어요. 왜냐고 말이에요. 이 간단한 질문에 대한 답은 하나뿐이에요 — 그 누구도 두 번째 답을 내놓진 못할 거예요. 유일한 답은 이거예요 — '그것은 나무가 나무이거나 나무 아닌 다른 어떤 것일 수 있다고 상상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다시 말하지만 밀 씨의 유일한 답이에요 (p.24)
| 옳음은 긍정적이고, 그름은 부정적이며 — 옳은 것의 부정에 불과하다. 이것은 차가움이 뜨거움의 부정이고 — 어둠이 빛의 부정인 것과 같다. 어떤 것이 그르려면, 무언가가 있어서 그것과의 관계에서 글러야 한다 — 그것이 충족하지 못하는 어떤 조건, 그것이 위반하는 어떤 법칙, 그것이 괴롭히는 어떤 존재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을 그르게 하는 존재나 법칙, 조건이 없다면 —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존재나 법칙, 조건이 아예 없다면 — 그것은 그를 수 없으며 따라서 옳아야 한다. (p.74-75)
| 그리하여 끌어당김과 밀어냄 —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 — 이라는 두 참원리는 가장 엄격한 동료애를 발휘하며 영원히 동행한다. 그리하여 육체와 영혼은 손을 맞잡고 걷는다. (p.88)
| 인간의 뇌는 분명히 '무한'에 기울어 있으며, 무한 개념이라는 허깨비를 애지중지한다. 이 불가능한 관념을 상상해내자 이것을 지적으로 믿으려는 희망에서 열정적으로 갈망하는 게 아닌가 싶다. (p.125)
| (...) 지구상에서의 모든 거리가 실은 사소하여 — 거대한 우주적 양에 비하면 절대적 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p.139)
| 대칭성이야말로 우주의 — 그 대칭성의 숭고함 면에서 시들 중 가장 숭고한 시에 불과한 우주의 — 시적 본질이다. 대칭성과 정합성은 서로 바꿔 쓸 수 있는 용어이므로 — 시와 진리는 하나다. 사물은 진리에 비례하여 정합하며 — 정합성에 비례하여 참되다. 다시 말하지만, 완벽한 정합성은 절대적 진리일 수밖에 없다. (p.157)
| 이 견해에서, 또한 이 견해에서만 우리는 거룩한 불의의 — 무정한 운명의 — 수수께끼를 이해할 수 있다. 이 견해에서만 악의 존재가 납득할 수 있는 것이 되는데, 하지만 이 견해에서는 그 이상이 — 견딜 수 있는 것이 — 된다. 우리의 영혼은 더는 우리가 스스로에게 가한 슬픔에 저항하지 않고, 자신의 기쁨을 확대하려는 바람으로 — 그것이 헛된 바람일지라도 — 스스로의 목적을 증진하고자 한다.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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