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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youlovearchive Nov 25. 2023

다와다 요코, 목욕탕

책읽는수요일 (231123~231123)



결국 이 모든 변화와 변모는 정체성의 유동성을 가리키고 그 끝은 바로 죽음이다. (p.114)
/ 옮긴이 해제 | 경계의 안팎으로 사유하는 이야기


| 첫 문장: 인간의 몸은 팔십 퍼센트가 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p.7)


(23/11/23) 읻다 넘나리 서포터즈 두 번째 도서 서평 제출 후 우수 참여자 중 한 명으로 뽑혀 편집자 김소띠 님의 최애책을 한 권 선물 받았다. 바로 다와다 요코의 『목욕탕』! 은행나무 에세 시리즈에서 『지구에 아로새겨진』과 『별에 어른거리는』으로 이름을 알게 된 작가인데 아직 작품을 읽어보진 않았었다. 다와다 요코의 소설 중 편집자님이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하셔서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두께길래 궁금한 마음에 세 번째 서평을 제출하고 바로 이 책을 꺼내 들었다.


———······———


  책을 읽기 전에 왜 제목이 ‘목욕탕’일까 궁금했는데, 다 읽고 나서도 제목의 의미가 확 와닿지는 않았다. ‘욕조’가 있는 공간이어서? 독일어 'bad'의 뜻이 ‘목욕’, ‘목욕물’도 있던데 내가 모르는 언어라 번역이 궁금했다.


———······———


  ‘비늘 있는 여자’라는 설정에서 구병모 작가의 『아가미』가 잠깐 떠오르기도 했는데,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 개인적으로는 이 소설이 좀 더 내 취향!


———······———


  첫 문장과 후반부의 문장이 오버랩되며 인간의 유동성이 지구의 유동성으로 확장되는 부분에서는 전율이 일었다.


| 인간의 몸은 팔십 퍼센트가 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거울 속에 매일 아침 다른 얼굴이 비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이마와 뺨의 피부는 매 순간 그 아래에서 흐르는 물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늪의 진창과 그 위에 발자국을 남기는 인간의 움직임처럼 변한다. (p.7)


| 지구는 칠십 퍼센트가 물로 뒤덮여 있다고들 한다. 그래서 지구 표면이 매일 다른 모양을 보여주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지하수는 아래에서 지구를 움직이고 바다의 파도들은 해변을 갉아먹고 위에서는 사람들이 암석을 파괴하고 계곡에다가 논을 만들고 바다를 둘러싼다.

  그렇게 지구의 모양이 변해간다.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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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과 죽음, 그 사이의 끊임없는 정체성의 유동성에 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화자와 크산더, 호텔에서 만난 지하실의 여자 모두 계속해서 이전의 정체성에서 새로운 정체성으로 넘어가며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결국 마지막에 ‘나는 투명한 관이다.’(p.101)라고 말하는 부분은 우리가 죽음으로 가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듯하다.


| “사람들이 죽으면 더는 괴로워할 일이 없다는 말은 틀린 거예요. 사람들은 죽으면 더욱더 동경하는 게 많아져요.”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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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와 말, 소통에 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통역을 하러 간 자리에서 통역자인 ‘나’가 없이는 서로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크산더에게 독일어를 배우며 그와 사랑에 빠진 ‘나’. 혀를 잃어 말을 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나‘의 정체성은 흔들리게 되고,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말을 잃게 되자 진짜 자아를 찾아 나서게 된다. 다와다 요코의 많은 작품들이 ‘외국어에서 모국어로 역행하는 과정을 통해 언어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해체하고 탈경계적 글쓰기를 지향’(출판사 서평)한다고 설명되어 있었는데 이 부분이 흥미로워서 작품들을 더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말을 가르쳐준 사람에게 나는 그 자리에서 사랑에 빠진다. 크산더가 내 앞에서 해주는 말들을 반복하는 동안 내 혀는 그의 소유로 넘어갔다. 크산더가 담배를 빨면 나는 기침을 하지 않을 수 없었고 내 혀는 불이 난 것같이 아팠다. 크산더는 사물들에게 이름을 줬다. 마치 창조주처럼. (p.53)


| “너는 사랑이라는 외국어의 의미를 우산이라는 외국어의 의미처럼 잘 알아들어야 해. 야만인들만 이 단어를 모르지.”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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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보다 더 내 취향이었던 다와다 요코의 작품! 김소띠 님 다시 한번 책 선물 감사합니다 이렇게 책을 통해 다른 좋은 책을 만날 때면 정말 책 사이를 유영하는 한 마리 물고기가 되고 싶은 심정...


(*읻다 넘나리 서포터즈에서 우수 참여자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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