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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youlovearchive Nov 27. 2023

엘리자베스 개스켈, 고딕 이야기

은행나무 (231120~231126)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고딕 문학의 고전
/ 출판사 소개


(23/11/26) 은행나무 브릭스 북클럽을 마치고 선물 받았던 책 『고딕 이야기』를 이제야 읽게 되었다. 대학교 때 고딕소설을 읽는 수업을 들었었는데, 어딘지 모르게 으스스하고 황량한, 그러나 풍부한 배경 묘사는 내 마음을 사로잡아 고딕 소설에 흥미를 느끼게 됐다. 소설집 제목이 ‘고딕 이야기’라서 망설임 없이 고른 책인데 가을, 겨울 분위기가 나는 단편들이 많아서 지금 읽기 딱 좋단 생각을 했다.


* 다른 사람이 플레이하는 공포 게임 영상을 즐겨 보고, 인터넷의 괴담 이야기를 읽거나 영상을 보는 게 재미있다. 소설은 그런 콘텐츠들과 또 다른 재미가 있다. 현대 공포 소설도 좋지만, 내가 경험해 본 적 없는 오랜 과거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고딕 소설은 참 매력적이다.


* 옮긴이의 말에서 ‘문학에서 고딕은 초자연적 현상과 같은 경이로움, 떠도는 유령의 두려움, 현재를 엄습하는 과거의 공포를 이야기한다.’(p.360)고 말한 것처럼, 개스켈의 소설에서는 유령에 대한 두려움뿐만 아니라 일상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공포,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섬뜩함, 현재를 불안하게 하는 과거의 압박감 등을 다루고 있다.


* 유령이나 귀신보다 사람이 무서운 나는, 이번 소설집을 읽으면서도 인간의 잔인함과 끔찍함이 더 무서웠다. ‘저주’를 다룬 두 단편 「빈자 클라라 수녀회」와 「그리피스 가문의 저주」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두 단편은 무서우면서도 쓸쓸하게 슬퍼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 올여름에 고딕 소설을 잔뜩 샀었지만 읽지 못하고 책장 한 구석에 밀어두었었는데, 이번 소설집을 읽으니 내년 여름에는 꼭 고딕 소설들을 챙겨 휴가를 가야겠단 생각을 했다.


(*은행나무 브릭스 북클럽 종료 후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실종」


: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이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 다시 한번 말하자면 나는 형사 경찰의 시대에 사는 것에 감사한다. 내가 살해당하거나 중혼을 한다면, 어떤 경우든 내 친구들은 어렵지 않게 그 일에 대해 전부 알게 될 것이다.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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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보모 이야기」


: 사랑이 대체 뭐길래······


| 더더욱 몸서리쳤던 것은 그 지독한 날씨의 고요함 속에서, 그 아이 유령이 온 힘을 다하고 있음에도 그 작은 손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고, 울부짖고 울고 하는 것이 보임에도 어떤 희미한 소리도 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을 때였다. (p.50-51)


———······———


「대지주 이야기」


: ‘범죄를 저지르는 꿈’은 진짜였을까 아니었을까


| “끔찍한, 끔찍한 살인이었어요! 그 살인자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군요. 난 붉게 달아오른 저 불의 중심이 마음에 들어요. 봐요, 얼마나 까마득하게 멀어 보이는지. 그리고 그 먼 거리가 어떻게 저것을 무시무시한, 꺼버릴 수 없는 무언가로 만드는지.” (p.8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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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 클라라 수녀회」 *


: 저주와 참회, 그리고 속죄


| “하지만 제가 어쩌겠습니까? 우리는 하느님을 제외하고는 모두에게 버림받았습니다. 하느님조차 기이하고 사악한 힘이 우리를 괴롭히는 것을 허락하고 있으니 제가 어쩌겠습니까! 어디까지 가야 끝이 난단 말입니까?”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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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피스 가문의 저주」 *


: 예언을 거스르려는 노력, 운명의 힘은?


| “나는 그대에게 살아가라는 저주를 내린다. 나는 안다, 그대가 차라리 죽기를 기도하게 되리라는 것을.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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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은 나뭇가지」 *


: 인륜보다 못한 천륜


| “세상에 돈 같은 게 없었으면 좋겠어. 그랬다면 당신이 이렇게 되지 않았겠지. (...)” (p.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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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다, 사실인지」


: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몽환적인 하룻밤


| 저는 넓은 계단 양쪽으로 펼쳐진 비어 있는 커다란 회랑에서 웅장하게 밀려드는 웅얼거림을 (마치 먼 바다에서 물결이 밀려나고 또 밀려들기를 영원히 반복하는 그 쉼 없는 소리를) 들은 것만 같았고, 우리 위 어둠 속에 희미하게 그 소리를 인지하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마치 수 세대에 결친 목소리가 침묵하는 허공에서 메아리치다 물러가고 있는 듯했습니다. (p.336-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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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다가도 불현듯 느끼는 불안과 섬뜩한 공포를 인간 내면에 대한 통찰과 함께 풀어가는 개스켈의 19세기 고딕 이야기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익숙하게 다가와 가슴 깊은 곳을 휘저을 것이다. 에세, to be, 인간이 존재하는 한 느낄 수밖에 없는 근원적 두려움을 이 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찬찬히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옮긴이의 말, p.362-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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