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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youlovearchive Dec 03. 2023

최진영, 단 한 사람

한겨레출판 (e-book)(231125~231127)



 영원한 건 오늘뿐이야. 세상은 언제나 지금으로 가득해.


 언젠가 사라져버릴 당신과 나를 영원히 사랑하기 위해 이 소설을 썼습니다.
/ 작가의 말


| 첫 문장: 작은 섬에는 작은 열매를 좋아하는 작은 새가 많았다. (프롤로그)


 (23/11/27) 최진영 작가님은 단편 「돌담」으로 알게 된 작가님인데, 소설집 『겨울방학』의 편집자 리뷰에서 ‘최진영의 인물들은 두려움을 통과해 나아간다.’와 ‘마음을 단단히 쌓는 인물들’이라는 문장을 보고 ‘최진영이 그려내는 인물들’이 궁금해졌다. 이번에 장편소설이 나왔다고 해서 읽게 되었다.


———······———


 최근 읽었던 다와다 요코의 『목욕탕』에서도 삶과 죽음에 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좀 더 깊게 삶과 죽음, 그리고 ‘신 혹은 절대자’에 관해 사유해 볼 수 있었다.


| 우주에서 생명이란 너무나도 이상한 현상. 신은 생명에 관심이 없다. 살려달라는 기도를 신은 이해하지 못한다.


| 삶은 죽음과 탄생을 모두 담는 그릇이다. 죽음 없는 삶은 불완전하다.


———······———


 임천자 - 장미수 - 신목화 - 루나로 이어지는 가업인 ‘단 한 사람’을 구하는 이야기,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 모두가 다른 존재라는 것, 즉 ‘단 한 사람’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이야기란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구하는 일’에 임천자와 장미수, 신목화가 각자 다른 이름을 붙이듯, 단 한 사람을 구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자가 어떤 존재인지 각자 다른 믿음을 가지고 있듯, 각자 ‘단 한 사람’만을 구할 수 있는 운명을 다르게 받아들이듯, 임천자와 장미수와 신목화의 ‘단 한 명’이 모두 다르듯, 임천자와 장미수와 신목화는 모두 다른 사람, 단 ‘한 사람’이다. 무조건 운명에 순응하거나 저항하는 대신 목화가 선택한 길이 참 좋았다. 나무의 지시가 아닌 자신의 마음에서 하는 일.


| 목화는 타인의 삶과 죽음에 판단을 멈추었다. 그리고 중개 중에 이전에는 하지 않는 것을 했다. 마음을 다해 명복과 축복을 전하는 일. 죽어가는 사람과 살아난 사람의 미래를 기원하는 일. 그것은 나무의 일이 아니었다. 사람으로서 목화가 하는 일이었다. 나무의 지시가 아니었다. 목화의 자발적인 마음이었다.


———······———


 삶과 죽음, 그 사이의 사랑. 그들은 다른 사람이기에 그들의 사랑의 모양도 모두 다르다. 임천자에게 사랑은 말하지 않고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 죽어서도 기꺼이 원망과 미움의 대상이 되어주는 것, 신복일에게 사랑은 심장이어서 사랑이 멈추면 삶도 끝나는 것, 장미수에게 사랑은 감추고 속이는 것 없이 다 말해주는 것. 여러 사랑 중에서도 임천자의 사랑을 오래 기억할 것 같다. 장미수가 언젠가 꼭 그 사랑을 깨달았기를.


| 어떤 사랑은 끝난 뒤에야 사랑이 아니었음을 안다.

  어떤 사랑은 끝이 없어서 사랑이란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어떤 사랑은 너무 멀리 있어 끝이 없다.

  어떤 사랑은 너무 가까이 있어 시작이 없다.


———······———


 ‘한 사람을 살리는 일’, 그리고 ‘산 사람을 살리는 일’.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일’, 그리고 ‘산 사람으로 살아가는 일’. ‘영원한 건 오늘뿐이야. 세상은 언제나 지금으로 가득해.’라던 금화의 말처럼, 언제 찾아올지 모를 죽음을 두려워하고 걱정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 마음껏 기뻐하고 사랑하고 때론 마음껏 슬퍼하고 그리워하며 ‘영원한 오늘’을 누리며 ‘단 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 그러므로 남김없이 슬퍼할 것이다. 마음껏 그리워할 것이다. 사소한 기쁨을 누릴 것이다. 후회 없이 사랑할 것이다. 그것은 목화가 원하는 삶. 둘이었다가 하나가 된 나무처럼 삶과 죽음 또한 나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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