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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youlovearchive Dec 04. 2023

이서수, 엄마를 절에 버리러

자음과모음 트리플 17 (e-book, 231201~231202)



누군가의 삶을 고스란히 소설로 옮기는 것은 나에겐 불가능한 일이다. 나는 내가 아는 엄마의 모습에 대해서만 쓸 수 있고, 어쩌면 그건 반쪽짜리 진실이 되기도 어려울지 모른다.
/ 에세이 | 무지개떡처럼


(23/12/03) 자음과모음의 트리플 시리즈에는 작가의 에세이와 문학평론가의 해설이 함께 실려 있다는 게 참 좋다. 이서수 작가님의 소설집을 읽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코로나 시대의 세 모녀의 이야기가 재미있으면서도 때론 가슴 아프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여러 생각이 드는 복잡미묘한 소설들이었다.


  엄마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뭉클해지고 울컥해질 때가 있다. 엄마가 조금 더 나이가 든 후에 이 소설을 다시 읽어보면 좀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세상 모든 ‘엄마’들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


———······———······———


「엄마를 절에 버리러」 *


| 우리에겐 아직 폭죽이 많이 남아 있었다. 팡 터뜨리고, 와아 감탄하고, 피시식 사라질 폭죽이 100발 넘게 남아 있었다. 엄마의 손에 불붙은 폭죽을 건네주며 나는 이 순간을 엄마가 영원히 기억하길 바랐다. 우리가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는 그날에도. 찬란하게 떠올라 이내 어두운 바다 속으로 녹아 사라지더라도.


———······———


「암 늑대 김수련의 사랑」


| 그날부터 내 꿈은 깊숙한 상자 속에 숨겨놓고 살았는데 이제 와서 다시 소설을 쓰고 있다. 투잡을 하지 않으면 굶어 죽을 것처럼 말하며 소설을 쓰고 있는데, 엄마는 알까. 실은 소설 쓰는 게 너무 즐겁다. 즐거운데 즐겁다고 말하지 못하겠다. 무언가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조차 사치로 느끼는 엄마처럼 나 역시 그런 어른이 되어버렸다.


———······———


「있잖아요 비밀이에요」 *


| 서한지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엄마, 대단한 인생을 살 필요는 없어. 엄마가 좋아하는 알밤, 그걸 떠올려봐. 벌레 먹은 밤을 집어 들면 에잇 속았다, 그런 표정으로 웃잖아. 인생도 그런 마음으로 살면 돼. 자꾸 벌레 먹은 밤만 집어 들어서 속상해도 웃어넘기고 마는 것처럼, 그냥 그런 마음으로 살면 돼. 대단해지려고 하지 마. 남들하고 비교하느라 엄마가 그렇게 속이 아픈 거야. 엄마는 엄마의 길을 묵묵히 가면 돼. 그것이 지극히 초라한 길이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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