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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youlovearchive Jan 10. 2024

김화진, 공룡의 이동 경로

스위밍꿀 (231229~240106)



*별점: 5.0

*한줄평: 마음의 흐름을 가만히 바라보는 일

*키워드: 사랑, 슬픔 | 마음, 감정 | 이해, 감각 | 욕망, 궁금증 | 호기심, 움직임

*추천: ‘마음들의 이동 경로’가 궁금한 사람


나는 언제나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의 관찰자를 원했다. 누군가가 너 지금 그렇구나, 하고 아주 정확하게 말해주길 바랐다. 소설을 쓰며, 내가 바라는 것은 내가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작가의 말 (p.224-225)


 사랑으로 시작해 두려움과 불안, 슬픔이 찾아오지만, 결국 사랑의 마음으로 끝맺음한 완벽한 연작 소설. 보통 이런 소설집, 특히 연작 소설은 모든 단편이 고루 좋다고 느끼기 쉽지 않은데, 주희, 솔아, 지원, 현우, 그리고 피망이까지 모든 단편이 참 좋았다. 그래도 특히 애정 어린 시선으로 읽은 첫 번째와 마지막 단편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그들의 마음을 따라 나도 흘러 흘러 나의 마음을 바라보게 되었다.


 ‘내가 바라는 것은 내가 해야’ 하므로, 마음들의 관찰자가 되어 마음들의 흐름과 이동 경로를 가만히 바라보는 소설을 쓴 사람. 앞으로 김화진이 그려 나갈 마음들이 기대된다. [24/01/07]


———······———······———


「사랑의 신」

: 사랑과 슬픔은 한 몸인 걸까


| 소음 속에서 사락사락 사랑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슬픔 곁에는 왜 항상 사랑이 맴돌까. 우리는 왜 비슷하게 슬퍼야만 감춰둔 사랑을 꺼내게 될까. 나는 이 이야기를 어째서 현우나 솔아 언니에게는 하지 못하고 지원 언니에게는 하게 된 걸까. 슬픔은 슬픔을 어떻게 알아보는 걸까.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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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친구에게」

: 마음대로 왔다가 마음대로 가버리는 마음에 슬픈 사람


| 그러나 그것도, 그 마음이라는 것도 내가 움직여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마음은 언제나 혼자서 생겨서 혼자서 죽어버리고. 나는 그 감정이 나를 채우도록 내버려두고 흔드는 대로 흔들릴 뿐이다. 이겨본 적이 없다.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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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 있어」

: 나 여기 있어, 하고 말할 수 있는 마음


| 그 감각을 알았다. 나는 가고, 너는 여기 남겠구나. 누가 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가고 내가 남겨진 것이기도 하겠지. 그러나 그런 건 의미가 없고 그저 우리가 함께가 아닌 순간에 대한 예감만이 또렷했다. 나는 언제나 그 감각을 알았다. 그런 감각이 스미는 순간을 알았다. (p.115-116)


———······———


「이무기 애인」

: 누군가의 구슬이 되고 싶은 마음이란


| 나는 주희의 구슬이 되고 싶었다. 나는 되고 싶은 게 별로 없었다. 아주 오랜만에, 거의 최초로 정확한 욕망이 들었다. 어느 면으로 보자면 주희도 나의 구슬이 된 셈이다. 구슬을 갖는 일은 뿌듯하면서도 조바심이 나는 일이다. 언제라도 잃게 될까 전전긍긍하게 되니까.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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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의 이동 경로」

: 솔아 곁에 언제나 머무르고 있던 공룡의 이동 경로는


| 솔아의 팔은 너그러웠고 그곳에서 고독하고 묵묵하게 살 수 있었으나, 결론적으로 나는 그곳을 떠나왔다. 그건 아주 힘들었지만. 나는 괜한 것이 궁금했고 그걸 참지 못했고 결국 솔아의 눈꺼풀 뒤로 올라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는 솔아의 시선이 궁금했다. 나는 너무 작았고 작은 채로 솔아의 팔목 안쪽에 새겨져 있었기 때문에, 주로 목소리들을 들었다. 솔아를 둘러싼 목소리들. 솔아는 가끔 어떤 목소리나 어떤 순간을 마주하면 슬퍼지는 것 같았다.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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