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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youlovearchive Jan 22. 2024

오은, 왼손은 마음이 아파

현대문학핀시리즈 시인선 008 (240118~240121)



* 별점: 4.0

* 한줄평: 순간이 시간이 되고, 시간이 순간이 될 때

* 키워드: 꿈 | 내일 | 해 | 시간 | 순간 | 추억 | 미래 | 생 | 손 | 감각 | 리듬 | 고독

* 추천: 순간과 시간에 관해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


이처럼 무언가를 쥐는 일은 어떤 믿음을 갖게 만드는 힘이 있다.
/ 에세이 | 생의 리듬 (p.123)


———······———······———


* 다른 리뷰에서도 몇 번 썼었는데, 작가를 만나는 첫 시집이나 첫 소설로 현대문학 핀시리즈를 선택하면 만족스러운 독서를 하게 된다. 시인선의 경우 시인의 에세이가 실려 있어서 좋고, 소설선은 작품해설이나 발문, 작가의 말을 통해 작품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어 좋다. 부담되지 않는 적당한 분량도 ‘첫 만남’에 딱 알맞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러 작품을 쓴 작가라면 핀시리즈 작품에 먼저 손이 간다.


* 시집을 다 읽고 나서 왜 시집 제목을 ‘왼손은 마음이 아파’라는 구절로 정한 건지 궁금했다. 핀 시리즈 volume II의 에세이 주제가 ‘신체’고, 시인이 손과 손가락에 관한 에세이를 써서 「패러다임」이라는 시의 이 구절이 가장 잘 어울려서일까? 종종 시집 제목에 관해 생각해 보는데, 은근히 재미있다. 이 시집은 다른 제목이었으면 어땠을까? 읽으면서 시간과 순간에 관한 구절들이 인상적이어서 이와 관련된 제목이어도 좋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 이 시집은 내게 꿈과 생, 순간과 시간이라는 키워드로 남을 것 같다. 특히 「메리와 해피와」라는 시는 크리스마스와 새해 무렵에 항상 떠오를 것 같은 시다. ‘메리 크리스마스’의 메리, ‘해피 뉴 이어’의 해피를 아이라고 생각해 보니 재미있으면서도 약간 쓸쓸하고 서글프기도 했다. 그렇지만 ‘새해가 밝아오는 것과 별개로 / 해피는 늘 곁에 있다고 했다 /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 없다고 여기면 안 된다고 했다’(p.103-104)는 구절이 참 좋았다. 보이지 않아도 행복은 우리 곁에 머무른다는 말이 힘이 되었다. [24/01/22]


(*출판사에서 진행한 북토크에서 이벤트 당첨으로 도서를 증정받았습니다.)


———······———······———


| 너의 꿈속에서는 태양이 지고 있었다. 태양은 너무 커다래서 시간이 흘러도 지는 것을 멈추지 않았지. 여전히 지평선에 걸려 있었지. 밤이 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지. 내일을 감히 상상할 필요가 없었지. 불행을 감히 점칠 필요가 없었지.

/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p.10)


| 봄밤에는 산책하는 연인들이 있었다 모래알들을 밟으며 앞길을 내다보았다 막막했다 눈썹달을 바라보며 좋은 일만 생각하기로 했다 봄이 코앞이라고 믿기로 했다 비를 피하기 위해 봄을 기다렸다 너 없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까마득하구나

/ 「봄밤비」 (p.14)


| 어젯밤 꿈에는 네가 나왔다. “잘 지내?”라고 차마 묻지 못했다. “잘 지내”라고 서슴없이 대답할까봐. 누구보다 네가 잘 지내기를 바라면서도 나는 이렇게나 나쁘다. 꿈속에서도 나아지지 않는다.

/ 「표리부동」 (p.60)


| 축하해

  앞으로도 매년 태어나야 해

  

  매년이 내일인 것처럼 가깝고

  내일이 미래인 것처럼 멀었다

/ 「생일」 (p.108)


| 살아가면서 더 많은 것들을 쥘 기회를 얻을 것이다. (...) 生의 실마리를 쥐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처해도 쓰게 만드는 어떤 것이 있으리라 믿는다. 이처럼 무언가를 쥐는 일은 어떤 믿음을 갖게 만드는 힘이 있다.

/ 에세이: 「생의 리듬」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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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첫 문장」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봄밤비」

 「애」

 「대체적으로」

 「표리부동」

 「모자이크」

 「그날의 전날」

 「메리와 해피와」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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