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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youlovearchive Jan 26. 2024

김병운, 위수정, 이주혜, 소설 보다 : 봄(2022)

문학과지성사 (240106~240124)



* 별점: 4.5

* 한줄평: 양가감정이 담긴 세 편의 이야기

* 키워드: 양가감정 | 용기, 정체성 | 사랑, 욕망 | 무게, 기다림

* 추천: 사람의 마음과 양가감정이 담긴 이야기들이 궁금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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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부터 문학과지성사의 이 계절의 소설 ‘소설 보다’ 시리즈를 읽기 시작하면서 예전에 출간된 책들도 한 권씩 모으고 있다. 이 책은 김병운, 이주혜 작가님의 글이 실려 있어 구매했는데 세 편 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았다.


* 가장 인상적이었던 단편은 이주혜 작가님의 단편 「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 2023년 가을 편의 「이소 중입니다」를 읽고 『누의 자리』를 찾아 읽었을 때 참 좋았어서 이 단편도 궁금했는데 ‘쓸모’와 ‘무게’, ‘오해’와 ‘이해’, ‘사랑’과 ‘기다림’이라는 단어들을 엮어 내려간 이야기가 조금 쓸쓸하면서도 아름다웠다.


* 김병운 작가님과 이주혜 작가님은 여기 실린 단편들이 수록된 소설집을 내신 걸 알고 있어서 그 소설집을 읽기 전에 이 책을 먼저 읽어봤는데 소설 보다 시리즈는 ‘이 계절의 소설 선정의 말’과 인터뷰를 함께 볼 수 있어 작품과 작가를 더 깊이 알게 해 줘서 참 좋다. 올해도 이 시리즈는 쭉 구매해서 읽어야지. [24/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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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운, 「윤광호」

: 용기의 문제가 아닌 시간의 문제라는 말


| 이제 와 생각해보면 나는 내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쪽으로 걸어가는, 그래서 자꾸만 나의 위치와 한계를 자각하게 만드는 광호 씨의 용기를 경계하면서도 선망했던 게 아닐까 싶다.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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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수정, 「아무도」

: 사랑해서 원하는 것과 원해서 사랑하는 것의 차이는


| 어떤 마음은 없는 듯, 죽이고 사는 게 어른인 거지. 그렇지?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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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혜, 「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 *

: 이해와 오해, 그 사이의 엄청난 무게


| 나는 그런 내 몸을 구해줄 생각도 없이 그저 이런저런 것들의 무게가 궁금했다. 사토 상 미소의 무게. 그 사람 기다림의 무게. 사장이 나를 선택했을 때 내게 부려놓은 소문의 무게. 아버지가 돌리던 자전거 바큇살 사이의 무게. 우리 구은정 양, 다리 벌렸니? 소희 언니가 별안간 터뜨린 눈물의 무게. 내 안에 새로 생긴 빈자리의 무게. 그 없어짐의 무게.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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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저는 이 소설이 자신의 정체성을 가까스로 인정한 사람이 결국 긍정하는 데는 실패한 이야기라고 봤고, 구애에 대한 거절을 존재에 대한 거부로 인식하게 되는 이런 상황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윤광호에게도 익숙할 거라고 상상했어요. 활동가이기 이전에 게이 남성으로서 윤광호에게도 수많은 거절과 좌절로 점철된 사랑의 역사가 있을 테니까요. (김병운 × 선우은실, p.50)


| 모두 ‘참는’ 어른들 사이에 희진만이 따로 떨어져 있다가 결국에는 ‘아무도’에 심지어 희진 자신조차 포함되리라는 것을 예감할 때에 느끼는 그 쓸쓸함은 너무 깊어요. 단지 이 이야기를 보여주는 ‘소설’만이 그 ‘아무도’에서 제외되는 것이 아닐까요. 뜨거웠던 희진의 감정을 소설은 영원히 담아둘 수 있을 테니까요. 말씀하신 안도라는 감정은 깊은 고독 안에서만 가능한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니 더 슬퍼지지만. (위수정 × 이소, p.101)


| 사장이 적극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은정은 감히 ‘사랑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 어쩌면 이고 진 게 너무 많은 은정에게 사랑은 더할 엄두가 나지 않는 가장 무거운 짐이 아니었을까요? (이주혜 × 이희우,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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