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okyoulovearchive Jan 28. 2024

유희경, 이다음 봄에 우리는

아침달 시집 22 (240122~240125)



* 별점: 5.0

* 한줄평: 아름답고도 슬픈 겨울을 지나

* 키워드: 빛 | 사랑 | 겨울 | 슬픔 | 깜깜 | 밤 | 잠 | 꿈 | 감각 | 생각 | 감정 | 저녁 | 눈 | 그림자 | 사건 | 이야기

* 추천: 겨울과 봄 사이를 거닐고 싶은 사람


이다음 봄에 우리는 어느 무덤에서 울어야 할까요
/ 「이다음 봄에 우리는— 고백6」 (p.65)


———······———······———


* 유희경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이다음 봄에 우리는』의 제목에는 봄이 들어가는데 표지엔 눈송이가 그려져 있다. 이유가 궁금했는데 읽다 보니 겨울 분위기가 스며 있는 시집이었다. 하지만 겨울의 슬픔과 쓸쓸함에 머물러 있기보다는 ‘이다음 봄의 우리’를 기대하게 하는 시집이었다.


* 『겨울밤 토끼 걱정』 낭독회에 갔었을 때 시를 낭독하시는 목소리가 참 좋았었는데, 그때 기억을 떠올리며 시를 읽으니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이 층의 감각」이라는 시는 시집서점 위트 앤 시니컬에 방문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시집이 가득하고, 고요해서 어쩐지 소곤소곤 말해야 할 것 같은 곳. 조만간 다시 가고 싶다.


* ‘목도리를 꺼내는 것을 깜빡하고, 스웨터에는 오래된 얼룩들’이 남아 있는데, 그렇게 겨울‘을’ 사는 것이 아니라 겨울‘은’ 산다(「그런 잠시 슬픔」, p.18-19)는 말이나, ‘생각의 숨내를 맡은 것도 같아서 조그맣게 아름다워 참 슬프다 따위의 불면을 더듬거려보는’(「한밤의 기분」, p.47) 일, ‘예쁜 것을 본 적이 없는 삭이 자꾸 시간을 물어보고 남은 시간이 없었을 때 괜찮다고 말하는’(「삭削」, p.82) 것. 슬프고도 아름다운, 아름답고도 슬픈 구절들이 마음에 많이 남았다. 이제 겨울이 돌아오면 유희경 시인의 시집도 떠오를 것 같다.


* 『겨울밤 토끼 걱정』에 실린 겨울 느낌이 담긴 시들이 좋았기 때문에 제목에 계절이 들어간 이 시집을 골랐는데, 좋았던 시 목록을 정리하면서 아이패드로 필사를 하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 ㅋㅋ 다른 시집도 한 권씩 차근차근 읽어야겠다. [24/01/26]


———······———······———


*시인의 말


그림자가 말했다.
천천히 들려줘요.

이제 나는 준비가 되었다.


2021년 가을

유희경


———······———······———


|   하지만 잠은 오지 않고 불면 그것은 감정이야 맞아 중얼거리며 끌어안듯 왼쪽으로 돌아눕는 것이다 이제 자자 잘 자 아쉬워하면서 이건 참 어쩔 수 없네 생각의 숨내를 맡은 것도 같아서 한 번 더, 이제 자자 잘 자, 하고 조그맣게 아름다워 참 슬프다 따위의 불면을 더듬거려보는 것이다

/ 「한밤의 기분」 (p.47)


 | 빼내려고 애를 쓸수록 깊어지는 것이 있다 그날 밤

  나는 사랑의 한끝을 붙들고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이제 잊어, 말해주는 사랑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어디 좋은 것만 있겠어, 나는 대꾸를 해주었을 것이다

  사랑의 딱딱한 한끝을 놓아주고서 팔짱을 끼었을지도 모른다

  그날 밤, 나는 사람이 될 수 있었을지 몰라 딱딱한 몸을 가진

  사랑은 묻어두고서 이제는 후회하고 있다

/ 「연작戀作」 (p.119-120)


 | 이제 문을 닫으려고요.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도 잊을 겁니다.

  문이 닫히고 나면

  남은 일은 문을 열고 나서는 것. 그러니,

 

  천천히 들려줘요. 내게.

  이다음 봄에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 부록 | 그림자의 말 (p.139)


———······———······———


*좋았던 시


I. 그 겨울은 누구의 장례였나

 「겨울 정오 무렵」

 「선한 사람 당신」

 「빈 코트」

 「그런 잠시 슬픔」

 「지독한 현상」

 「밤은 잠들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꿈」

 「돌아오는 길」

 「이 층의 감각」

 「보이지 않는 소리」

 「한밤의 기분」


II. 고백은 필요 없는 것

 「아직은」

 「어머니의 검진 결과를 기다리던 병원 로비에서」

 「오송」

 「겨울, 2007」

 「오래된 기억」

 「이다음 봄에 우리는」

 「녹은 눈을 쓸어내기」

 「봄에 가엾게도」

 「잃어버린 사월과 잊어가는 단 하나의 이야기」

 「추모의 방식」


III. 이야기의 테이블

 「니트」

 「그치지 않는다」

 「삭」

 「아름다운 개 파블로프」

 「마른 물」

 「의자들 있는 오후」

 「가변시력」

 「빈 테이블 서사」

 「기린 인형」

 「세계에 대해, 조금 더 적은 측면으로」

 「연작」


———······———······———




매거진의 이전글 김병운, 위수정, 이주혜, 소설 보다 : 봄(202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