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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youlovearchive Feb 03. 2024

김빵, 김화진, 김청귤, 구소현, 명소정, 투 유

자이언트북스 (240129~240202)



* 별점: 4.5

* 한줄평: 책을 읽고 난 후 당신의 마음을 채우는 이름 하나쯤은 남기를

* 키워드: 감정, 이해, 사랑 | 좀비, 용기 | 마음, 균형 | 마지막, 운명 | 죽음, 질문 | 목적, 진실

* 추천: 다섯 빛깔 다채로운 감정과 마음,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


To. 당신이 채우고 싶은 이름
/ 출판사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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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이언트북스의 앤솔러지 시리즈 ‘자이언트 픽’은 일 년에 한 번, 매해 첫 달 출간된다. 작년에 이유리·김서해·김초엽·설재인·천선란 작가님이 쓰신 ‘마음을 사로잡는’ 다채로운 이야기 다섯 편이 수록된 자이언트 픽 첫 번째 책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두 번째 자이언트 픽 『투 유』의 출간 소식을 듣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리뷰단에 선정되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다.


* 김화진, 구소현 작가님의 작품은 읽어본 적이 있었고, 김빵, 김청귤, 명소정 작가님의 작품은 처음이었다. 첫 자이언트 픽 책에서도 김서해, 설재인 작가님을 새로 알게 되었고, 참 좋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기대가 되었다.


* 좀비가 드글드글한 세상에서 재회한 두 친구의 이야기 「좀비 라떼」, 내 안의 여러 갈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이야기 「시간과 자리」, 지구의 마지막 빙하에 운명을 맡기는 「지구의 마지막 빙하에 작별인사를」, 죽은 연인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이 담긴 「투 유」,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먼 행성에서 지구로 온 금속 회로의 이야기 「이방인의 항해」까지. 첫 책을 읽을 때처럼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자꾸 최애 단편이 바뀌었다. 자이언트 픽이라는 이름처럼 정말 마구마구 픽하고 싶은 단편들!


* 다섯 편 중에서도 특히 좋았던 단편은 김청귤 작가님의 「지구의 마지막 빙하에 작별인사를」과 명소정 작가님의 「이방인의 항해」! 「지구의 마지막 빙하에 작별인사를」에서 ‘지구의 마지막 빙하’가 녹아내리는 게 정말 조만간 다가올 미래 같아서 매우 섬뜩해졌다. 「이방인의 항해」는 첫 자이언트 픽 책에 실린 천선란 작가님의 「뼈의 기록」이 떠올라 더 좋았다. ‘관찰의 대상이지 상상의 배경이 아니라고 애써 열망을 억누르려 하지만 바다에 도착한 미래를 그리기를 멈출 수 없는’(p.265-266) 금속 회로에 마음이 가서 뒷 이야기가 더 궁금해지는 글이었다. 의외로 새로 만나게 된 작가님들이 내 취향 저격이라 더 즐거운 독서를 할 수 있었다.


* 출판사 서평에서 ‘함께 나눈 마음에 기대어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니까.’라는 말이 참 좋았다. 우리는 다양한 감정과 마음을 알아채고 이해하며 누군가를 사랑하고 또 사랑받는다. 그리고 함께 나아간다. 다섯 편의 이야기를 읽고 난 후 당신의 마음에도 떠오르는 이름이 하나쯤 있기를. 이 책의 제목이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투 유’여서 더욱 좋다. [24/02/03]


(*자이언트 픽 리뷰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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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빵, 「좀비 라떼」

: 전하지 못했던 진심을 위해 용기를 내는 일


* 함께 들으면 좋을 노래: Mt.Fujitive - whisper


| 현관문을 열자 소파 앞에 그대로 서 있는 라떼가 보였다. 순간 뼈마디가 저릿했다.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는 게 오랜만이라 그런가. 아득하게 멀어졌던 순간이 난데없이 가까워졌다. 라떼, 저 이름 모를 좀비 때문에.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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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 「시간과 자리」

: 내 안의 여러 갈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


* 함께 들으면 좋을 노래: 권진아 - 흘러가자

-> 눈물이 나면 다 울고 웃음이 나면 또 웃고 사랑하는 걸 사랑하고 우스갯소리 하고 흘러가자 그냥 그렇게 별일 없이 오늘 그렇게 흘러가자 흘러가자


| 연극은 항상 그리웠고 지호가 사는 지역에는 연극이 드물었다. 그래도 서울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이 그리움의 상태가 좋았다.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그리워만 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슬프면서도 좋았다. 마음은 하나가 아니었다. 언제나처럼.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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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귤, 「지구의 마지막 빙하에 작별인사를」

: 죽기 전에 보러 간 지구의 마지막 빙하에서 새롭게 삶의 의미를 찾는 일


* 함께 들으면 좋을 노래: 짙은 - 빙하

-> 세상의 모든 빙하가 녹아 그 물들이 모두 하나로 뭉쳐 당신과 나 이 깊은 골짜기를 메워준다면


| 영상으로만 봤던 하얗고 거대한 빙하가 아니라 바닥에 떨어져 볼품없이 깨진 얼음조각 같았다. 바다색을 흡수한 것처럼 새파란 게 다를 뿐이었다. 그 빙하는 하나가 눈물을 뚝뚝 흘린 것처럼, 아니 그보다 더 빠르게 물을 뚝뚝 흘리며 녹아내리고 있었다.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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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현, 「투 유」

: 사랑하는 이의 죽음 후에도 남아서 살아가는 일


* 함께 들으면 좋을 노래: 정승환 - 별 (Dear)

-> 아주 멀리 있어도 사라지지 않는 저 별처럼 너를 혼자 두지 않을게


| “우리의 마음은 생각보다 더 대단해. 충격은 흡수되어 전부 녹아 없어질 거야. 불행이 뱀처럼 달려들어도 우리의 늪 같은 마음은 그 뱀을 잠기게 만들어. 회복할 수 있어.”

  전시회 벽면에서 본 대사가 나오는 장면까지만 보고 그녀는 잠들었다. 너무 큰 충격으로 기절한 마마로바의 귓가에 겔이 속삭이는 장면이었다.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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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소정, 「이방인의 항해」

: 관찰이 아닌 상상으로 나아가는 일


* 함께 들으면 좋을 노래: James Quinn - Dreamer's Path


| 여기서 보인 모든 행동이 바다를 향한 항해였다는 걸 이 아이는 언제부터 알고 있던 걸까. 사고하고 행동하는 기능은 오직 수집의 원동력을 위해서 존재한다고만 생각했다. 사고는 나의 기호를 만들고, 행동은 내게 선택지를 주었다.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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