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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youlovearchive Feb 08. 2024

최진영, 내가 되는 꿈

현대문학핀시리즈 소설선 033 (240204~240205)



* 별점: 5.0

* 한줄평: ‘과거는 꿈이 아니다. 나의 미래는 나.’ (p.97)

* 키워드: 죽음 | 이별 | 존재 | 지금 | 시간 | 비밀 | 편지 | 진실 | 행복 | 불행

* 추천: ‘사라지는 지금 속’ 나라는 존재 혹은 나의 삶을 돌아보고 싶은 사람


아무도 내가 될 수 없고 나도 남이 될 수 없다. 내가 될 수 있는 건 나뿐이다. 자칫하면 나조차 될 수 없다. (p.99)


| 첫 문장: 볕은 따뜻하고 바람은 차가운 수요일 오후 2시경, 할머니는 엄마가 쟁반에 차려 온 미음도 약도 마다하고 창을 조금만 열어달라고 했다. (p.9)


———······———······———


*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좋았다. 아직 2월이지만 2024 올해의 책 중 한 권이 되지 않을까 싶다.


* -, +, ÷ 세 기호를 사용해서 시간대를 구분하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과거는 +. 현재는 -. 편지가 등장하는 장면은 ÷. 우리는 ‘0의 자리’에서 태어나 살아가면서 더하기도 하고, 빼기도 하면서 죽음의 순간에는 0으로 다시 돌아가는 게 아닐까. 그 와중에 나라는 존재를 쪼개고 나누기도 하며 덜어낼 건 덜어내고 보탤 건 보태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


* 편지를 쓰면 그 편지에 담은 마음들을 받는 사람만 갖는 줄 알았는데, 쓸 때의 마음을 나도 가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에게 주는 나의 마음, 1년 후의 나에게 편지 쓰기를 한번 해봐야겠다.


* ‘시절인연’이라는 말처럼 죽고 못 살 것 같던 관계도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영원한 게 절대 없진 않겠지만 거의 없다고 믿는 나는 순간의 행복과 관계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 나의 좋은 순간을 담아 둔 사람을 지운다 해도 그 시절까지 전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태희도 좋았던 순간과 시간의 기억은 잘 간직하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 ‘이거 야광이다. / 말해 주려고.’(p.192)라는 별 거 아닌 이 한 마디가 왜 이렇게 눈물 나게 하는 걸까. 어린 태희도, 어른 태희도 모두 꼭 끌어안고 따뜻하게 위로해주고 싶었다. 더 이상은 자기 자신을 모욕하지 않고, 참고 견디지만 말고, 내가 될 수 있는 건 나뿐이라는 걸 기억했으면.


* 정용준 작가님이 발문을 쓰셨다는 걸 발문 페이지로 넘기면서 알았는데 깜짝 선물 같아서 더 좋았다. ‘이것이 증명인 줄도 모르고, 내가 이미 내가 됐다는 것도 모르고, 꿈을 곁에 두고 사는지도 모르고, 이토록 용감하고 대범하게 사는지도 모르고, 그렇게 살고 쓴다.’라는 문장이 태희를 보듬어주는 것 같아 참 뭉클하고 따뜻했다.


* 종종 재독 하고 싶은 책이다. ‘나의 미래는 나, 아무도 내가 될 수 없고 나도 남이 될 수 없으며, 내가 될 수 있는 건 나뿐.’ 이런 문장을 만나기 위해 책을 읽는 것만 같다. [24/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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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썼고 버렸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전부 말했다. 이제 더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럼 된 거다. 우리는 서로에게 버린 거다. (p.136)


| 비는 비고 바다는 바다다. 섞인다고 하나가 되는 건 아니지.

  그러니까 이별할 수도 있다.

  우리는 또 울겠지만 절대 같은 이유로 울지는 않을 것이다. (p.170)


| 한때 나는 우리 모두 지옥에서 왔다고 믿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행복할 수도 있다. (p.209)


| 같은 다짐을 계속하며 우리는 어른이 되겠지. 남들은 절대 알지 못할 하루와 마음을 끌어안으며. 중요한 말일수록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면서. (p.210)


| 나는 다시 빠르게 일기를 훑었다.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이모와 속초 바다를 보고 왔다’라고 시작하는 일기에서 멈췄다. 그 일기의 마지막 부분을 읽고 또 읽었다. ‘비는 비고 바다는 바다다. 나는 나만 될 수 있다. 나는 남이 될 수 없다.’ 비슷한 생각을 했었지. 지난 번 카페에서. 1년 후에 정말 그 편지를 받을 수 있을까.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를 같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변치 않은 부분은 존재할 테고, 일기의 마지막 부분을 읽는 순간 마치 만난 것만 같았다. 문장 속에서. 과거의 나를.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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