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okyoulovearchive Feb 08. 2024

최진영, 내가 되는 꿈

현대문학핀시리즈 소설선 033 (240204~240205)



* 별점: 5.0

* 한줄평: ‘과거는 꿈이 아니다. 나의 미래는 나.’ (p.97)

* 키워드: 죽음 | 이별 | 존재 | 지금 | 시간 | 비밀 | 편지 | 진실 | 행복 | 불행

* 추천: ‘사라지는 지금 속’ 나라는 존재 혹은 나의 삶을 돌아보고 싶은 사람


아무도 내가 될 수 없고 나도 남이 될 수 없다. 내가 될 수 있는 건 나뿐이다. 자칫하면 나조차 될 수 없다. (p.99)


| 첫 문장: 볕은 따뜻하고 바람은 차가운 수요일 오후 2시경, 할머니는 엄마가 쟁반에 차려 온 미음도 약도 마다하고 창을 조금만 열어달라고 했다. (p.9)


———······———······———


*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좋았다. 아직 2월이지만 2024 올해의 책 중 한 권이 되지 않을까 싶다.


* -, +, ÷ 세 기호를 사용해서 시간대를 구분하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과거는 +. 현재는 -. 편지가 등장하는 장면은 ÷. 우리는 ‘0의 자리’에서 태어나 살아가면서 더하기도 하고, 빼기도 하면서 죽음의 순간에는 0으로 다시 돌아가는 게 아닐까. 그 와중에 나라는 존재를 쪼개고 나누기도 하며 덜어낼 건 덜어내고 보탤 건 보태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


* 편지를 쓰면 그 편지에 담은 마음들을 받는 사람만 갖는 줄 알았는데, 쓸 때의 마음을 나도 가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에게 주는 나의 마음, 1년 후의 나에게 편지 쓰기를 한번 해봐야겠다.


* ‘시절인연’이라는 말처럼 죽고 못 살 것 같던 관계도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영원한 게 절대 없진 않겠지만 거의 없다고 믿는 나는 순간의 행복과 관계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 나의 좋은 순간을 담아 둔 사람을 지운다 해도 그 시절까지 전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태희도 좋았던 순간과 시간의 기억은 잘 간직하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 ‘이거 야광이다. / 말해 주려고.’(p.192)라는 별 거 아닌 이 한 마디가 왜 이렇게 눈물 나게 하는 걸까. 어린 태희도, 어른 태희도 모두 꼭 끌어안고 따뜻하게 위로해주고 싶었다. 더 이상은 자기 자신을 모욕하지 않고, 참고 견디지만 말고, 내가 될 수 있는 건 나뿐이라는 걸 기억했으면.


* 정용준 작가님이 발문을 쓰셨다는 걸 발문 페이지로 넘기면서 알았는데 깜짝 선물 같아서 더 좋았다. ‘이것이 증명인 줄도 모르고, 내가 이미 내가 됐다는 것도 모르고, 꿈을 곁에 두고 사는지도 모르고, 이토록 용감하고 대범하게 사는지도 모르고, 그렇게 살고 쓴다.’라는 문장이 태희를 보듬어주는 것 같아 참 뭉클하고 따뜻했다.


* 종종 재독 하고 싶은 책이다. ‘나의 미래는 나, 아무도 내가 될 수 없고 나도 남이 될 수 없으며, 내가 될 수 있는 건 나뿐.’ 이런 문장을 만나기 위해 책을 읽는 것만 같다. [24/02/07]


———······———······———


| 나는 썼고 버렸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전부 말했다. 이제 더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럼 된 거다. 우리는 서로에게 버린 거다. (p.136)


| 비는 비고 바다는 바다다. 섞인다고 하나가 되는 건 아니지.

  그러니까 이별할 수도 있다.

  우리는 또 울겠지만 절대 같은 이유로 울지는 않을 것이다. (p.170)


| 한때 나는 우리 모두 지옥에서 왔다고 믿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행복할 수도 있다. (p.209)


| 같은 다짐을 계속하며 우리는 어른이 되겠지. 남들은 절대 알지 못할 하루와 마음을 끌어안으며. 중요한 말일수록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면서. (p.210)


| 나는 다시 빠르게 일기를 훑었다.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이모와 속초 바다를 보고 왔다’라고 시작하는 일기에서 멈췄다. 그 일기의 마지막 부분을 읽고 또 읽었다. ‘비는 비고 바다는 바다다. 나는 나만 될 수 있다. 나는 남이 될 수 없다.’ 비슷한 생각을 했었지. 지난 번 카페에서. 1년 후에 정말 그 편지를 받을 수 있을까.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를 같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변치 않은 부분은 존재할 테고, 일기의 마지막 부분을 읽는 순간 마치 만난 것만 같았다. 문장 속에서. 과거의 나를. (p.221)


———······———······———

매거진의 이전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리플리 1 : 재능 있는 리플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