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학핀시리즈 시인선 038 (240223~240224)
* 별점: 4.5
* 한줄평: 실패는 끝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어떤 사람
* 키워드: 마음 | 꿈 | 슬픔 | 기분 | 어둠 | 실패 | 마지막 | 끝 | 이야기 | 존재
* 추천: 좌절하고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고 그 이후의 삶을 이어나가는 화자의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
어쩔 수 없는 실패, 그 이후에도 삶이 있음을 증명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때에도 조금 울겠지. 그러나 훨씬 담담하게 울 수 있게 되겠지.
/ 에세이 | 나의 디바 주동우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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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목소리를,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만 있다면, 나를 혼잣말로 두지 않아 줄 단 한 사람만 있다면. [24/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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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웃는다 너는 바보처럼 웃는다 너는 다 알겠다는 듯이 웃는다 모든 것은 네가 만든 지옥, 모든 것은 네가 만든 실패, 너는 실패의 지옥에서도 지키려고 애를 쓴다 부서져도 전부 부서지지는 않으려고 어딘가 안쓰럽게 애를 쓴다 다시 붙일 수 있기를 기대하며 끝까지 완전하게 웃지는 않고 버틴다
/ 「한 줌의 사람」 (p.43-44)
| 부서지는 빛에 대해 생각하면 미래에 도착한 것만 같다 미래에 도착해서 나는 과거를 지켜본다 이미 도착해서 과거의 내가 걸어오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 무미건조하게, 어떤 기대도 희망도 없이, 그러면 실패한 기분이 사라질까, 당신은 당신의 길을 가면 됩니다, 나는 타인에게 말을 건넨다 타인에게 말하면서 타인의 마음이 진정되기를 바라지만 나는 나의 말을 믿을 수가 없어서 오방을 돌아본다
/ 「증명할 수 없는 사람」 (p.54)
| 언니는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지 모든 것은 그냥 일어나기도 한단다, 내겐 부리밖에 남지 않았지만 나의 부리로 네 깃털을 가다듬고 윤을 내어줄게, 그럴 수 없을 거라고 믿고 싶어도 어떤 일은 그냥 일어나기도 하는 거니까, 그 일들이 너를 미워해서 일어난 것이 아니니까, 이제 너를 아프게 하는 것으로 세상을 벌주려 하지 말아, 올겨울에는 연탄난로 곁에서 같이 얼린 홍시를 나눠 먹어야지.
/ 「어떤 일은 그냥 일어나기도 하지」 (p.59-60)
| 건너간 다음에야 내가 건너온 것을 돌아볼 수 있겠지 건너왔지만 건너온 것을 모르기도 하겠지 지금은 보이지 않아도 사각 행거에 달아놓은 소원 쪽지들이랑 라탄 바스켓에 담아둔 마른 옷들을 매만지며 아직도 이런 것이 남아 있구나, 꿈속에서는 내가 아직 없어지지는 않았구나 옷 속에 얼굴을 파묻고 흘러가는 시간이 있기도 하겠지 얼굴을 내밀지 않아도 조용히 흘려가는 꿈, 사람들은 일을 하고 철근 공은 움직이고, 하나의 꿈을 열고 또 하나의 덧문을 열면서 나는 자꾸자꾸 흘러가고 있었어.
/ 「시작은 있지만 끝은 없는 이야기」 (p.77)
| 여기 남기로 선택해서 너의 목소리는 이야기가 된 거야, 여전히 너는 어둡고, 마침내 실패했고, 실패한 것은 작은 사건일 뿐 눈을 가리는 진실은 아닌 거라고, 내가 여기 있을게 올드팝이 흘러나오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생각으로 흘러가겠지만, 이제 우리 이 긴 겨울을 같이 흘러가자 오각형으로 팔각형으로, 꺾어지고 굽혀지다가 다른 세계와 섞이고 가늘어지고 결정이 되고 눈발이 되어서 다 잊어버린 사람들의 머리 위로 조금씩 흩날리기로 하자 웬 검은 눈이 내린다고, 아주 긴 오지의 시간 여행을 해온 눈이라고, 사람들은 입술을 모으겠지만 볼주머니에 도토리 열 개는 집어넣은 다람쥐의 마음으로 울지도 웃지도 않으면서 내가 너의 목소리에 목소리를 덧댈게 너를 절대 혼잣말로 두지는 않을게.
/ 「들어줄게 너의 이야기를」 (p.7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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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1부
「기차를 타고 밤 약속」
「안개 숲」
「무호흡」
2부
「작은 선물」
「한 줌의 사람」
「윤슬」
3부
「증명할 수 없는 사람」
「어떤 일은 그냥 일어나기도 하지」
「다하지 못한 마음」
4부
「시작은 있지만 끝은 없는 이야기」
「들어줄게 너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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