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okyoulovearchive Mar 03. 2024

안미옥, 힌트 없음

현대문학핀시리즈 시인선 030 (240224~240225)



* 별점: 4.0

* 한줄평: 힌트 없음, 그러나 희망은 있음

* 키워드: 사람 | 미래 | 시간 | 빛 | 희망 | 삶 | 벽 | 질문 | 대답 | 의문

* 추천: 힌트는 없어도 질문과 의문을 던질 수 있는 삶에 관해 알고 싶은 사람


  나는 이제 ‘나’라는 프리즘을 통과한 부분을 세상의 전부라고 착각하며 살고 싶지 않다. 내가 어디와 연결되어 있는지 가지를 뻗어나가는 나무의 방식으로, 연결되고 확장되는 지점을 볼 줄 아는 사람. 그리고 그런 시를 쓰는 사람이고 싶다.
/ 에세이 | 후추 (p.107)


———······———······———


* ‘가장 마지막’에 있는 희망. 그렇지만 ‘가장 마지막이 어디인지 알 수 없어서 무거운 사람들의 뒤통수’(「가장 마지막 수업」 부분, p.39). 판도라의 상자에 가장 마지막에 남아 있던 것이 희망이었던 게 떠올랐어요. ‘가장 마지막’은 어디일까, 또 희망이 정말 ‘가장 마지막’ 순간에 찾을 수 있는 것이기는 할까. 우리에겐 그 답에 관한 아무런 힌트도 없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믿고 나아가야겠죠.


* 시도 시지만 에세이가 참 좋았던 시집입니다. ‘나무’처럼 가지를 뻗어나가며 연결되고 확장되는 지점을 보고, 또 그런 시를 쓰는 사람이고 싶다는 시인의 에세이가 좋아서 시인의 다른 시집이 궁금해졌어요. 문학동네의 시 뉴스레터 ‘우리는 시를 사랑해’로 알게 된 시인인데, 핀시리즈에 안미옥 시인의 시집이 있길래 이 시집을 먼저 읽게 되었는데요. 더없이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힌트 없음』 다음에 출간된 시집인 문학동네시인선 187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가 엄청 궁금해졌고 빨리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24/02/27]


———······———······———


|   사람이 사람을 향해 복을 빌어주는 일을 배워서

 너의 시간을 축복해야지

  

 네가 어딘가에 도달할 때까지

  

 너의 흰 재의 시간

 마른 장미의 시간을

/ 「애프터」 (p.21-22)


|   낭독이 끝나고 사람들이 일어서려 할 때

 대체 희망은 어디 있는 거지? 물음이 들려올 때

  

 옆에 앉은 사람이 작게 말했다

 희망은 가장 마지막에 있다고

  

 가장 마지막은 어디일까 알 수 없어서

 돌아가려던 사람들의 뒤통수가 무거워졌다

/ 「가장 마지막 수업」 (p.39)


|   나는

 1초. 오랫동안 삶은 밀고 나가는 무엇이라고 생각했고. 1초. 왜 한 방향의 질문만 갖고 있었을까 생각했고. 1초. 이제부터 삶은 밀려들어오는 것을 막아서지 않는 방식으로도.

 가능하다. 가능하고 무섭다.

/ 「렌탈 테이블」 (p.44-45)


| 나는 미래라는 말을 자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내가 쓰는 미래는 언제나 과거에 있었다 마치 태어나는 일처럼

/ 「공 던지는 사람들」 (p.61)


|  진짜 옆에 있는 것은 가짜가 아니다. 진짜 옆엔 아무것도 없다. 부를 이름이 부족해서 진짜라고 하는 것. 진짜는 무수한 다른 것들의 이름. 안으로 들어가면 넓고 깊다. 알게 된다. 커지는 알갱이. 많아지는 알갱이.

/ 「힌트 없음— 질문과 대답」 (p.86)


|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은 좋은 후추가 되고 싶다는 말과 얼마나 다를까. 예전엔 무턱대고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던 어떤 단어나 문장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게 된다. 위선은 아닐까. 그 문장이 나의 테두리가 되어 나를 가두고 다른 것을 보지 못하게 한 것은 아닐까. 그 테두리를 만든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니고 나 자신이다. 매일 만들고 깨닫고 그리고 다시 부수면서 살고 싶다. 말에 갇히지 않고. 내가 옳다고 믿는 것에 함몰되지 않고. 쓰는 일이 그것을 조금은 가능하게 해주지 않을까.

/ 에세이: 「후추」 (p.103)


———······———······———


* 좋았던 시


 「조망」

 「아주 오랫동안」

 「애프터」

 「모빌」

 「펭귄 섬에 있다」

 「가장 마지막 수업」

 「렌탈 테이블」

 「기시감」

 「해운대」

 「변천사」

 「공 던지는 사람들」

 「핀트」

 「그런 것」

 「파이프가 시작되는 곳」

 「힌트 없음— 질문과 대답」

 「미래의 시」


———······———······———


매거진의 이전글 박상수, 너를 혼잣말로 두지 않을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