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학핀시리즈 시인선 030 (240224~240225)
* 별점: 4.0
* 한줄평: 힌트 없음, 그러나 희망은 있음
* 키워드: 사람 | 미래 | 시간 | 빛 | 희망 | 삶 | 벽 | 질문 | 대답 | 의문
* 추천: 힌트는 없어도 질문과 의문을 던질 수 있는 삶에 관해 알고 싶은 사람
나는 이제 ‘나’라는 프리즘을 통과한 부분을 세상의 전부라고 착각하며 살고 싶지 않다. 내가 어디와 연결되어 있는지 가지를 뻗어나가는 나무의 방식으로, 연결되고 확장되는 지점을 볼 줄 아는 사람. 그리고 그런 시를 쓰는 사람이고 싶다.
/ 에세이 | 후추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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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마지막’에 있는 희망. 그렇지만 ‘가장 마지막이 어디인지 알 수 없어서 무거운 사람들의 뒤통수’(「가장 마지막 수업」 부분, p.39). 판도라의 상자에 가장 마지막에 남아 있던 것이 희망이었던 게 떠올랐어요. ‘가장 마지막’은 어디일까, 또 희망이 정말 ‘가장 마지막’ 순간에 찾을 수 있는 것이기는 할까. 우리에겐 그 답에 관한 아무런 힌트도 없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믿고 나아가야겠죠.
* 시도 시지만 에세이가 참 좋았던 시집입니다. ‘나무’처럼 가지를 뻗어나가며 연결되고 확장되는 지점을 보고, 또 그런 시를 쓰는 사람이고 싶다는 시인의 에세이가 좋아서 시인의 다른 시집이 궁금해졌어요. 문학동네의 시 뉴스레터 ‘우리는 시를 사랑해’로 알게 된 시인인데, 핀시리즈에 안미옥 시인의 시집이 있길래 이 시집을 먼저 읽게 되었는데요. 더없이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힌트 없음』 다음에 출간된 시집인 문학동네시인선 187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가 엄청 궁금해졌고 빨리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24/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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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사람을 향해 복을 빌어주는 일을 배워서
너의 시간을 축복해야지
네가 어딘가에 도달할 때까지
너의 흰 재의 시간
마른 장미의 시간을
/ 「애프터」 (p.21-22)
| 낭독이 끝나고 사람들이 일어서려 할 때
대체 희망은 어디 있는 거지? 물음이 들려올 때
옆에 앉은 사람이 작게 말했다
희망은 가장 마지막에 있다고
가장 마지막은 어디일까 알 수 없어서
돌아가려던 사람들의 뒤통수가 무거워졌다
/ 「가장 마지막 수업」 (p.39)
| 나는
1초. 오랫동안 삶은 밀고 나가는 무엇이라고 생각했고. 1초. 왜 한 방향의 질문만 갖고 있었을까 생각했고. 1초. 이제부터 삶은 밀려들어오는 것을 막아서지 않는 방식으로도.
가능하다. 가능하고 무섭다.
/ 「렌탈 테이블」 (p.44-45)
| 나는 미래라는 말을 자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내가 쓰는 미래는 언제나 과거에 있었다 마치 태어나는 일처럼
/ 「공 던지는 사람들」 (p.61)
| 진짜 옆에 있는 것은 가짜가 아니다. 진짜 옆엔 아무것도 없다. 부를 이름이 부족해서 진짜라고 하는 것. 진짜는 무수한 다른 것들의 이름. 안으로 들어가면 넓고 깊다. 알게 된다. 커지는 알갱이. 많아지는 알갱이.
/ 「힌트 없음— 질문과 대답」 (p.86)
|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은 좋은 후추가 되고 싶다는 말과 얼마나 다를까. 예전엔 무턱대고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던 어떤 단어나 문장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게 된다. 위선은 아닐까. 그 문장이 나의 테두리가 되어 나를 가두고 다른 것을 보지 못하게 한 것은 아닐까. 그 테두리를 만든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니고 나 자신이다. 매일 만들고 깨닫고 그리고 다시 부수면서 살고 싶다. 말에 갇히지 않고. 내가 옳다고 믿는 것에 함몰되지 않고. 쓰는 일이 그것을 조금은 가능하게 해주지 않을까.
/ 에세이: 「후추」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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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조망」
「아주 오랫동안」
「애프터」
「모빌」
「펭귄 섬에 있다」
「가장 마지막 수업」
「렌탈 테이블」
「기시감」
「해운대」
「변천사」
「공 던지는 사람들」
「핀트」
「그런 것」
「파이프가 시작되는 곳」
「힌트 없음— 질문과 대답」
「미래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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