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의 시 214 (240216~240228)
* 별점: 4.0
* 한줄평: 설명하기 어려운 ‘좋음’
* 키워드: 사랑 | 인간 | 슬픔 | 영혼 | 빛 | 거리 | 죽음 | 마음 | 꿈 | 아픔 | 생각
* 추천: ‘황인찬의 세계’가 궁금한 사람
그래도 우리는 걸을 거야 추운 겨울 서울의 밤거리를 자꾸만 걸을 거야 아무래도 상관이 없어서 그냥 막 걸을 거야 우리 자주 걸을까요 너는 아직도 나에게 다정하게 말하고 나는 너에게 대답을 하지 않고 이것이 얼마나 오래 계속된 일인지 우리는 모른다
/ 「종로사가」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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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음의 시’ 시리즈의 시집은 처음 읽어보는데요. 민음북클럽 잡동산이를 읽으면서 민음사에서도 국내 시인들의 시집을 내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지난 패밀리데이 때 궁금했던 시인들의 시집을 구매했었어요. 황인찬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희지의 세계』는 그때 구매했던 시집 중 한 권입니다.
* 황인찬 시인은 문학동네의 시 뉴스레터 ‘우리는 시를 사랑해’ 시즌 2의 필진으로 참여하셔서 알게 되었는데요. 2주에 한 번 받아보는 글이 정말 좋아서 시집을 읽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시가 엄청 난해하진 않은데 뭔가 알듯 말듯한 어려운 느낌이었어요. 왜 좋은지 딱 짚어서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지만 저는 그냥 좋았어요. 종로 시리즈 중에서는 「종로사가」라는 시가 제일 좋았는데, 언제부터, 얼마만큼 오래 계속된 것인지도 모른 채 거리를 끝없이 헤매는 두 사람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 겨울 느낌의 시들도 많았지만, 여름 생각이 나는 시들도 많아 언제 읽어도 좋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겨울 느낌의 시들에서 좋았던 구절이 많아서 다음 겨울에 다시 읽어보려고 합니다. 시인의 첫 번째 시집 민음의 시 189 『구관조 씻기기』와 최근 시집 문학동네시인선 194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도 궁금해지는 시집이었습니다 [2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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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저 새하얀 것들은 무엇일까 저걸 뭐라고 부르나 나는 대체 무엇으로 창을 닦은 걸까 또 바깥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것은 모두 하얗다 보이지 않는다 눈은 내리지 않는 것이다 겨울은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인 것이다 그렇다면 저 새하얀 것들은······
/ 「이 모든 일 이전에 겨울이 있었다」 (p.39)
| 다만 나는 여름에 시작된 마음이 여름과 함께 끝났을 때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이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도무지 알기가 어렵고
마음이 끝나도 나는 살아 있구나
/ 「건축」 (p.84-85)
| 자신이 녹는다는 것을 알아 버린 눈이 전력을 다해 서서히 녹아내릴 때, 유리는 생각을 했다 다 녹고도 남아 있는 눈의 흰빛을 받으며 생각을 했다
유리가 보는 것은 유리에 비친 것들에 대한 생각이고
유리의 마음속에는 고통이 있다
/ 「무정」 (p.94-95)
| 이 어두운,
아무도 없는 집에서 나는 알았다 내 사랑의 미래가 거기에 있고 지금 내가 그것을 보았다는 것
나는 깜짝 놀라서 집을 나왔고
이제부터 평생 동안 이 죄악감을 견딜 것이다
/ 「인덱스」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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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1부 | 실존하는 기쁨
「새로운 경험」
「희지의 세계」
「조물」
「이 모든 일 이전에 겨울이 있었다」
「종로사가」
「혼다」
「저녁의 게임」
「종의 기원」
2부 | 머리와 어깨
「다정과 다감」
「조율」
「소실」
「물산」
「건축」
「유사」
「무정」
「지국총」
3부 | 이것이 시라고 생각된다면
「이것이 시라고 생각된다면」
「기록」
「영원한 친구」
「너의 아침」
「인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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