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okyoulovearchive Mar 06. 2024

안담, 소녀는 따로 자란다

위즈덤하우스 (240229~240229)



* 별점: 4.0

* 한줄평: 비밀을 품은 여자애 혹은 소녀 혹은 여자

* 키워드: 학창 시절 | 사춘기 | 과도기 | 고민 | 단짝 | 우정 | 소녀 | 비밀 | 초대 | 원망

* 추천: 비밀스러운 소녀들의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


저 남자애는 알까? 팔짱을 끼는 여자애들은 잔망 떠는 연습을 내게 다 한 뒤에 진짜로 좋아하는 남자애에게 선보이러 떠난다는 걸. 나하고 연습했다고는 말하지 않으면서. (p.55)


| 첫 문장: 나를 곁에 두길 즐겼던 여자애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p.5)


———······———······———


* 위픽 역대 조회수 1위라는데 홈페이지에 공개되었을 때는 아쉽게 놓쳐서 읽지 못했는데요. 단행본 출간 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읽어 보니 많은 독자들의 호평을 받은 이유가 이해되었습니다. 여자애도, 남자애도 될 수 없어 교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붕 떠 있는 아이. 교실 어딘가에 있었을 그 아이를 어렴풋이 떠올리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혹은 그 아이에게서 자신을 본 사람도 있었을 것 같아요.


* 저학년도 고학년도 아닌 어중간한 학년, 어린이도 청소년도 아닌 어중간한 나이, 여자애도 여자도 아닌 어중간한 소녀. 애매모호한 과도기의 어떤 심리를 정말 섬세하게 잘 그려내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비밀’ 이야기와 놀이를 하는 부분에서는 저도 함께 비밀스러운 여정에 동참한 것처럼 숨을 죽여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 ‘비밀이 고여드는 우물’인 ‘나’. 기억은 나지 않아도 누구나 어릴 적 친구와 속삭인 비밀 한 개쯤은 있겠죠. ‘비밀은 누군가에게는 말해야 비로소 비밀인 걸까?’(p.45)라는 ‘나’의 물음처럼 그때는 왜 그렇게 비밀을 만들어 서로에게 털어놓고 싶었던 걸까요. 그 시절의 교실로 돌아간 듯한 생생한 느낌이 생경하면서도 또 그립기도 했습니다.


* 지금까지 읽었던 위픽 시리즈 중에 가장 짧았던 것 같아요. 위픽 시리즈는 단행본마다 분량 편차가 좀 있는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올해 홈페이지에 공개된 시즌 2는 분량이 좀 더 긴 거 같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중편 정도의 볼륨이면 구매해서 읽을 것 같아요. [24/02/29]


———······———······———


| 나를 곁에 두길 즐겼던 여자애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머리를 양 갈래로 땋길 좋아하고, 업신여기는 표정이 기본인 애들. 그런 얼굴을 하도 많이 하다가 코도 조금 들창코가 된 것처럼 보이는 애들. 눈치도 안 보고 분홍이거나 주홍인 물건을 고르는 애들. (p.5)


| 여름방학의 어느 날 저들은 모두 한 번씩 혼자서 나를 찾아왔었다. 서로에게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말하기 위해서. 나는 뒷문으로만 내어놓는 비밀들이 고여드는 우물이다. 마음속에서 그 비밀들이 서로 닿지 않도록 분류하면서, 나는 누군가에게는 짜릿하고 누군가에게는 잔인할 그 작은 접촉이 내게 간접적으로 미칠 영향을 가늠해본다. (p.7-8)


———······———······———

매거진의 이전글 황인찬, 희지의 세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