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산이챌린지 DAY 09 (23.05.09)

박서련 /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

by bookyoulovearchive


종종 교사인 지인들을 통해 다양한 학생들의 모습을 전해 듣곤 하는데, 내가 학교를 다닐 때와는 굉장히 다른 분위기라서 들을 때마다 놀라곤 한다. 물론 자신의 아이가 소중한 것은 당연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르는 이들이 참 많아진 것 같다. 이걸 개인의 문제라고 해야 할지, 사회의 문제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어쩌면 둘 다인지도.


솔직히 말해서 당신은 가끔 당신 아이가 되고 싶다.
(...) 따라서 당신이 아이를 위해 하는 모든 일은, 어쩌면 아이를 위하는 그 이상으로 당신 자신을 위하는 길이기도 했다. 열두 살짜리 아이를 키우는 지금 여기의 당신이 아니라, 타인에게서는 보상받을 수 없는 어린 시절의 당신을 위한 것. 당신은 그 사실을 정확하게 의식하며 아이를 사랑한다. 그렇기에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면서, 동시에, 할 수 없는 일은 없다고 믿는 것이다. (p.109)

가끔 나도 엄마에게 이런 말을 들었었는데, 우리 엄마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예전에는 그저 듣기 싫은 잔소리로만 여겼었는데, 이 문장을 읽으며 약간 슬프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떠올랐다. ‘아이를 위해 하는 모든 일이 아이를 위하는 이상으로 당신 자신을 위하는 길’이라는 거, 주인공은 자신이 받지 못했던 만큼 아이한테 모든 사랑을 주고 싶었던 것 아닐까.


명문대생에게 게임 과외를 받는 것을 명문대 진학과 연결 짓는 건 김칫국이라고 쳐도, 자신감 하나는 확실하게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돈 주고 살 수 있는 것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자신감이라고 당신은 믿고 있다. (p.112)

자신감을 돈을 주고 살 수 있다고 굳게 믿는 것이 가능하다니, 왠지 이 소설이 누군가에겐 정말 현실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서글퍼졌다.


당신이 그를 제지하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또한, 한 번의 승리로 그간 당신이 겪은 상황들이 모두 극복되지는 않는다. (p.114-115)

엄마, 엄마라고 그만해. 계속 욕 쓰면 아이디 정지 먹어.
엄마가 왜 욕이야? 내가 네 엄만데.
당신은 마음을 가다듬고 적진으로 들어가 상대의 마지막 수호석을 파괴한다. 아이가 간신히 내뱉은 말이 당신의 귓전을 윙윙 돈다. XX, 울어? XX, 괜찮아? 모니터에는 승리를 알리는 메시지가 뜨지만 당신은 더 이상 승자의 기분을 느끼지 못한다. (p.126)

‘나’가 성추행을 당하고 과외선생을 집에서 내쫓는 데 성공하지만 어쨌든 찝찝한 기분을 느끼는 대목과 마지막 결말 부분에서 게임에서는 승리하지만 승리한 기분을 느끼지 못하는 주인공이 오버랩되며 뭔가 시원스레 해소되지 못한 감정에 마음이 조금 무거워졌다. ’혐오‘라는 말을 너무 쉽게 쓰는 세상이 된 것 같아 서글프다. 서로를 조금만 더 배려하고 존중할 순 없을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엄마가 욕으로 쓰이는, 여성의 이름을 대명사화해서 스스럼없이 여성 유저를 조롱하고 모욕하는 온라인 게임 세계. 어떻게 하다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너무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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